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학교와 법인에 대한 회계부분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8일 발표된 교육부의 감사 결과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과 고려대학교가 각종 회계 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작년 627일부터 76일까지 8일간 진행한 이번 감사는 2015학년도부터 2018학년도 1학기까지의 회계 자료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감사 결과는 이의제기와 소명 기간을 거친 뒤 약 10개월 만에 공개됐다. 교육부가 사립대의 회계감사를 시작한 2004년 이래 고려대가 교육부의 감사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수면 위로 드러난 본교 회계 비리

교육부가 지적한 사항은 모두 22건이다. 교비회계의 부적절한 집행으로 회수처분을 받은 금액은 85000만원에 달했다. 회수 처분 금액에는 교직원들에게 부적정하게 집행된 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증빙 없이 시간외근무 보상 명목으로 교직원들에게 525386000원이 집행됐으며, 3개 부속병원 교직원 13명이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에서 22차례 6318500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한 사실이 적발됐다. 의료원 퇴직 교원 27명에게 순금 30돈을 선물할 때 절반은 의료원에서 부담해야 하는데, 구매비용 전체인 15261만원을 교비회계로 집행하기도 했다.

일부 교직원의 부당한 회계처리 행위도 드러났다. 퇴임하는 전임 비서실장에게 543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선물하기 위해 교직원이 영수증을 허위로 처리한 행위가 발각됐다. 해당 직원은 개인 신용카드로 세 차례 분할 결제한 뒤 영수증을 다른 카드 영수증에 섞어 제출했고, 교비회계에서 돈을 돌려받았다. 한 교수는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3040만원의 연구비를 부당하게 집행했다. 이밖에 해외 출장을 가면서 규정상 정해진 교무위원이 아닌 장· 차관 기준으로 정산해 전임 총장에게 여비를 1172만원 초과 지급한 행위 또한 적발됐다.

교육부의 처분, 총장 입장문 게재돼

교육부는 22건의 지적사항에 대해 시정할 것을 권고하며 교비 85000만원의 회수와 함께 주의 38, 경고 156, 경징계 3, 중징계 3(2명은 문책)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현행 사립학교법에 의하면 교육부는 사학에 징계나 시정을 강제할 권한이 없어 요청한 처분이 직접적으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사학감사담당관실 김대은 담당관은 지적한 건이 시정되도록 계속 이행 관리를 할 것이라며 시정이 안 될 경우 학교에 행정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사립대학에 가할 수 있는 행정 제재로는 정원동결, 정원감축 등이 있다. 학교 측은 지난 9일 포털 사이트에 정진택 총장 명의의 입장문을 게재하며 고대 구성원들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진택 총장은 입장문을 통해 교육부 지적 사항의 시정과 제도의 보완을 진행 중이며, 관련자 징계 등의 후속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혁신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과 함께 제도를 정비하고, 자체 교육 및 내부 감사를 철저히 해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본교는 매년 내부 감사를 시행해왔지만 위반 사항이 지적된 적은 없었다.

정경대 후문에 회계 비리를 비판하는 대자보가 게시됐다.

 

곳곳에서 표출된 학생들의 실망감

이번 일에 관한 본교생들의 반응은 실망감과 분노였다. 지난 8일 고파스와 에브리타임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육부 감사 결과 소식이 전해지자 부끄럽다’, ‘화난다’, ‘충격적이다라는 의견이 쏟아졌다. 임시헌(문과대 한국사16) 씨는 강사법 개정엔 대학 재정의 위기라고 호들갑 떨더니 뒤에선 퇴임 교직원들 선물 사는데 등록금이 쓰였다니 배신감을 느낀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지난 10일 오후 1시경 정경대 후문 앞에서는 회계 비리를 규탄하는 유종헌(미디어13) 씨의 1인 시위도 있었다. 유 씨는 이번 감사 결과는 학교가 자정 능력을 잃었음을 방증 한다책임자들은 모두 보직에서 물러나야 하고 학교 당국은 앞으로 처벌 과정과 감사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박효주 간사는 학생들은 학교 외부 감사인 선임 관련해서 추천권 또는 선임권을 충분히 요구할 자격이 있다재발 방지책 마련을 위해 학생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51대 서울총학생회 ‘SYNERGY’(회장 =김가영, 서울총학)는 지난 9일 새벽 서울총학 홈페이지를 통해 비리로 점철된 대학, 누구를 위한 대학인가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서울총학은 입장문을 통해 학교 측에 투명하고 합리적인 재정 운용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확립과 규정 정비를 통한 내부 자정작용 강화를 촉구했다. 김가영 서울총학생회장은 이와 관련해 매주 월요일 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일, 유종헌(미디어13) 씨가 정경대 후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셀프 감사’, 지적 사항 극소수 불과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사립대학은 내부 감사뿐만 아니라 독립된 회계법인으로부터 매년 외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한다. 외부 감사인은 교육부가 고시한 사학기관 외부회계 감사 유의사항에 따라 법규 위반 및 부정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번 교육부 회계감사의 감사대상 기간이었던 2015학년도부터 2017학년도까지 본교는 삼정회계법인과 삼덕회계법인을 외부감사로 선임해 감사를 받았지만, 위반 사항을 지적받은 적은 없었다. 한 회계사는 외부 회계감사는 시간과 샘플의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번 교육부 감사와 접근 방식이 다 를 수 있다외부 회계감사에서는 전체적인 재무제표의 적정성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외부 회계감사에 의한 지적 사항이 전무하거나 극소수에 불과한 건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20188월 국민권익위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71월에서 20187월까지 교육부 감사 후 결과가 공개된 30개 사립대의 지적 건수는 350건이나 외부회계감사 지적은 4개교(7)에 불과했다. 사학진흥재단이 사립대의 외부 회계감사가 기준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하게 수행됐는지 감리한 결과 최근 3년간 50개 사학법인에서 법령위반 153건을 포함해 총 1106건이 지적되는 등 위반사항이 대거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감사를 받아야 하는 학교법인이 자신을 감사할 회계법인을 직접 선택하는 방식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학교법인의 외부 감사 셀프 선임으로 인해 심각한 이해상충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회계감사인에게 있어 학교법인으로부터의 독립성확보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용진 의원은 지난 3월 사학법인이 3년 연속 외부감사인을 직접 선임한 경우, 이후 2년간 교육부장관이 정한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를 받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이준성 기자 mam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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