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들어오고서 교수님들과 맺게 된 관계는 대학 입학 이전 초·중·고 시절 맺었던 사제 관계와 사뭇 다르다. 개개인들이 맺게 되는 스승과의 관계가 물론 천차만별이겠지만, 나의 경험으로 미뤄봤을 때 우선 대학에서의 스승은 교수로 좁혀진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전 학창시절에는 학원과 학교서 두 종류의 사제 관계를 맺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사교육의 메카라 불리는 대치동에서 거주했는데, 주변 대부분의 친구들이 학교의 담임만큼이나 학원의 강사들을 하루 중 긴 시간 접했다.

  주변에선 보통, 학원 강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가 공적인 관계에 그쳤다. 대형 강의를 진행하는 강사들의 경우 학생들과의 간극은 더욱 커졌다. 관계가 사제 간의 소통보단 일방적인 지식 전수에 초점 잡혀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강사로서 지식 전수라는 공적인 틀에 갇혀 사제 간에 의미 있는 소통을 기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반면, 학교에서의 교사들은 꽤 많은 경우 지식 전수보단 학생들과의 진심 어린 소통에 대해 생각해주셨다. 그것은 내가 졸업 후 스승의 날에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을 찾아뵙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흔히 말하는 이상적인 스승상(像)과 이 경우가 좀 더 가까이 있다고 생각한다.

  두 관계의 차이는 소통과 역할의 목적성에 있다고 본다. 교수자로서 가치 있는 정보를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도 물론 좋지만, 의미 있는 사제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선 제자와의 진심 어린 소통에도 주목해야 한다. ‘지도교수 제도’와 ‘학기 중 개인 면담’ 등 소통을 통해 교수와 학부생이 가까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게끔 다양한 방안들이 마련돼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현재의 방식이 사제 간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분명 충분한 구조는 아니다.

  학창시절의 스승의 날과 대학 입학 이후 겪은 스승의 날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어떤 의미에선 아쉬움이 많이 남기도 한다. 케이크, 꽃다발은커녕 이제는 수업 전 ‘감사합니다’란 말조차 직접 전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진심 어린 소통에 있어 대학에서의 사제 관계에 조금의 노력이 더해진다면 전보다 훨씬 많은 것들을 관계 속에서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도 많은 가능성을 안고 있는 관계임엔 틀림없다.

장성관(공과대 건축사회환경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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