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는 5만원에서, 많게는 30~40만원까지. 디자인조형학부 재학생들이 하나의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지불하는 재료비 규모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은 ‘예체능계열’로 분류돼 다른 학생들보다 비교적 많은 등록금을 납부하지만, 수업 중 실습부터 졸업전시회 작품 제작을 위한 재료비까지 여러 추가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수업부터 졸업까지, 부담스러운 비용

  디자인조형학부는 전공 특성상 교육과정에 재료를 이용해 조형물 등 실제 작품을 만들어내는 실습수업이 많다. 과제의 빈도와 개인의 작품 제작 과정에 따라 차이가 발생하지만, 보통 한 수업마다 최소 5만원에서 20만원 가량의 재료비가 소요된다.

  학부생들은 2학년부터 ‘산업정보디자인전공’과 ‘조형미술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조형 전공은 디자인 전공보다 실습 재료를 필요로 하는 수업이 많아 재료비 부담이 더 큰 편이다. 조형미술 전공의 전공선택 수업 ‘입체기초조형’을 수강한 강다연(디자인조형17) 씨는 “교수님께서 과제로 모터 장치를 이용한 동적인 작품을 주문해 장치를 구입하느라 큰 비용이 들었다”며 “몇몇 학생들은 30만원이 넘게 지출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성과를 거두기 위해 일부러 재료비를 더 지출하는 학생들도 있다. 비싸고 좋은 재료를 구입해야 과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유리해서다. 18학번인 현 모 씨는 “과제 결과물에 욕심이 있는 친구들은 외부에서 재료를 재단해 오거나 스프레이를 색깔별로 구입해 돈을 정말 많이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금전적 부담에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은 부모에게 손을 벌리거나,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용을 마련하고 있다.

  디자인조형학부는 졸업요건으로 졸업전시회에 졸업작품을 출품해야 한다. 학교에서 전시 장소와 일부 금액을 지원하지만, 졸업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학생들은 졸업작품제작비와 전시 설치, 도록 제작 등의 부대비용을 포함해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대의 금액을 지출한다.

  졸업전시회에 기업체의 지원금을 받고 실물 제품을 출품했던 15학번 정모 씨는 “작품의 형식에 따라 다르지만, 실물 모형을 제작해야 하는 졸업작품의 경우 재료비를 백만원 단위로 지출한다”며 “지원금이 없었다면 비용적으로 큰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4학번인 심모 교우는 “졸업작품으로 평면회화를 준비해 재료비 자체는 40만원 정도를 지출했지만, 전시 설치비용이나 홍보에도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했다”며 “졸업전시회가 졸업에 필수적인 만큼, 학생들이 전시를 순탄하게 열 수 있도록 금전적 지원이 확대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실험실습비로 지원하지만 역부족

  학교에서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의 재료비 부담을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다. 디자인조형학부는 교과과정상의 실습 운영을 지원하는 ‘실험실습비’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실습 재료를 지원한다.

  실험실습비는 보통 재적 인원 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해, 학교 본부에서 각 학부와 단과대에 지급한다. 디자인조형학부 행정실측은 “수업 담당 교수 측에서 재료 조달을 요청하면 요청사항을 검토한 뒤 실습 재료를 구입하고 있다”며 “실험실습비 관리규정에 맞게끔 비용을 지출한다”고 전했다.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는 작년 4월 교육권리찾기운동의 의제로 ‘재료비 문제’를 제시했고, 이를 학부와 지속해서 논의해왔다. 소범수 디자인조형학부 학생회장은“이전까지는 전시단체관람에 대한 지원을 제외한 재료비 지원이 많지 않았다”며 “작년 학생회의 사업을 계기로 학부 측의 재료비 지원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이러한 지원이 부담을 크게 완화하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조형 전공인 18학번 이모 씨는 “학교에서 지원해주는 재료는 한두 번 정도 재료의 특성을 알아보는 데는 매우 유용하지만, 작품 제작에 사용하기엔 부족한 양”이라고 말했다. 현모씨 역시 “지원받는 물품은 공동으로 쓰는기계, 연필깎이, 종이테이프 정도”라며 “지금도 과제에 필요한 재료가 비싸서 같이 공동구매할 친구들을 구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예술대학의 관행이 된 재료비 부담

  실습 재료비 부담은 본교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다. 대다수의 예술대학 학생들은 수업 과제나 졸업작품 준비를 위한 재료비를 개인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예술대학 학생회가 모여 출범한 ‘예술대학생네트워크’가 2017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설문에 응답한 4272명의 학생 중 38%(1623명)의 학생들이 한해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등록금 외 실기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정혜인(서울시립대 환경조각학과19)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과제 제작에 재료비를 2배가량 더 지출해야 해 걱정”이라며 “등록금이 비싼 다른 예술사립대는 재료비가 더 심하게 부담될 것”이라고 전했다.

  예술대학생네트워크는 ‘재료비 개인 부담은 예체능계열의 등록금이 교육비로 환원되지 못한 증거’라는 입장이다. 신혜슬 예술대학생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실습 재료의 사비 부담 문제에 대해 “개인 창작물을 위한 재료라고 해도 학교 교육의 일환으로 행해지는 것이므로, 작품이 개개인의 능력이 아닌 소득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동시에 ‘자유로운 예술 활동은 금전적부담이 큰 게 당연하다’며 책임을 학생에게 떠넘기는 사회적인 인식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부 학생들은 “실습재료는 대부분 소모성 품목으로 지원 시 그대로 개인에게 귀속돼 버리기 때문에 부담스럽지만 학교 측에 많은 지원을 요구하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글|이정환 기자 ecrit@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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