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5일 고려대 여자축구부가 춘계여자축구연맹전을 위해 부강체육공원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4월5일 고려대 여자축구부가 춘계여자축구연맹전을 위해 부강체육공원에서 연습경기를 하고 있다.

 

  지난 4년간 11개의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축구팀이 있다. 201417명의 선수로 창단한 고려대 여자축구부다. 이들은 창단 2년 차에 춘계연맹전, 여왕기, 추계연맹전, 전국체전 등 한 시즌에 열리는 모든 대회에서 우승하며 한국 대학 여자축구 최강자로 군림했다. 올해의 첫 대회인 춘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다시 정상에 오른 여자축구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대학 여자축구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새로워진 선수단, 승리를 위한 열정은 높아져

  올해 초 여자축구부의 창단 멤버인 15학번 선수 14명이 졸업했다. 이 중 재학 시절부터 국가대표로 선발됐던 미드필더 장창(서울시청), 작년 춘계연맹전 득점왕 남궁예지(화천KSPO)는 고려대가 대학 여자축구의 최강자로 자리 잡는 데 맹활약한 주역들이었다. 주축선수들의 졸업으로 인해 고려대의 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여자축구부 고현호 감독은 자신감이 넘쳤다. “그간 선배 선수들에게 가려져 있었지만 다른 학교였으면 주전급으로 뛸만한 선수들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동기부여가 확실해 굉장히 의욕적이죠.”

  긴 시간 묵묵히 경기 출전을 기다려온 후배 선수들의 간절함은 그 시간만큼 커졌다. “고려대가 약해졌다는 말에 자극받아 선수들의 의지가 더 강해졌어요. 우리 팀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보여줘 어느 해보다도 더 좋은 결과를 만들 겁니다.” 여자축구부 주장인 고유진(문스대 국제스포츠16, CB) 선수가 밝힌 포부에는 비장함이 서렸다. 15학번 졸업생들의 빈자리는 19학번 신입생 선수 7명이 채웠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은 모두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이다. 막내인 강지우(문스대 국제스포츠19, FW) 선수는 선배 선수들에 감사함을 표하며 당당한 각오를 밝혔다. “언니들이 잘 대해줘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함께 열심히 훈련해 좋은 경기력으로 만족할만한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하나로 똘똘 뭉쳐 대회를 준비해온 여자축구부이지만, 그 과정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일부 선수들의 국가대표 차출로 춘계연맹전을 선수단 전원이 함께 치르지는 못하게 돼서다. 신입생 선수 6명이 20세 이하 월드컵 2차 지역 예선을 위해 4월 한 달간 대표팀으로 차출돼 여자축구부는 총 14명의 선수로 대회에 나가게 됐다. 월드컵 지역 예선에 출전하는 여자축구부 선수들의 각오는 남달랐다. “대표팀에 차출돼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대표팀에서 고려대라는 이름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누구보다도 열심히 뛸 거예요.”

 

  훈련 속에서 팀의 전술을 입히다

  춘계여자축구연맹전을 위해 여자축구부는 시즌 시작 전부터 동계훈련에 매진했다. 1월에는 제주도, 2월에는 경남 창녕에서 전지훈련을 진행했다. 팀의 조직적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게 전지훈련의 중점목표였다. 3월부터는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해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저녁 훈련, 목요일에는 오후 훈련, 금요일에는 연습 경기를 진행해왔다.

  훈련이 시작되면 몸을 부대끼는 선수들 사이에서 장난스런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워밍업 시간에 선수들은 일명 참참참이라고 불리는 훈련에 임한다. 넓은 운동장을 돌아다니며 짝을 찾고 참참참게임을 한 후 이긴 사람이 진 사람을 쫓아가는 훈련이다. 송재은(문스대 국제스포츠17, CMF) 선수는 자유로운 훈련 분위기가 선수들의 실력 향상 비결이라 전했다. “훈련할 때 분위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워밍업 때 재미있는 훈련을 많이 해요. 소통이 자유로운 훈련 환경을 통해 운동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답니다.”

  축구에서 한 팀의 전술은 그 팀을 상징한다. 여자축구부가 지향하는 팀의 색깔은 짧은 패스를 통해 상대 진영으로 전진하며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업 축구. 수비 진영에서의 빌드업 과정은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의 전술 움직임을 모방하고, 공격 진영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의 측면 붕괴 전략을 지향한다. 이러한 전술적 특징으로 인해 선수들은 위험지역에서도 짧은 패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간다.

  송지윤(문스대 국제스포츠16, FW) 선수는 최근 공격 지역에서의 볼 소유 능력과 과감한 플레이를 연마하는 중이다. “훈련할 때 감독님은 전술적인 부분을 신경 써주시고 코치님은 세밀하게 등지는 법, 과감하게 드리블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셔서 계속 성장해나가는 것 같아요.”

 

  4연속 우승을 통해 지킨 최강자의 자리

  올해 춘계여자축구연맹전에서 여자축구부는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전승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대회 4연속 우승을 달성한 것이다. 여자축구부는 조별 리그에서 경북 위덕대와 강원 도립대를 각각 3-1로 꺾으며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이어진 4강전에선 작년 결승에서 맞붙었던 울산과학대에 2-0으로 승리했다.

  대전 대덕대와의 결승전은 여자축구부의 진가를 보여준 경기였다.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5-1이라는 큰 점수 차로 대덕대를 물리치고 춘계여자축구연맹전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고현호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선수들의 팀워크에 돌렸다. “고려대만의 약속된 축구 철학을 갖고 꾸준히 훈련했던 것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14명의 적은 인원임에도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경기를 즐기며 이뤄낸 우승이라 더 값진 결과예요.”

  대회 우승과 더불어 여자축구부는 겹경사를 맞이했다. 고유진 선수가 최우수 선수상, 송지윤 선수가 득점왕, 강혜림 선수(문스대 국제스포츠18, GK)가 골키퍼 상을 차지했다. 또한 최우수감독 상에는 고현호 감독, 최우수코치 상에는 김성민 코치가 선정됐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 플레이를 보여주자!” 여자축구부 주장인 고유진 선수가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 승리를 다지는 말이다. 고 선수의 목표는 여자축구부를 원 팀으로 만드는 것이다. “평소에 선수들 간 믿음을 강조해왔고 좋은 팀워크는 신뢰가 밑받침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회 내내 서로 믿고 플레이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 덕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자축구부 선수들은 대회가 끝난 후 6일까지 달콤한 휴가를 보냈다. 하지만 7일부터는 다시 훈련에 돌입한다. 6월에 있을 여왕기여자축구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 대회에는 대표팀에 차출됐던 신입생들까지 포함해 완전체로 출전하게 돼, 기존 선수들과 19학번 선수들의 조직력을 맞추는 데 초점을 둬 훈련할 예정이다. 고려대 선수들은 다음 도전을 위해 오늘도 운동장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다.

 

김군찬 기자 alfa@

사진박소윤·최은영 기자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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