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언론의 위기는 대학의 위기인가, 언론의 위기인가. 지난 5, 한국언론학회와 삼성언론재단 공동 주최로 대학언론의 현안과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대학언론 위기진단 대토론회-대학신문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된 행사에는, 한국언론학회장인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를 비롯한 전·현직 주간교수 및 직원 9명이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소속 대학의 신문사 운영 전반을 책임졌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 대학언론의 문제와 원인,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무관심, 무능력, 불신의 대학언론

  9인의 연사는 현 대학언론의 주된 문제점으로 관심 부족, 역량 부족, 그리고 신뢰도 저하를 꼽았다. 먼저 인쇄 매체에서 뉴미디어 중심으로 매체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나타난 언론의 위기가 대학언론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유튜브 등 타 매체 이용이 증가함에 따라 학내 구성원, 특히 학생 독자들의 관심이 줄어들었다취업 등의 현실적 여건으로 인해 학생들의 관심사가 학내에서 사회로 이동하면서 학내 사안을 주로 전달하는 대학언론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줄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손영준(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현재 기성언론이 선정적, 상업적 콘텐츠 제작 등으로 언론가치를 저하하는 상황도 대학언론의 관심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언론의 위기는 대학언론 자체의 관심 하락뿐만 아니라 직업 언론인을 꿈꾸는 학생들과 대학언론을 괴리시켰다고 덧붙였다.

  대학언론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하락은 학보사의 지원율 저조로 이어졌다. 지속적으로 대학언론의 지원자 수가 감소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김재영 교수는 지원자의 양적 감소는 결과적으로 대학언론 전반의 질적인 약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지원자 수가 주기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서울여대학보의 경우, 지원자 수의 감소가 전체적인 규모를 축소시키며 신문사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3년 전 서울여대학보의 주간교수를 맡았던 정낙원(서울여대 언론영상학부) 교수는 기자 수의 감소는 신문 자체의 질뿐만 아니라, 선배 기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전 교육의 수준도 떨어트려 퀄리티 저널리즘의 추구를 불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5일 토론회에 참석한 연사들이 대학언론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5일 토론회에 참석한 연사들이 대학언론 위기의 원인과 대안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대학언론의 역량 저하는 대학이 학문의 장에서 취업교육의 공간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대학의 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손영준 교수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교육과 연구가 효용성에 기준을 두게 되면서 대학 본연의 가치가 상실됐다이는 대학언론의 위기와도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언론으로서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대학언론은 결국 독자들로부터 신뢰마저 잃게 됐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과거 충대신문방송사의 주간교수였던 김재영 교수는 기자들이 기본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아, 함량 부족 콘텐츠를 양산하고 논쟁적 사안에 대해 편향적으로 접근하는 문제도 발생했다고 경험을 토로했다. 또 다수의 대학언론이 학내 기관으로 소속돼 지원을 받고 있어, 대학언론을 대학의 홍보 매체로 바라보는 시선 등 대학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우선 과제는 신문의 질적 강화

  토론자들은 대학언론이 역량을 높이고, 학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선 신문의 질적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진로(영산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좋은 컨텐츠는 일반 학생과 교수들의 참신한 생각에서 나온다그런 생각을 가공해 품격 있게 기사로 싣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는 학보사 규모 감소를 막기 위해 기자들에게 적절한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양대 학보사 주간교수로 재임했던 이재진(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마땅한 유인책이 있어야 능력 있는 기자들을 발굴할 수 있다학보사에 경제적 지원을 확대하고 기존 언론과의 연결고리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장치를 통해 학생들을 끌어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영준 교수는 경성대학교 학보사이자 인터넷신문인 시빅뉴스를 모범사례로 꼽았다. 손 교수는 학교에서 시설과 재원을 부담하고, 학생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시빅뉴스가 성공적인 대학언론의 사례라며 학부 소속이지만 기자들이 실무자들의 교육과 지원을 받고, 부산시 전역을 대상으로 취재를 펼치는 등 학교의 지원과 학생들의 자율성이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화여대 학보사 역시 신문 컨텐츠 강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재경(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주간교수는 최대한 실습교육을 이수한 학생들을 기자로 추천해 기사의 질적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취재 영역을 수업, 안전, 취업 등 세부적인 영역으로 개편하고 전직 기자들을 라이팅 코치로 초빙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뒤, 참석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미디어스 윤수현 기자는 권위 있는 상의 경우, 학생기자들에게 엄청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며 한국언론학회장인 이재진 교수에게 학회 차원의 상을 수여할 의사가 있는지 물었다. 이 교수는 앞으로 토론회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며, 시상뿐만 아니라 학회가 대학언론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박성수, 이선우 기자 press@

사진박성수 기자 fourdoll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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