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이후,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돌아간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다. 30대 이하의 영농인구가 꾸준히 늘면서 고령화로 침체돼 있던 농촌에 젊은이들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생소한 농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의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젊은 층의 귀농과 귀촌을 적극 장려하는 다양한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새로운 경쟁력으로 승부수 던져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30대 이하 귀농 인구는 2013년 1174명에서 2017년 1340명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미래농업의 중추가 될 수 있는 청년 농업인의 육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지표는 귀농 인구”라며 “그중에서도 40세 미만의 청년 귀농 인구의 규모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청년영농계의 긍정적인 신호”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귀농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의하면 ‘자연이 좋아서’가 26.1%로 1위,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이 17.9%로 2위를 차지했다. 또한, 귀농귀촌 유형 중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 생활 후 연고지로 돌아오는 ‘U형’이 귀농자의 53%, 귀촌자의 37.4%로 가장 많았으며, 도시에서 태어나 비연고지로 이동하는 ‘I형’이 귀농자의 17.9%, 귀촌자의 29.4%로 뒤를 이었다. 마상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안정적인 경제활동이 어려운 도시 생활과는 달리 자신의 생계뿐 아니라 사람들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농업은 평생직장이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단순 귀농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아이템으로 창업을 시작하는 ‘청년 창업농’ 또한 최근 늘어나는 추세다. 작두콩 무카페인 커피, 굼벵이 즙, 식용곤충으로 만든 애견 간식 등 청년 창업농은 다양한 제품들로부터 시작된다. 여가벅스 여진혁 대표는 굼벵이를 엑기스화한 굼벵이 즙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여 대표는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귀농귀촌창업과정교육을 들었을 때배운 다양한 작물과정 중 산업곤충에 강한 매력을 느꼈다”며 “인간이 개척하지 않은 유일한 미개척시장이라는 생각에 굼벵이라는 아이템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동결건조사과칩, 표고버섯 스낵 등의 독특한 아이템으로 창업한 청년 농업인들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선발한 ‘대한민국 청년농부 100인’에도 포함되며 상품성이 입증되고 있다.

  또한, 청년 농업인들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홍보와 판매를 위해 블로그도 이용되고 있지만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플랫폼은 유튜브를 활용한 ‘농튜브’다. 농튜브란 농사와 유튜브의 합성어로 농업을 주제로 한 여러 콘텐츠들이 공유된다. 농튜버들은 그들이 몸소 체득한 기초적인 농업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며, 자신들이 재배하는 작물을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판매의 새로운 길을 확보하기도 한다. 농기계 사용법 등 자신의 소소한 농촌 일상을 공유하는 ‘청도 달콤한 농장’ 채널과 겨울철 수렵으로 잡은 멧돼지 먹방 등 흥미로운 콘텐츠를 선보이는 ‘버라이어티파머’ 채널은 각각 3만 6000명과 2만 1400명의 구독자를 얻어 인기를 끌고 있다.

 

  걸음마 돕는 다양한 지원사업

  농업에 입문하는 청년들은 대부분 부모가 영농에 종사하고 있어 해당 농업을 그대로 물려받는 ‘승계농’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농촌에 연고가 없는 청년의 경우 새로운 농지를 얻어 스스로 창업하는데, 이를 창업농이라 한다. 2017년 한국농수산대학 졸업자 1896명 중 창업농 수는 390명으로 부모에게 농사를 물려받았거나 부모와 함께 농업에 종사하는 991명의 승계농·협농의 3분의 1에 그쳤다. 부모가 기반을 닦아놓은 승계농과 스스로 시작하는 창업농은 소득수준과 농촌 적응에 있어 격차가 불가피하다.

  이에 정부는 고령화된 농촌사회에 청년을 유입시키고 창업농을 시도하는 청년 농업인들이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영농정착지원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이란 청년층의 농업분야 창업 활성화와 조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월 최대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최대 3년간 지원하고, 창업자금·농지 임대·영농기술 교육 등도 연계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창업농을 시작하는 청년들은 농업 기반을 마련하고, 농지를 구매하며, 농업 기술을 배워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다소 높다”며 “창업을 준비할 때 소득이 없는 기간을 지원해주고자 하는 것이 영농정착지원 사업의 취지”라고 말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창업농을 시작한 청년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판로개척과 유통분야의 지원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청년 농업인들이 선호하는 로컬푸드 매장, 상설 장터 등 직거래 유통경로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우수 직매장 인증’ 평가지표에 청년 농업인 참여를 독려하고 있으며, 그들을 대상으로 입점상담과 교육도 추진하고 있다.

  귀농 준비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기 위해 귀농귀촌종합센터는 ‘귀농닥터’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프로그램은 귀농을 준비하고 있거나 귀농 초기 어려움을 겪는 초짜 농부들을 경험이 많은 전문농업인들과 연결시켜줘 실전 상황의 농업지식을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귀농닥터로 활동 중인 전영식 굿모닝 딸기농원대표는 “귀농닥터는 귀농 및 귀촌의 안정적 진입을 위해서 조력자 역할을 수행한다”며 “동시에 분야별 전문가로서의 도우미 역할도 한다”고 덧붙였다.

 

  탄탄한 준비 위한 교육 이수도 필수적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귀농을 위한 평균 준비 기간은 27.5개월이며, 예비귀농인은 기술을 배우는 등 다양한 준비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중 지식과 기술을 체득하기 위해선 교육 이수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2018년 귀농귀촌 실태조사에 의하면 오프라인에서 귀농귀촌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이들의 소득은 5년간 1523만원 증가한데 비해 그렇지 못한 이들의 소득증가는 685만원에 그쳤다.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제공하는 교육은 크게 민간교육과 현장실습교육, 귀농귀촌교육 세 가지가 있으며 귀농하는 청년 창업인들이 교육을 수강할 수 있도록 지자체별 관리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마상진 연구원은 “3년간의 정부 지원이 있어도 농촌에서 농업을 업으로 삼아 정착하기란 쉽지 않다”며 “귀농귀촌종합센터에서 주거, 적응을 위한 기초교육과 기술교육을 이수하고 농사 체험과 현장실습을 해보는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한국농수산대학 또한 청년 창업농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농업계통의 6차산업 혹은 유통마케팅 강의 등 교양과목을 통한 교육뿐 아니라 졸업을 앞둔 학년을 위한 창업설계교육도 마련돼 있다. 또한, 2학년의 경우 현장실습의 기회가 주어지며 교내에 설립된 창업동아리와 창업교육센터가 학생들의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 관계자는 “영농 시작에 있어 지원금신청을 위한 교육이 필수적”이라며 “학교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골고루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 | 이다솜 기자 romeo@

인포그래픽 | 중앙일보디자인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