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입학해 뜨끈뜨끈하다 말할 수 있는 신입생의 시선에서 고려대의 만우절 분위기는 정말 유쾌했다. 고등학생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친구들끼리의 장난뿐 아니라 교수, 조교와의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 것까지 가능해 더 즐거운 날이 됐던 것 같다. 1학년들이 주로 수강하는 한 실험과목에선 담당 조교가 퀴즈를 빼주기까지 했는데, 이렇게 크고 작은 유머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좋았다.

  학교에서의 만우절이 이처럼 좋은 분위기로 계속된다면 재미있고 특별한 문화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41일을 만우절이라는 특별한 이름으로 부르며 즐기는 것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서로 좋은 추억을 만들며 가까워지는 것에 있고, 둘째는 서로를 즐겁게 해주는 데 있는 것 같다. 서로 장난만 치고 골탕만 먹일 것이 아니라 즐겁게도 해주고, 때론 예기치 못한 기쁨을 주는 것이 대학에서 만우절을 즐기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대학에 와서 경험한 만우절 문화의 대표적인 것으로는 아마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졸업한 고등학교가 교복이 없어 개인적으론 아쉬움이 남긴 했지만 그럼에도 다 같이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즐길 수 있었다. 생각외로 본래 교복이 없는 학교를 나온 경우도 꽤 있었고, 이미 교복을 처분한 이유 등으로 교복을 입을 수 없는 학우가 많았다. 하지만 꼭 교복이 아니더라도 비슷하게 맞춰 입거나 해서 즐길 수 있었다. 교복 말고도 즐길 방법은 다양했다.

 물론 이런 만우절 행사에서 걱정이 되는 점이 있긴 하다. 학생들끼리 만우절을 즐기는 이런 것들이 학교 공식 행사도 아닐 뿐더러, 여타 자치 행사처럼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사고가 일어나거나 선을 넘는 장난이 일어났을 때 문제가 생긴다면 학생들끼리 자체적으로 이를 처리해야 한다는 우려가 분명히 있다. 성인이라지만 아직 신입생이 정해진 보호 밖에 있는 것이기에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우리가 진행하는 다른 행사들처럼 학교 내에서 진행되는 행사이니만큼 적절한 보호와 지도 속에서 이루어져야 더욱 바람직한 행사가 되고, 좋은 문화로서 자리 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준형(공과대 건축사회환경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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