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태 교수는 "수학은 정직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학문"이라며 수학의 학문적 매력을 소개했다.
김강태 교수는 "수학은 정직하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학문"이라며 수학의 학문적 매력을 소개했다.

 

  세계적인 학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를 세상에 선보이는 무대인 SCI(Science Citation Index)에 국내 학자가 편집위원으로 이름을 올렸다. 2000년 국내 학자로는 최초로 SCI급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으로 선임돼 화제를 모은 김강태(포항공대 수학과) 교수다. 복소미분기하 권위자인 그는 복소미분기하학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수학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 수학은 정직한 학문이라는 김강태 교수를 포항공대의 연구실에서 만났다.

 

  -교수님이 연구하시는 기하학은 어떤 학문인가요

  “기하학은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학문입니다. 기하학을 설명하려면 기원전 3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유클리드(Euclid) 교수는 당시에 측량, 건축, 천문 등 약 155가지의 광범위한 학문 분야의 기술과 이론을 5개의 원리로 요약합니다. 그리고 그 농축된 5개의 원리로부터 당대의 지식을 재구성해 300여 개의 이론으로 만들어냅니다. 수학이란 용어조차 없던 시절, 학문에서 왕도를 찾고자 한 것이죠. 이때 도출된 300여 개의 이론이 도형 및 공간의 성질에 대한 연구인 유클리드 기하학의 시작이 됩니다. 그 이론에서 오늘날의 기하학이 파생된 거죠.

  당시의 기하학은 삼라만상(參羅萬像)과 인간 정신의 천변만화(千變萬化), 그리고 그 원리를 설명하려는 시도였어요. 또한 기하학은 나라를 다스리는 학문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 기하학을 활용해 땅의 면적을 재고 토건 공사를 하는 일들이 당시 국가를 이루고 통치하는 데 주요한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죠. 길이를 잴 때 사용하는 도구를 자를 영어로 ‘ruler’이라고 하잖아요. 나라를 다스리는 것(rule)과 기하학의 상관관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그렇다면 복소미분기하학은 어떻게 생겨났나요

  “유클리드의 기하학이 생겨나고 2000년이 흐른 뒤, 기하학에 새로운 연구 방법이 제시됩니다. 바로 좌표 개념(Cartesian Coordinate)을 기하학 연구 문제에 도입한 겁니다. 직교좌표계를 이용해 수와 식으로 기하학의 문제를 표현할 수 있게 된 거죠. 표현된 수식을 단순화해 간단한 형태의 또 다른 수식으로 변환시킨 다음 기하학의 언어로 다시 환원하는 과정도 시도됐죠. 이렇게 수와 식을 기하학의 언어로 환원시켜 문제를 바라보는 과정을 바로 해석기하학이라 합니다. 제가 연구하는 복소미분기하학은 해석기하학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18세기 후반 들어서 개발된 미적분학은 계산 과정을 더욱 용이하게 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를 거치면서 더 많은 수학 연구가 이뤄지기도 했고요. 앞서 설명한 해석기하학 중 수식을 이용해 계산의 결론을 찾는 과정에 미적분학이 도구로 더해진 것이 미분기하학입니다. 근래에는 수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범위가 복소수(complex number)로까지 나아가게 됩니다. 함수가 실수 범위에서 복소수까지 확장된 복소함수론이 가미된 철학적 학문이 복소미분기하학입니다.”

 

  -교수님께선 해석학과 기하학 사이의 중첩점을 찾으시는 건가요

  “도형과 공간에 대한 연구라는 광범위한 기하학의 문제를 해결하는 주요 방법으로 해석학적인 방법론이 사용됩니다. 기하 문제를 수와 식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해 계산의 결론을 도출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해석학적 방법론인 거죠.

  해석학과 기하학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때로는 해석학의 주요 연구문제 중에서도 기하학적인 안목과 기법, 방법론을 통해 설명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가 많습니다. 제가 연구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죠.”

 

  -복소다양체(complex manifold)는 무엇인가요

  “함수론의 문제를 해결할 때, 함수론적 접근 자체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기하학적으로 생소한 입체 위에서 함수론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죠. 복소다양체는 계산이 용이하게 이뤄질 수 있는 곡면 구조를 말합니다. 건물을 올리기 전 기초를 다지듯이 복소함수론에서의 함수가 뛰어놀 수 있게 다진 기초가 복소다양체인 것입니다. 복소미분기하학에서는 필요한 복소다양체를 만들어주는 것뿐 아니라 어떤 복소다양체가 서로 같고 다른지, 그것들을 분류하고 특징을 연구합니다.”

 

  -교수님의 주요 학문적 업적 가운데 리만 함수 정리에 관한 것이 있습니다

  “리만 함수정리는 1851년 리만(Georg Friedrich Bernhard Riemann) 교수의 강의노트 끝부분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우리에게 미해결의 난제 리만 가설로도 유명한 리만 교수는 무척이나 똑똑한 수학자인 것엔 틀림없지만 명쾌한 분은 아니셨던 것 같습니다. 리만 교수가 이때 선보인 증명은 매우 창의적이었지만 논리적으로는 개요를 스케치한 정도라 그의 증명을 온전히 이해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군데군데 끊기고 오류가 있었죠. 많은 이들이 미완성이었던 증명을 리만 교수가 제시한 아이디어로 정확히 구현하려 노력했지만, 꽤 오랜 세월 동안 이는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오늘날 교과서에 실린 리만 함수정리의 증명도 리만 교수가 처음 의도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시도돼 증명된 1930년의 증명입니다.

  제가 한 일은 이 리만 교수의 본래 방식대로 그의 증명을 완벽히 정리해서 논증을 완결한 것입니다. UCLARobert. E. Greene 교수와 리만 교수의 아이디어를 현대 수학 논증에 맞게 정확히 다듬고 끊어진 곳을 이어 전체적으로 보수해 구현해냈죠.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저의 이름을 붙여 부르지만 저는 그때마다 이것은 나의 정리가 아니다라고 말해요. 이것은 어디까지나 리만 교수의 아이디어였고, 저는 그것을 보수하는 과정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완성한 것뿐입니다.”

 

  -센터장으로 계셨던 기하학연구센터에선 주로 어떤 연구를 진행하나요

  “기하학연구센터는 순수 이론과 응용 기하학의 분야에서 여러 결과를 도출해냈습니다. 순수이론 분야에서는 함수의 복소해석성을 판정할 수 있는 Forelli 이론을 비선형 엽층구조의 경우까지 일반화해 모든 차원에 적용될 수 있는 이론을 발견하고 정립, 증명했습니다. 또한, 리만 곡면의 모듈리 공간 중에서 새로운 구성을 찾아 발표했으며, 기하학적 복소함수론의 비유계 영역의 쌍곡성에 관한 미해결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응용 연구도 진행했는데, 그중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들자들의 의뢰를 받아 데이터 축약에 필요한 이론을 정립한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컴퓨터 파일의 데이터 크기를 변환했을 때 생기는 데이터 손실 문제를 해결할 때 수학적 접근이 필요했던 거죠. 이에 대해 연구센터의 수학자들과 컴퓨터과학 전공자들이 협업해 제기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인력 양성도 물론 중요한 임무였습니다. 7년간 기하학연구센터에서 양성한 박사들과 훈련시킨 연구원들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여러 나라에 교수로 대거 임용됐어요. 저희 센터는 처음 주변에서 예상한 것보다 많은 것들을 이뤄냈습니다.”

 

  -현재 세계무대에서의 한국 수학계의 학문적 위치는 어떻게 되나요

  “이 부분에 관해서 제가 쉽게 대답할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가 연구하는 복소미분기하 분야에선 현재 우리나라 수학자들이 세계 유수 대학의 교수로 활동 중이고 그들의 실력은 이 분야 세계 정상급 학자들과 교류하는데 부족함이 없는 수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Korean Conference in Several Complex Variables’에 초대되는 것도 이 분야 세계 수학자들에겐 영광스런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현수 기자 hotel@

사진한예빈 기자 l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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