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와 흙수저. 흔히 자식 입장에서 어떤 부모를 만났고, 어떤 집에서 태어났는지, 부모의 재력과 자식의 팔자를 뜻하는 말로 위와 같은 단어들을 쓴다. 혼테크. 이 역시도 결혼하는 입장에서 경제력 있는 배우자를 잘 만났다는 의미를 할 때 위와 같은 표현을 쓴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어떤 자식을 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딱히 표현하는 단어나 표현이 없는 것 같다.

  직업상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으신 분들도 보게 되는 일이 잦다. 사업의 실패, 배우자와의 이혼, 믿었던 지인으로부터의 사기, 친구와의 폭행, 연인과의 헤어짐 등 여러 가지 유형의 분쟁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 아프고 위로가 안 되는 일은 자제 분들과 문제가 있거나, 자제 분들이 문제를 겪어서 사무실에 오시는 분들을 뵐 때다.

  자녀가 부모의 자산과 금전을 빌려서 무리하게 자기 사업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부모가 몇 번이나 이건 아니다라고 말렸거나 자녀가 데려온 배우자에 대해서도 이 결혼은 아닌 것 같다라고 의견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자식 이기는 부모가 되지 못하여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끌려간 경우가 태반이다.

  사무실에 오시는 분들이 입을 모아서 하시는 말씀은 내가 자식 잘못 키웠나혹은 내가 언제까지 쟤 뒤치닥거리를 해야 하나는 것인데, 대부분 이런 분들은 이미 은퇴하신 연배로, 자식 잘되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인생의 낙이 없으신 분들이시기에 당사자가 느끼는 상심감은 몹시도 크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이나 친구는 문제가 생기면 보지 않으면 되고, 배우자는 정 안되면 이혼하면 되지만,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끊을 수도 없다. 또한 부모님은 나이 드시면 기력이 쇠하시지만, 자식은 시간이 갈수록 인생 후반부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영향력이 높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리스크의 헷지(hedge)도 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 본인이 넘어지면 다시 일어날 수도 있고, 넘어진 기억이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 자식으로 인해서 넘어지거나 무너지면 만회할 기회가 없고 내 의지로 해결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무섭고 괴로운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라는 말처럼 인생에도 마무리가 가장 중요한 것인데, 내 인생의 마무리는 자식이 쥐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lena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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