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7 20:22 (화)
"혼자 컴퓨터 붙잡지 말고 같이 놀아요!"
"혼자 컴퓨터 붙잡지 말고 같이 놀아요!"
  • 박성수 기자
  • 승인 2019.05.08 00: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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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보드게임동아리 '뇌의주름'

  사람의 뇌는 왜 주름져 있을까. 뇌가 펼쳐져 있을 때보다 뭉쳐있을 때 더 많은 신경세포를 수용할 수 있어서다. 두뇌를 많이 사용하는 고등동물일수록 뇌의 주름이 많다고 한다. 학생회관 416호에는 매주 월·금 저녁마다 전략적 사고를 거듭하며 뇌의 주름을 하나씩 늘려가는 보드게임 현장이 펼쳐진다. 바로 중앙보드게임동아리인 뇌의주름’(회장=김성현)의 정기모임(정모)이다. 새벽 동이 트는지도 모르고 몰두하게 만드는 보드게임의 매력을 찾아 나섰다.

 

  때로는 경쟁하며, 때로는 협동으로

  429() 오후 6, 학생회관 416호가 왁자지껄하다. 회원들은 여기저기 무리 지어 저마다 게임을 즐기고 있다. 오늘의 인기 게임은 크레이지 타임이다. 참가자들은 순서대로 카드를 펼치며 시간을 외치는데, 외친 시간과 카드의 시간이 일치하면 재빨리 중앙의 카드를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카드를 다 소비해야 승리하는 게임에서 손을 제일 늦게 내민 사람은 카드를 5장씩 받는 벌칙을 받는다. “열시!”, “열한 시!”, “아얏!” 강하게 맞부딪히는 손바닥들에 어느새 손등은 빨갛게 물들어간다. 누가 맞는지 틀린 진 잘 몰라도, 서로 손을 내미는 어마어마한 속도에 일단 웃음이 터진다.

 

왁자지껄한 동아리방 한쪽에서는 조용히 치열한 전략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왁자지껄한 동아리방 한쪽에서는 조용히 치열한 전략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라운드가 거듭되면 새로운 규칙이 추가된다. 이번 규칙은 세모 모양의 시계가 나오면 다음 사람은 말해야 하는 시간에 두 시간을 더한다이다. 규칙이 추가될수록 손을 내밀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눈치싸움이 치열해진다. “느려요. 느려! 다른 사람이 손을 낸다 싶으면 일단 뻗고 봐요.”

  이처럼 눈치싸움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게임이 있는가 하면,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게임도 있다. ‘5분던전5분 동안 몰아치는 몬스터를 참가자들이 함께 처치하는 카드게임이다. 팀원들은 몬스터를 쓰러뜨리기 위해 협동심을 발휘해 필요한 카드를 내야 한다.

  뇌의주름 회원들이 매주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하며 꾸준히 다져온 실력과 친목은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주최하는 전국대학 보드게임동아리대전 KUB’ 2015년 종합 준우승, 2016년 종합 우승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홍윤기(문과대 심리14) 씨가 이끈 팀은 환상의 팀워크로 ‘2018년 전국대학 보드게임동아리대전‘5분던전종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대회 전부터 호흡을 맞추려고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모여서 연습을 했어요. 그 덕분에 우승했던 것 같아요.”

 

  게임과 함께 펼쳐지는 어울림의 장

  오후 7시쯤 신입회원인 유승민(정보대 컴퓨터19) 씨가 수줍게 동아리문을 두드린다. “가이아 할까?”, “아니야, 그건 너무 어려워. 차라리 한밤의 늑대인간 어때?” 보드게임을 잘 모르는 신입회원이 가볍게 입문할 수 있도록 기존 회원들이 너도나도 달려들어 적당한 게임을 고르고, 설명에 나선다. 이동호(생명대 생명과학15) 씨는 게임 규칙을 설명하는데 능숙하다. “처음부터 설명을 잘한 건 아닌데, 제가 신입일 때 설명을 자주 해주시던 분에게 많이 배웠어요. 신입회원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명해주는 게 기존 회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동호(생명대 생명과학15) 씨가 회원들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이동호(생명대 생명과학15) 씨가 회원들에게 게임 규칙을 설명하고 있다.

 

  정모는 매주 월·금 오후 5시부터지만,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김성현 회장은 매번 진행 방향이 달라지는 보드게임 특성 상 여러 번 게임을 하다 보면 막차를 놓치는 건 일도 아니라고 설명한다. “예전에는 아침 6시까지 게임을 하다 같이 아침을 먹고 헤어질 때도 많았어요. 게임을 하다 보면 그냥 시간이 녹아버리죠.” 김 회장은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는 점을 보드게임의 매력으로 꼽는다. “저희 동아리는 자기소개를 따로 하지 않아요. 게임을 하다 보면 어차피 다 친해지거든요. 서로 이름을 모를 때는 그때 같이 게임했던 늑대인간님?’처럼 게임 내 역할로 기억하기도 하죠.”

  이처럼 남녀노소 쉽게 어울릴 수 있는 보드게임의 장점 덕분에 뇌의주름에는 외국인 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타대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활동하고 있다. 서정수(문과대 사회14) 씨는 보드게임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보드게임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사람들이랑 만나서 같이 논다는 게 매력적이죠. 혼자 PC방 가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노는 게 재밌어요.” 김민석(연세대 물리18) 씨는 연세대 보드게임 동아리 소속이지만, 뇌의주름 동아리 방에도 자주 방문해 게임을 즐긴다. “뇌의주름은 연세대 보드게임 동아리보다 조금 더 자유로워요. 보드게임 동아리는 보통 회원들이 좋아하는 게임만 반복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는 새로운 게임을하는 데 적극적인 편이에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뇌의주름의 가장 큰 장점이다. 김성현 회장은 공식적이고 강제적인 동아리 행사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처음 오는 분들이 자유롭게 어울려 보드게임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기존 회원들이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니 언제든 학생회관 416호로 찾아와서 보드게임을 즐기시면 돼요.”

 

박성수 기자 fourdollars@

사진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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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민 2019-05-08 16:10:52
동아리의 분위기가 잘 나와서 기쁘네요
기사를 보고 신입 회원이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