강남구의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강남구의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은 센서를 통해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한다.
앱을 설치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면 화면이 차단된다.
앱을 설치하고 횡단보도 앞에 서면 화면이 차단된다.

  스마트폰에서 손 떼고는 살아가기 힘든 요즘, ‘스몸비(Smombie)’족을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것은 쉬운 일이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보행 중 스마트폰에 열중한 나머지 좀비처럼 주위를 인지하지 못하며 걷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전방 인지능력이 현저히 낮은 스몸비족이 늘어나면서 보행자 간 충돌 등의 안전사고가 빈번해지자 이를 막기 위한 도로교통설치물, 스마트폰 앱이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로 휴대폰 의존 줄여야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는 신문이나 책 같은 다른 매체를 볼 때보다 보행자에게 더 위협적이다. 스마트폰은 휴대성이 뛰어나 잠깐의 시간 동안 들여다보기 편하고 여러 가지 콘텐츠를 한 번에 접할 수 있어 잃은 주의력을 되찾기 어렵다. 한국정보화진흥원 디지털과의존대응팀 오연주 책임은 “다른 매체보다 시청각적 집중도가 월등히 높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통사고의 경우,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발생한 유형이 증가한 지 오래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다가 발생한 교통사고가 2013년 117건에서 2017년 177건으로 약 51%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의 ‘보행 중 주의분산 실태와 사고특성 분석’에 따르면 2014~2016년 3년간 주의분산 보행사고의 61.7%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폰의 과도한 사용으로 안전, 건강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자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디지털 디톡스는 디지털이라는 독소를 몸에서 뺀다는 의미인데, 특정 시간대 혹은 공간에서 스마트기기와 이용자를 분리해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와이파이를 제공하지 않는 카페와 식당이 디지털 디톡스를 반영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시적이지만,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 지나친 스마트폰 의존에서 벗어나고 자연스레 스몸비도 줄여나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성용준(문과대 심리학과) 교수는 “수년 동안 우리 몸에 학습돼온 스마트폰 사용을 자의적으로 줄이긴 힘들다”며 “규칙적인 디지털 디톡스를 통해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에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닥신호등, 스몸비 막기 위한 도로교통시설

  도로, 횡단보도에서의 사고는 큰 피해로 이어지기 쉬워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기 위해 색다른 도로교통시설들이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바닥신호등이다. 기존 횡단보도는 반대편에 있는 신호등으로만 신호를 알리지만, 바닥신호등은 원래 신호등과 함께 발밑 바닥에 내장돼있는 띠 모양의 LED 조명으로 신호를 표시해준다. 이를 통해 고개를 숙인 채 걷는 스몸비에게 효과적으로 신호를 전달한다. 또한, 횡단보도와 도로 경계 전체에도 설치돼있어 스몸비가 빨간불에 도로로 돌진하는 것을 방지한다.

  도로교통공단은 작년 12월 11일 ‘바닥신호등 표준지침 제정 설명회’를 통해 바닥신호등의 표준형을 정하고 관련 업체의 의견을 수렴했다. 또 구체적인 바닥신호등 활용 계획을 세워 시설 적용을 확대하는 중이다.

  이에 바닥신호등은 서울, 수원, 대구, 부산, 남양주 등 다양한 지자체에서 시범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서초구는 남부터미널역 6번 출구 앞에 7.5m 길이로 바닥신호등을 설치했다. 현재는 시스템 확대를 위해 경찰청과 규격을 조율 중이다. 서초구 교통운영팀은 “스마트폰의 영향으로 신호등에서 잦은 사고가 발생해 자치구 차원에서 안전 확보를 하고 싶었다”며 “유동 보행자 수가 많은 곳에 우선 설치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서울시교통운영과 등의 기관이 협력해 운영되고 있는 서대문구 연세대삼거리 바닥신호등은 입구에 보행자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적외선 센서가 추가로 탑재돼 있다. 빨간불 시 보행자가 도로 가까이 나오면 센서가 반응해 뒤로 물러나라는 경고가 반복적으로 재생된다. 해당 바닥신호등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제작한 주식회사 SGN테크 측은 “바닥신호등이 올해 경찰청에서 정식으로 승인한 교통시설물 보조장치가 됐다”며 “지자체나 관련 기관과의 협력으로 더 많은 곳에 설치해 스몸비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강남구는 유동인구가 많은 대도초등학교 등 3개의 초등학교 앞에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 연세대삼거리 바닥신호등과 마찬가지로 위치감지센서가 달려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음성 경고메시지를 송출한다. 정지 신호 시 도로로 다가서면 ‘차도로 들어가지 마세요’라는 안내가, 이동 신호 시 ‘좌우를 살피며 건너가라’는 안내가 나온다. 또한, 운전자 방향으로 설치된 LED 표지판은 보행자의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운전자에게 보행자 진입을 알린다. 강남구 교통행정과 이광우 과장은 “지금 설치한 운전자 방향 LED 표지판의 규격이 조금 작다는 의견이 있어서 3월 내로 사이즈를 더 키울 예정”이라며 “현재 3곳에서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데 효과적이면 내년에 추가적으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자체를 차단하는 앱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 중인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관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사이버안심존’에는 2018년 5월 10일부터 스몸비 방지 기능이 추가됐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면서 약 다섯 걸음을 움직이면 화면이 잠기게 된다. 다시 기기를 사용하기 위해선 걸음을 멈추고 잠금해제 버튼을 눌러야만 한다. 사이버안심존 측은 “청소년을 스마트폰 사용 과몰입으로부터 보호하고 스몸비에 따른 사고 위험을 낮추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언급한 강남구 스마트 횡단보도 시스템도 신호등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앱을 설치할 수 있다. 앱을 설치하면 차단 시스템이 가동돼 횡단보도 내에서 보행자의 휴대폰에 ‘STOP’ 문구가 쓰인 검정색 화면만 나오게 된다.

  이와 비슷하게 안양시 덕천초등학교 앞엔 ‘스마트폰 자동 차단’ 장치가 설치돼있다. 전용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보행자 정지 신호 때 횡단보도 앞에 서면 말뚝 모양의 기기에서 18kHz~20kHz 대역폭의 주파수로 비콘(약속된 신호를 보내고 위치 및 방향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송 · 수신기기 및 장비) 신호를 발생시킨다. 그 신호에 앱이 작동하면서 스마트폰의 화면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폰 자동 차단’ 시스템은 전국 횡단보도 99개소에 설치돼 시범운영 중에 있다. 해당 앱과 차단장치를 개발한 주식회사 패스넷 측은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장치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시설과 앱 등은 기술적 발전을 토대로 스몸비를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 | 권병유 기자 uniform@

사진제공 | 강남구청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