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개밥바라기별>. 문학동네

 

 

 

  이 책을 읽은 건 중학교 3학년에서 고등학교 1학년 즈음이었다. 당시에 내가 좋아하던 가수의 라디오에서 주구장창 이 책을 광고했기에 오기로 샀었다. 사놓고 읽지 않다가 그 가수가 DJ에서 하차할 때쯤 아 맞다!’ 하면서 읽었다. 읽으면서 별 재미를 느끼진 못했다. 소설의 시점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읽기 힘들었다. 소설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삶과 그 시대가 나의 그것들과는 괴리가 매우 컸다. 확실히 한 번 들면 놓지 못하고 계속 읽는 그런 부류의 책은 분명히 아니다.

  그런데도 가끔 먼저 문장이 생각나고, 그 문장이 적힌 부분이 생각나서 기어코 그 책을 읽게 된다. 이 책도 그런 책이다. 어느새 주인공보다 나이가 많아지고 나서야 주인공과 그 친구들의 어른이 된다는 것의 힘겨움과 불안함에 대해서 공감하게 됐기 때문일까.

  주인공은 장남으로서 엘리트가 되라는 기대를 받는 문학적 재능이 풍부한 소년이다. 소년은 결국 정해진 레일에서 탈피해 일용직 노동자, 어부, 빵 공장, 불가를 거친다. 집에 돌아와서 자살 기도를 한 뒤에, 베트남 전쟁으로 파병을 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그 과정에서 그가 겪는 끊임없는 외로움과 불안함과 그걸 공유하는 친구들과의 이야기가 이 소설의 백미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자라있었다. 소중한 것들이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를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불안감이 그를 계속 옥죄여 왔다. 그 불안감은 지금 현대의 우리에게도 유의미하다. 이미 잃어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어쩌면 자란다는 것,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야말로,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과정이라고, 그건 피할 수 없다고 작가는 소설을 통해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반드시 지켜야하는 무언가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날씨가 유난스레 오락가락하는 계절이다. 감기만 조심할 게 아니라 이별도 조심해야 하는 계절인 듯 싶다. 최근에 유달리 내 주변엔 이별을 맞이하는 커플들이 많았다. 절친한 친구도 이별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마음이 상대방에 의해 정리됐다.

  술에 취해 울면서 전화를 하는 그에게 마땅히 해줄 말이 없었다. 그냥 이 책에서 읽은 말을 해줬다. ‘이 나이 때 너가 좋아하는 것들은 다 딴 놈들이 채가는 거라고.’ 위로라고 하기엔 이상한 말이었지만 그 친구도 무엇인가 납득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것에 너무 익숙해지진 말도록 하자. 너무 아프지도 말기로 하자.

 

안정훈(미디어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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