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비즈니스가 새로운 일거리로 떠오르며 신()노동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고용주-근로자 2면관계가 노동수요자-플랫폼-노동공급자 3면관계로 재편된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다. 근로자처럼 사업주에게 경제적으로 전속돼 노무를 제공하지만, 종속성이 없다는 이유로 노동법이 보장하는 권익을 보호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사고 위험이 큰 노동환경에 처한 배달 라이더의 문제는 심각하다. 법은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는 자영업자와 근로자 사이의 회색지대를 통해 이들을 보호하고 있지만, 미비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 엇갈리는 해석

  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매개한다. 예컨대, ‘배달의 민족은 음식점(공급자)과소비자(수요자)를 연결해준다. 소비자는 플랫폼의 도움을 받아 보다 편리하게 음식점에 접근할 수 있다. 음식점 역시 플랫폼 덕에 소비자에게 더 많은 음식(재화)을 공급할 기회를 얻는다. 핵심은 플랫폼이 재화뿐만 아니라, 서비스(노동)를 중개한다는 것이다. ‘배민라이더스는 음식점과 라이더를 매개한다. 여기서 오고 가는 것이 배달 노동이다. 배달 노동이 필요한 음식점은 배민라이더스를 통해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지 않아도 서비스(노동)를 공급받을 수 있다. 또한, 라이더도 기존 배달원과 다르게 한 음식점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한 음식점에 노동을 판매할 수 있다. 이렇게 노동수요자-플랫폼-노동공급자 사이에서 거래되는 노동을 보통 플랫폼 노동이라 한다.

  일상에서 쉽게 마주할 수 있는 플랫폼 노동자는 부릉(Vroong), 생각대로, 바로고, 배민라이더스 등 배달대행플랫폼업체에서 일하는 라이더다. 기존 배달대행업은 오프라인으로 운영됐지만,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며 어플(application)을 이용한 배달대행앱이 등장했다. 하태희(군산간호대 간호학과) ‘법과 생활과목 담당 교수는 배달대행서비스분야에서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하지만 이들의 법적 지위를 둘러싼 갈등이 있다고 했다.

  노동계는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도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근로자로 인정해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의 법적 지위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근)’로는 노동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근 노동자는 산재보험을 원해도 보험료 반액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고, 사실상 임의가입된 형태다. 반면,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한 근로자로 인정받으면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들은 산재보험 강제 가입 대상이 된다. 보험료는 플랫폼 업체가 전액 부담한다. 또 고용보험, 건강보험, 국민연금 가입 시 자부담 비용이 줄어든다. 오진호 직장갑질119 총괄스태프는 현재는 배달하다가 사고가 나도 개인이 책임진다사용자와 노동자의 권력관계가 점점 더 불균등해지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경영계 입장은 반대다. 근로기준법 제2조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근로자로 정의한다. 사업이나 사업장에 종속된 노동자를 근로자로 보는 것이다. 박지순(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용종속성이 근로자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며 관리·감독 여부와 더불어 징계가능 여부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용종속성을 판단한다고 말했다. 주요배달대행플랫폼업체가 소속된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정미나 정책팀장은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는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플랫폼 업체에 종속된 게 아니기 때문이라 주장했다. “라이더들은 출퇴근 관리를 받지 않은 채 자율적으로 일한다고도 덧붙였다. 실제론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가 관리·감독을 받는 경우가 왕왕 있다. 플랫폼업체에서 라이더 근무 일정을 관리하는 식이다. ‘생각대로오산지사 이상민 팀장은우리 지사는 직원들 출퇴근을 관리하고, 쉬는 날은 시간 협의해서 정한다은근한 방식으로 관리·감독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SNS로 업무 지시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상민 팀장은 출퇴근 관리는 안 하지만 SNS 통해 누락된 오더를 강제로 배차하는 등 업무 지시를 내리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박지순 교수는 정상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채 이러한 방식으로 노무를 제공받는 건 불법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이런 경우가 있다고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 모두가 근로자라고 일반화할 순 없다위법한 부분은 법적 절차를 통해 시정하면 된다고 했다.

 

  법원, ‘라이더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현재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 대다수의 법적 지위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근)’. 특근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 125(특근에 대한 특례)에서 정의된다. 특근에 속하는 직업은 대통령령을 통해 세부적으로 정해진다. 대통령령은 보험설계사, 건설기계운전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등 9개 직업을 특근으로 분류한다. 대법원은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를 퀵서비스 기사로 해석했다(201649372, 201774719 판례).

  특근은 근로기준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와 다르다. 산재법 제125조는 근로자와 유사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지만,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사람 중 일정 요건을 충족한 경우특근으로 정한다. 가장 중요한 요건은 경제적 전속성이다. ‘주로 한 사업에 노무를 항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하면 경제적 전속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조성혜(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대개 한 사업에 50%이상 경제적으로 전속돼야 경제적 전속성을 인정한다경제적 전속성이 분명해야 산재보험료를 부담하게 할 사업주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정의되진 않지만, 산재법의 요건을 충족하는 노동자들은 특근으로 분류된다.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는 이론상 여러 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일할 수 있지만, 상당수는 한 플랫폼에만 노무를 제공하고 있어 경제적 전속성이 높다. 이러한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는 특근으로 분류돼 법적 보호를 받는다. 경제적 전속성이 낮으면 사실상 자영업자로 분류돼 산재보험에 가입해도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특근으로 인정받든, 인정받지 않든 근로자보다 현저히 처우가 열악한 셈이다.

 

  “산재 가입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특근으로 분류되는 배달대행플랫폼업체라이더 상당수는 산재법 특례조항에 따라 산재보험에 가입된다. 특근은 산재보험료의 50%를 자부담해야 한다. 근로자의 경우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근로자는 임의로 산재보험 가입을 해지할 수 없지만, 보험료 자기 부담분이 있는 특근은 산재법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특근이 보험료 압박에서 벗어날 여지를 열어두는 것이 입법취지다. 이에 산재법 적용제외 신청을 하는 특근이 대다수다. 보험료50%를 자신이 부담해야 하니, 특근 다수는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018특근 근로실태: 산재보험 적용 9개 직종을 중심으로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특근 중 산재에 가입되지 않은 근로자가68%.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비가입률이 61%로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 대다수는 산재보험을 가입하기엔 부담이 크다고 말한다. 이상민 팀장은 보험료 50%를 자부담해야 하니 산재에 가입시켜주려 해도 라이더들이 꺼리는 상황이라고 라이더들의 현실을 전했다.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는 사고 위험이 크다. ‘건수에 비례해 결정되는 보수체계 때문에 무리한 위험운전을 감행하는 라이더도 있다. 라이더들은 배달 건당 3000원가량의 보수를 받는다. 하루에 10만 원을 벌기위해선 약 50곳을 배달해야 한다. 하루 8시간 노동한다고 했을 때, 10분에 배달 한 건을 완수해야 10만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오토바이 리스비, 단말기 비용, 배달대행플랫폼업체 조끼 비용 등이 자부담인 업체도 있다. 사정이 이러니 라이더들은 한 건이라도 더라는 마음으로 무리하게 운전하는 것이다. 우버잇츠 박상빈(·33) 라이더는 사고를 안내려면 안전운전해야 하는데, 건당 단가가 낮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취약한 배달대행플랫폼업체 라이더를 위한 사회보장제도가 확대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조성혜 교수는 특근 대부분은 사회적 보호가 절실히 요구되는 집단이라며 이들을 표용하기 위한 복지제도를 고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순 교수는 현행 노동법 체계는 19세기 공장식 노동 환경에서 탄생한 것이라며 특근을 현행 노동법 체계로 끌어들여 근로자로 인정하긴 어렵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합한 노동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foxtrot@

일러스트장정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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