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이 열광한 영화 <베테랑>부터 최근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열혈사제>까지. 모두 재벌가 자녀들의 마약사건을 다루고 있다. 정의로운 주인공이 이들을 응징하는 장면을 보고 통쾌해하면서도, 관객들 사이에선 저 이야기는 어느 그룹 아들 아무개가 저지른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더라는 뒷말이 오간다.

  이런 소문들이 완전히 허구는 아닌 모양이다. 지난 1, SK그룹 최종건 창업주의 손자 최 모 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최 씨는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15차례에 걸쳐 변종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했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 정 모 씨도 최 씨와 함께 일명 마약 파티를 즐긴 정황이 드러나 경찰 소환 예정이다. 게다가 남양유업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 모 씨는 또 다른 마약 사건에 깊이 연루됐지만, 단 한 번의 소환조사도 받지 않고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재벌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벌 3세들이 사건사고를 저지르는 원인으로 성장과정을 꼽는다. 이들은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아 마약의 불법성에 둔감하다는 설명이다. 또 재벌 12세가 이미 회사를 충분히 성장시킨 상황에서, 일부 3세들은 목표의식을 잃어버리고 세습된 특권을 누리기에 급급하다. 이는 스스로가 특별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져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한 마디로 시시한 경영보다 더 짜릿한 무언가를 찾아 나섰고 그 종착역이 마약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장차 한국 경제를 주도할 대기업 자녀들이 마약을 기호식품처럼 소비하는 행태는 단지 성장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이해받아서는 안 된다. 수사기관과 사법부도 더 이상 쉬쉬하지 말고, 죄의 무게에 비례하는 처벌을 내려야 한다. 조부모와 부모가 일궈놓은 비옥한 땅에, ‘맨 정신으로 두 발 단단히 서있는 것조차 버거운 이들에게 무엇을 믿고 맡길 수 있겠나. 지금 재벌가 자녀들에겐 경영 수업보다 인성 교육이 시급해 보인다. 부디 특권이라는 방패 뒤에서 나오길. 죄에 대한 당연한 처벌은 쓰게 받아들이길.

 

정한솔 기자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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