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서 교수님과 진정한 유대를 쌓기란 쉽지 않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조례와 종례를 책임졌던 담임 선생님, 일주일에 서너 번은 보았던 교과목 선생님은 우리를 알았고, 우리들 역시 선생님들과 가까웠다. 물론 특별히 나를 야단쳤던 선생님, 우리 반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선생님 등 많은 분이 있지만, 오래 그리고 자주 본 만큼 쌓이는 정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학교의 교수님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우리는 대부분 교수님을 어려운 존재로 느끼고, 사적으로 보내는 메일도 몇 번씩 검토한다. 이 상황에서 감정적인 교류를 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우리 모두 특별히 관심이 가는 교수님이 한 명은 있을 것이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를 전공하고 계셔서, 수업 내용이 흥미로워서, 혹은 옷을 잘 입으셔서. 사소한 이유라도 우리는 누군가에게 관심을 가진다. 관심은 자연스럽게 기대로 이어진다. 오늘은 무엇에 대해 강의하실지, 어떤 말씀을 하실지, 어떤 옷을 입으실지.

  물론 교수님과 가까운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특히 저학년생들은 교수님과 교류가 거의 없다. 교수님이 본인의 이름을 아는 것을 신기해할 정도다. 그들에게 교수님은, 스승이라기보다는 ‘매주 일정한 시간에 만나는 사람’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깊고 끈끈한 관계를 맺어야만 스승인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이유로 호감이 가는 교수님 또한 나에게는 스승일 수 있다. 나중에 대학시절을 돌아보았을 때, 혹은 종강 후 성적표를 받았을 때라도. 그 수업을 들으면서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교수님은 나에게 특별한 스승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기다려지는 수업이 하나라도 있다면, 특정 수업의 교수님이 좋다면 너무 어려워하지 말고 교수님께 다가가 보자. 수업에서 궁금한 것이 있다면 손을 들고, 더 맑은 눈빛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대학에서 나에게 맞는 수업은 의외로 만나기 어렵기에. 그 몇 없는 만남에서, 질문하고 눈을 맞추는 정도의 작은 표현쯤은 기꺼이 할 수 있지 않을까.

이유림(미디어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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