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휴학을 거치고 돌아오니, 취업을 목전에 둔 4학년이다. 돌이켜보는 대학 생활은 아쉬움이 진하다. 친구들과 온종일 모든 시간을 같이 붙어 다니던 그 시간이 그렇게 짧게 끝날 줄은, 그때가 다시 오지 않을 줄은 몰랐다. 다 함께 밥버거를 허겁지겁 먹고 미팅을 나갔던 기억, 실컷 놀다 기숙사 통금시간이 임박해 헐레벌떡 뛰어가던 기억, 중앙광장 잔디 위에 동그랗게 뜬 보름달을 안주 삼아 맥주를 홀짝이던 기억이 모두 다 소중히 남아있다. 지금은 학교의 공식 행사처럼 돼버린, 만우절 날 각자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중앙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놀았던 것도 아련한 옛 기억 중 하나다.

  5년이 지난 지금은 어렴풋하게 떠오르는 기억이지만, 친구들 모두 교복을 입었는데 깜박하고 본가에 교복을 놓고 와 혼자 몰래 가슴앓이하던 그 감정만은 또렷하다. 그때 괜히 엄마에게 전화해 왜 미리 챙겨주지 않았냐며 어리석은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그래도 교복을 입고 온 친구들과 중앙광장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짜장면을 먹으며, 오랜만에 다시 고등학생이 된 것처럼 설렜다. 다른 학생들이 입고 오는 군복과 타 학교 과 잠바를 구경하면서 까르륵 웃어보기도 했다. 다들 잔디밭 위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교복을 입고 나돌다가, 강의실에 들어가면 괜스레 얼굴 붉히며 민망해했다.

  교복을 입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 2학년 때 재도전하려 했으나 친구들이 극구 말려 차마 그러지 못했다. 아쉬움에 학과 친구들이 다 같이 듣는 서어 수업에서 오늘 만우절이니까 거짓말처럼 하루 쉬자고 교수님한테 계속해서 졸랐다. 교수님은 이런 거짓말 같은 날엔 수업에 안 와도 뭐라 하지 않았을 텐데, 수업에 들어온 우리가 잘못이라며 미소 지었다. 그때부터 가끔 친구들과 땡땡이를 치기도 한 것 같다.

  혹자는 대학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고 하며, 입학하는 새내기들에게 지레 겁을 주기도 한다. 나 또한 그런 얘기에 겁을 먹고 대학에 들어왔다. 하지만 대학생활 동안 함께한 나의 친구들, 선후배, 교수님은 그런 걱정이 미안할 만큼 모두 진실한 사람들이었다.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고 도움이 필요할 때 의지가 된 참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긴 휴학을 마치고 다시 낯설어진 학교에 돌아가더라도, 대학 졸업 후 사회에 어색하게 첫발을 내딛더라도, 따스했던 그 날의 만우절을 되돌아보면 사랑하는 내 사람들이 거짓말처럼 서있지 않을까.

 

이혜인(문과대 영문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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