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근대성의 출현을 이야기하는 대표적인 기구로 병원과 학교, 감옥을 예시로 든다. 저서 <감시와 처벌>에서 푸코는 근대 이전의 권력이 개인을 통치하는 방식으로 개개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반면 이로부터 일어나는 폭동 등의 반작용을 상쇄할 수 있는 개선된 방식으로서 권력은, 외적인 통제 대신 개인이 스스로 체제와 제도에 복속하는 유순한 신체로 훈육되는 형식으로 변화했음을 말한다.

  그중 감옥은 처벌기구로서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전근대 시대 감옥 형태가 지하 감방에 가둔 죄수가 죽건 말건 관심이 없었던 방식이었던 반면, 근대 이후의 감옥은 개인이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도록 훈육하고 갱생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그러므로 감옥을 살피는 일은 어떤 의미에서 근대 사회의 중심점을 찾는 일일 수도 있다.

  게임 프리즌 아키텍트는 이런 감옥의 일면을 조망하는 새로운 관점으로서 그 의미가 있다.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슬기로운 감빵생활등이 주로 죄수의 입장을 다뤘지만, ‘프리즌 아키텍트는 교도소 운영자의 관점에서 감옥을 대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는 미국 사설 교도소의 최고경영자 임무를 수행한다. 게임을 시작할 때 주어지는 건 텅 빈 부지뿐이다. 플레이어는 비어있는 부지 위에 기초 건물인 감옥부터 식당과 주방, 사무동과 면회실 같은 각종 부속 건물을 하나 하나 올린다. 말 그대로 플레이어는 교도소 시스템의 건축과 운영 전반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교도소를 건축, 운영하는 입장에서 게임하다보면, 감시와 훈육을 위한 시스템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제한된 부지 안에 감방을 건설하면서, 최대한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어내기 위해 플레이어는 빈 바닥부터 마음속의 측량선을 대가며 고민한다. 모든 감방에 적절한 감시가 자리하지 않으면 온갖 불법행위가 속출하는 감옥환경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진정한 파놉티콘(일망 감시체계)의 주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단순히 처벌을 위한 감옥 운영에 머무르지 않고 프리즌 아키텍트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개별 수감자들의 교화와 훈육을 최우선에 두는 시스템 흐름을 보여준다. 이송되는 수감자 모두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건물 추가 건설과 유지비 증가로 인해 교도소 운영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각종 교화프로그램, 수형자 노역 시스템과 함께 가석방위원회를 운영하며 최대한 빠르게 수감자를 순환시켜야 한다.

  흥미로운 부분은 이런 순환이 운영 시뮬레이션 게임의 묘미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미국의 사설 교도소 개념이 놓인 자본주의 시스템의 외주화라는 점을 포착해낸다는 것이다. 교도소 운영을 위해선 지속적인 수익과 안정적인 지출이 필요하고, 적당한 규모의 교도소에서 재소자의 신규이감과 출소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피드백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말이 아닌 규칙과 행동을 통해 현대 자본주의 체제가 파놉티콘이라는 감시, 훈육 체계와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알려준다.

  전적으로 공영제에 의해 운영되는 한국의 교도소 환경과는 사뭇 다르지만, 대중매체를 통해 인지도를 높인 프리즌 아키텍트는 근대적 권력기관을 직접 설계하고 그 작동방식을 확인해본다는 의미가 얹어지면서 재미 이상의 관점을 선사한다. 감방뿐 아니라 교실과 작업장을 모두 포괄하는 교도소 시스템의 의미는 여러모로 곱씹어볼 만한 주제를 제공한다.

 

이경혁 게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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