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생후 2개월이었던 또깡이와 저는 친구가 됐습니다. 깡이는 이름처럼 ‘깡’이 넘쳤습니다. 자신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주변 강아지에겐 시선도 주지 않았죠. 그 흔한 눈물샘조차 없었고 빠른 걸음걸이는 당차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산책이라도 하러 나가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을지도 모릅니다. 혼자 집을 지키던 시간이 많았던 깡이의 ‘최애’ 장난감은 조그마한 인형입니다. 요즘도 분홍색 돼지 인형을 입에 물고 다니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는데요. 보고 있으면 귀엽지만, 한편으로는 당차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 외로움을 극복하고 있던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답니다.

 강아지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라고 합니다. 중학생이었던 제가 대학교를 졸업 하는 동안, 깡이도 어느덧 14살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부쩍 걸음이 느려지고 잠자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최대한 천천히 보내며 무지개 다리를 건널 준비를 하고 있나 봅니다. 함께 한 시간이 너무 길어 조금씩 다가오는 헤어짐이 아직 무섭기만 합니다. 사람들은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길고 천천히 준비하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집에 가는 길에 깡이가 좋아하는 간식을 사서 가볼까 합니다.

 

류동현(인문대 사회13) 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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