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4 18:35 (금)
켜켜이 쌓여있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서
켜켜이 쌓여있는 과거의 흔적을 찾아서
  • 전남혁 기자
  • 승인 2019.05.12 2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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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촌토성 발굴현장
몽촌토성 북문지 부근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몽촌토성 북문지 부근에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에선 몽촌토성 북문지 부근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시민의 휴식지 중 하나인 송파구 올림픽공원, 1988년 역사적 축제의 현장이었던 이 장소는 삼국시대에도 사람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바로 풍납동 토성과 더불어 한성백제의 왕성으로 추정되는 몽촌토성을 품고 있어서다. 현재 몽촌토성 북문지 일원에서는 고대인들의 물질문화를 밝히기 위한 발굴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한성백제로의 시간여행, 몽촌토성 발굴조사 현장을 담아봤다.

 

  유기물의 흔적을 가진 공동 우물집수지

  몽촌토성 북부, 녹색으로 펼쳐진 광활한 벌판에서는 봄나들이를 나온 시민들의 여유가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치열한 발굴조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1311월부터 시작된 발굴조사 현장에 들어서자, 거대한 지붕 아래에서 각종 도구로 발굴을 진행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현재 발굴조사가 이뤄지는 몽촌토성 북문지 내부의 경우 몽촌토성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지역이다. 따라서 우천 시 빗물이 가장 잘 모이는 지형을 가지고 있어 거대한 공동우물, 즉 집수지로 추정되는 장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발굴되던 토기 등의 유물 외에도 과거에 존재했던 유기물의 흔적을 찾아낼 수 있다.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이혁희 학예연구사는 현재 집수지에 대한 극히 일부의 조사가 이뤄졌지만, 고구려, 가야, 일본 등의 토기 이외에도 말머리뼈, 복숭아 씨앗, 버섯 등의 유기물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수지로 추정되는 지역은 한 변의 길이가 14m 정도로 삼국시대 최대급에 해당한다.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부분은 고구려 시기의 집수지이며, 그 아래에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백제의 집수지는 이보다 더욱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구려의 백제 침략이 이뤄진 이후, 백제인들의 집수지를 고구려인들이 줄여서 사용한 것이다. 고구려 집수지 한 층 아래에는 백제인들이 사용했던 집수지로 추정되는 부분이 나타난다. 이처럼 같은 지역이라도 수직 층에 따라 다른 시간대의 유적이 발견된다. 이혁희 학예연구사는 현재 고구려인들이 사용했던 집수지를 조사하고 있으며 이 지역의 유구 조사가 모두 이뤄져야만 백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수지에서 발견된 말 머리뼈
사진제공 |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집수지에서 발견된 복숭아 씨앗
사진제공 |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한 발자국에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집수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시기별로 고고학적 발굴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층서법이다. 인간의 활동 결과 나타나는 땅의 성질은 역사적 시기에 따라 문화층을 이루며, 이 문화층의 성질은 시기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구려인들이 밟던 땅에는 점토 성질이 많은 반면, 백제의 경우 자갈 성분이 비교적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문화층은 역사적 순서로 층을 이루며 퇴적된다. 따라서 한 층에서는 그보다 이른 시기의 유물은 섞일 수 있지만, 늦은 단계의 유물은 섞일 수 없다는 누중의 법칙을 따른다.

  층서법은 퇴적 지형이 발달한 곳에서 잘 적용할 수 있다. 현재 발굴이 진행 중인 몽촌토성 북문지 지역은 몽촌토성에서 가장 고도가 낮은 부분이기에 흙이 잘 쌓일 수 있는 퇴적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혁희 학예연구사는 현재 발굴조사가 진행되는 지역은 백제인들이 밟았던 땅 위로 고구려인들이 밟던 땅이, 그 위로 통일신라인들의 땅이 누층으로 쌓여있다마치 회를 뜨듯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며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층이 퇴적을 이루는 것은 발굴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지구인 집수지 지역에서 약 20m 떨어진 지구 발굴 현장에서는 통일신라시대의 문화층이 약 3분의 1, 이를 걷어낸 삼국시대 문화층이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표면에 드러난 땅이 신라시대 땅임을 증명할 수 있는 통일신라양식 기왓장 파편이 흙 사이에서 마침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 너머에는 삼국시대의 땅이 펼쳐져있다. 신라인들이 밟고 있던 땅에서 한 발자국만 내딛으면, 시간을 뛰어넘어 삼국시대 땅으로 이동할 수 있다.

고고학적 발굴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층서법’
사진제공 | 한성백제박물관 백제학연구소

 

  정밀한 도로구획으로 만들어낸 고대도시

  2013년부터 진행된 발굴현장에서 거둔 성과 중 하나는 백제와 고구려 시대 포장도로의 구조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풍납토성과 연결된 것으로 추정되는 포장된 10m 폭의 남북대로가 몽촌토성 북문지를 통과하고 있으며, 북문지 내부 집수지를 감싸는 회절교차로를 거쳐 다양한 방향으로 도로가 분기함을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도로의 구조는 현재까지 고대 도성유적에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혁희 학예연구사는 조사 결과 몽촌토성 내부에서 도로 구획을 따라 방형의 공간이 만들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다구획된 공간 내부에 각종 시설을 갖춰 도시를 형성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로도 집수지와 마찬가지로 백제의 도로 위에 고구려 도로가 덮여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혁희 학예연구사는 고구려 문화층 아래 백제 문화층을 시험적으로 조사한 결과 고구려단계 도로망과 백제시대 도로망에 큰 차이가 없었다이는 백제가 개발해 꾸민 도로망과 공간을 고구려도 수직으로 높였을 뿐 활용도 자체는 크게 바뀌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발굴조사가 이뤄지는 현장은 치열했지만, 조급해 보이진 않았다. 고고학적 작업은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시민들의 쉼터 한편에서는 고대인들의 생활과 문화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이 쉼 없이 펼쳐지고 있다.

 

전남혁 기자 m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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