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투 필요하세요?” 7개월간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가장 많이 해온 말이다. 최소 반을 넘는 손님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그럼 이걸 어떻게 들고 가란 소리예요?” 꽤 숙련된 아르바이트생은 최대한 태연한 척하며 말을 잇는다. “봉툿값 50원인데 괜찮으세요?” 그 순간 한낱 아르바이트생은 저 예민한 손님의 입에서 나올 반응이 두려울 뿐이다. ‘봉툿값 트라우마가 시작된 것이다.

이 트라우마는 올해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서 시작된다. 환경부는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전국 대형마트·백화점 및 제과점 등에서 쓰이는 일회용 비닐봉지의 사용을 제한했다. 그리고 농구장 하프 코트보다 작은 영업장만 유상 판매를 허용했다. 규제가 시행된 지 한 달가량 지난 지금, 비닐봉지의 사용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환경은 정말 더 나아졌을까.

비닐 남용이 줄었으니 언뜻 보기에는 규제가 먹힌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제재 대상인 일회용 비닐봉지만 줄었을 뿐이다. 아침 오픈 시간에 탑차로 들어오는 상품들이 이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 플라스틱이나 스티로폼으로 포장된 상품이 전보다 훨씬 늘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불만 사항을 반영한 생산자의 대응인 셈이다. 비닐의 분해 기간은 약 100. 이에 비해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의 분해 기간은 500년 이상이다. 또한, 수분을 포함한 제품 등에만 허용된 속비닐을 운반의 목적으로 잔뜩 집어가는 손님들도 자주 출현한다.

돈 받아? 50원씩 더 받아서 얻다 쓰게정이 없네.” ‘봉툿값 50을 요구했을 때 적지 않게 돌아오는 손님의 반응이다. 아르바이트생은 내일도 봉툿값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될까? 데자뷰 마냥 반복되는 트라우마 속의 주말이지만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손님들은 분명히 있다. 가져온 장바구니를 꺼내며 흐뭇하게 구매한 상품을 넣는 아저씨부터, 가게 문을 열자마자 아가씨~ 오늘은 나 봉투 챙겨왔어라며 자랑하는 아주머니까지. 그래도 세상은 아주 조금씩이나마 변화하고 있다.

 

이경은 기자 november@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