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곤충연구소에는 수십 년의 ‘대한민국 동물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공간이 있다. 바로 ‘한국곤충연구소 표본실’이다. 한국곤충연구소가 설립된 동시에 들어선 표본실은 곤충뿐만 아니라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등 5830종 103만 1050개의 표본을 간직하고 있다.

  표본실에는 반달가슴곰, 크낙새, 장수하늘소 등 학술적 가치가 있는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표본의 종류는 건조표본, 박제표본, 액침표본으로 나눌 수 있다. 건조표본은 장수하늘소, 풍뎅이 등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곤충을 보관한 것으로, 형태를 보존하기 위해 건조시킨 후 핀에 꽂는 방법으로 처리해 표본상자에 전시하게 된다. 박제표본은 대형 포유류나 조류의 내장을 빼낸 후 일종의 ‘미라’ 상태로 만들어 내부에 다른 재료를 채워 넣고 털과 가죽을 보존시키는 방법이다. 마지막으로, 액침표본은 물고기나 유충, 수서곤충을 액체 안에 보관한 것으로 70~80%의 에탄올에 넣어야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곤충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표본의 가치가 큰 이유는 현재는 채집할 수 없는 과거 생물들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생물다양성이 중요하게 여겨짐에 따라 활발한 표본 수집을 시작한 국립생물자원관에 비해 수집한 표본의 절대적인 양은 적지만, 한국곤충연구소표본실에서 소장하고 있는 표본은 질적으로 뛰어나다. 초대 소장인 조복성 교수가 활동하던 193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표본을 모두 소장하고 있어 소똥구리, 장수하늘소처럼 지금은 보기 힘든 곤충들의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 배연재 한국곤충연구소소장은 “표본 수집은 1~2년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며 “과거의 역사를 간직한 표본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자생했던 표본은 생물복원사업을 위해 필요한 자료가 되기도 한다. 현재 곤충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절멸(extinction)된 소똥구리를 복원하기 위해 몽골의 소똥구리를 도입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때 표본실에 있는 소똥구리 표본과 몽골 개체군의 DNA를 비교해 몽골 소똥구리를 국내에 들여와 사육을 해도 적응할 수 있는지 유전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다. 즉, 표본은 절멸된 개체가 과거 우리나라에 살았었다는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 있으며, 표본으로부터 종 복원에 필요한 다양한 생태적, 유전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렇듯 그 가치가 분명한 표본실이지만, 곤충학에 대한 부족한 지원으로 청소나 자료정리 등을 담당할 인력과 지원도 녹록진 않다. 한국곤충학연구소 소속 강지현 연구교수는 “현재 표본실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한국 곤충학의 중심지인 고려대에서 표본실의 명맥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곤충연구소 표본실에선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멸종위기종의 표본을 보관하고 있다. 표본실에서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인 멸종위기종 곤충 3종을 소개한다.

 

소똥구리

딱정벌레목 소똥구리과에 해당하는 소똥구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과거 제주도를 포함한 남북한 전역에 분포했다. 사막, 초원, 숲 등에 서식하며 소, 말, 양 등의 똥을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대형 초식동물의 방목이 감소하고, 환경오염으로 인해 1970년대 이래 국내에서는 절멸된 상태이다. 현재 곤충연구소에서는 소똥구리 복원을 위해 몽골 소똥구리와 국내 표본의 유전학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물장군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인 물장군은 노린재목 물장군과에 해당한다. 농수로, 저수지 등 농경지에서 서식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물고기, 올챙이 등 수생생물을 먹으며 생활한다. 현재는 서해안, 남해안의 도서 지역과 해안 지역, 내륙의 습지, 민통선 지역 등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도시화, 농약의 과다사용 등으로 서식처가 파괴되고 수질이 오염되면서 급속히 줄어들었다. 해외에서는 식용으로 사용되는 등 그 분포가 유지되고 있다.

 

장수하늘소

장수하늘소는 우리나라 곤충학 연구를 대표하는 한국곤충학회와 한국곤충연구소의 상징이며,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8호로 등록됐다. 딱정벌레목 하늘소과로 분류되며, 멸종위기Ⅰ급에 해당한다. 서식지는 서어나무림 등의 산지이다. 현재는경기도 포천 광릉수목원에서만 발견된다. 하지만 그 개체군이 매우 작고 광릉수목원 주변에 급속히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가까운 장래에 절멸할 가능성이 높다.

 

글 | 전남혁 기자 mike@

사진 | 한예빈 기자 lima@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