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조명이 켜지면 정연한 대열을 갖춘 무리가 무대에 오른다. 심장을 뒤흔드는 리드미컬한 음악이 공기의 흐름을 바꿔 놓으면, 시선을 빼앗는 강렬한 무대가 시작된다. 중앙스트리트댄스동아리 KUDT(회장=박수현, Korea University Dance Team)는 매년 본교 축제의 중심에서 완벽한 무대를 선보인다. 완벽함 뒤에 숨어 있는 치열한 연습과 춤을 향한 애정으로 온종일 불 꺼지지 않는 그들의 현장을 찾아가 봤다.

2018년 입실렌티에서 KUDT 멤버들이 단체 무대를 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2018년 입실렌티에서 KUDT 멤버들이 단체 무대를 관중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작은 스피커로 시작한 춤꾼들의 터전

  KUDT는 거울도 없는 지하에서 작은 스피커 하나와 함께 출발했다. 1998년 작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위해 몇몇 사람이 모인 것을 계기로 본교 유일 스트리트댄스동아리 KUDT의 역사가 시작됐다. 창설된 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 KUDT는 고려대가 자랑하는 댄스 동아리로 성장했다. 매년 140여 명의 신입생과 50여 명의 주축 멤버들은 대동제, 입실렌티, 고연전 공연, 정기 공연 등 수차례의 무대를 소화하고 있다.

  춤을 사랑하는 KUDT의 열정은 국경을 초월한다. KUDT 부원들의 국적이 다양한 만큼, 동아리 전체 공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3개 국어로 진행된다. 언어의 장벽은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본 실력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KUDT에선 실력보다는 열정이 더 중요한 가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적도, 실력도 아닌 그들 모두가 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왕주기(王卓琪, 문과대 일문19)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배운 춤을 대학생 때도 이어나가고 싶어 KUDT에 가입했다. “춤에는 열정만 있고 소질은 없지만, 선배들이 잘 이끌어주신다고 해서 들어왔어요!” 원채우(자전19) 씨도 앞으로의 동아리 생활에 설렘을 드러냈다.

중간고사 후 첫 정기연습 시간에 왁킹 장르의 신입생들이 '암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중간고사 후 첫 정기연습 시간에 왁킹 장르의 신입생들이 '암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힘들어도 춤이 좋으니까

  KUDT 무대는 다양한 장르가 특색이다. 얼반, 하우스, 락킹, 팝핀, 힙합, 왁킹, 브레이킨 총 7개의 장르별로 나눠 공연을 준비한다. 신입생들이 처음 댄스 장르에 입문하게 되면, 선배인 주축들이 나서 신입생들이 해당 장르의 춤을 원활히 출 수 있도록 기본기 연습을 도와준다.

  “팔 꺾이면 안 돼요! 힘들어도 팔은 계속 돌려야 해요.” 팔 동작을 이용한 화려한 군무를 선보이는 왁킹 장르의 기본기 연습은 팔을 자유자재로 흔들 수 있도록 돕는 암트레이닝위주로 진행된다. 또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춘 화려한 발 재간이 특징인 하우스 장르는 최대한 날렵하게 발을 움직이는 스텝동작을 중심으로 기본기 연습이 이뤄진다.

  처음 기본기를 접한 신입생들은 낯선 동작에 머뭇거리며 당황하는 듯하지만, 곧 옆에 선 주축 선배들의 동작을 따라 하면서 자연스럽게 박자에 몸을 맡긴다. 이후 짤막한 쉬는 시간이 주어지자 신입생인 유진아(刘真娥, 경영대 경영17) 씨는 바로 주저앉아 숨을 돌린다. “연습하고 나니까 배랑 다리가 너무 아파요. 근데 재밌어요.” 첫 연습에 몸살을 앓는 신입생을 바라보는 주축들은 신입생들이 기본기를 충분히 다지도록 옆에서 더 꼼꼼히 지켜본다. 한학기 동안 매주 4시간이 넘는 기본기 연습과 웨이트 트레이닝을 진행한 신입생들은 고연전 공연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설 수 있게 된다.

  이들이 1년간의 활동을 거쳐 주축이 되면, 직접 안무와 대형을 짜 대동제, 입실렌티 등 KUDT 무대의 대부분을 소화하게 된다. 주축 멤버는 신입생의 연습을 도와주면서 틈틈이 다음 공연 안무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번에 안무가가 돼서 대동제 공연의 안무를 짜게 됐는데, 처음 하는 일이라 쉽지만은 않네요.” 박혜원(보과대 바이오의공학17) 씨는 이번 대동제 공연에서 처음으로 얼반 장르의 안무가를 맡았다. “고비는 있었지만, 그래도 동기들이 잘 따라와 줘서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정식 활동을 마친 후 OB가 된 멤버들도 연습에 꾸준히 참여하며 후배들을 든든히 뒷받침해주고 있다. 함께 브레이킨 댄스를 추고 있던 OB 안준현(공과대 신소재16) 씨는 “KUDT에 오래 남는 사람들은 정말 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2018년 고연전 폐막제에서 연세대 중앙스트리트댄스 동아리와 댄스 배틀을 하고 있는 모습
2018년 고연전 폐막제에서 연세대 중앙스트리트댄스 동아리와 댄스 배틀을 하고 있는 모습

 

  무대에 설 그날을 상상하며 한 번 더

  “한 번 더! 다시 한번 해보자.” 지금 KUDT5월에 있을 대동제와 입실렌티 공연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신입생 연습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정기 연습시간 이외에 주축 멤버들은 팀별로 약속을 잡아 밤늦게까지 연습을 진행한다. 시험기간 동안 안무와 대형을 짜온 안무가가 하나씩 안무를 설명하면, 완벽한 군무가 만들어질 때까지 한 동작을 셀 수 없이 반복한다. 지칠 법도 하지만 모든 팀원의 동작이 완벽히 맞아떨어진 순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희열은 그들이 계속해서 연습을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무대를 완성한 후에도 그들은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대동제 공연에 서기 위해 석탑대동제 데모 영상을 촬영할 때, 그들은 늘 지어 보이던 미소를 잠시 지우고 진지한 눈빛으로 완성된 안무를 수행했다. 춤을 향한 진지한 애정은 그들의 무대를 더욱 단련시키고, 결과적으로 후회 없는 무대를 선보이게 한다.

  이시은(문과대 한국사17) 씨는 수십 번의 연습과 수차례에 리허설 끝에 5분 남짓한 무대에 오른 그 순간이 가장 짜릿하다고 말한다.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무대를 선보일 걸 생각하면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하게 되는 것 같아요.” 무대 위의 완벽하고 화려한 모습 뒤에는 동아리 구성원 모두의 셀 수 없는 한 번 더와 구슬땀이 숨겨져 있었다. KUDT가 모든 무대에서 당당할 수 있는 이유다.

 

| 이선우 기자 echo@

사진 | 최은영 기자 emilych@

사진제공 | KU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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