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5호는 개교기념호였다. 이에 따라 총장, 이사장 등의 축사가 1~4면을 채웠다. 하지만 기사도 아닌 축사가 신문 전반부의 네 지면씩이나 차지했어야만 하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총학생회장들의 축사보다도 앞선 3면에는 고려대와는 사실상 아무 상관이 없는 서울대, 연세대 총장들의 축사가 있는데, 소위 SKY라 불리는 학벌 카르텔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고 반영된 것 같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5면의 기사 제목은 ‘작년 총학이월금 논란’을 담았다. 하지만 막상 기사를 읽어보면 총학 이월금 문제는 기록물 이관 안건보다 뒤쪽에, 더 적은 분량으로 담겨있어 이럴 거면 왜 굳이 저런 제목을 달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도 면에서든, 기사 제목을 봐서든, 총학이월금 문제가 더 비중 있게, 먼저 다뤄졌어야 했다.

  6면은 디자인조형학부 학생들의 과한 재료비 부담에 대해 다뤘는데, 학과가 실험실습비를 지원한다는 사실은 언급됐지만, 그 금액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예술대에서 재료비가 많이 들고, 따라서 개인의 부담이 클 것이란 사실은 굳이 기사가 말해주지 않아도 이미 대부분 알고 있다. 유의미한 기사가 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지원금의 대략적 수치와 학과의 총 학생수 정도는 명시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7면은 고려대 체육특기자 수 급감에 대해 다뤘다. 선수단 인원 감소에 따라 경기력이 약화되었고 이것이 고연전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여기까지는 그냥 체육특기자 수 감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로 보였는데, 뜬금없이 마지막에 가서는 “체육특기자 모집 인원에 대한 다각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언급하고 있다. 그렇다고 체육 특기자 모집 인원의 감소를 지지하는 의견을 소개해준 것도 아니다. 한술 더 떠서 갑자기 ‘인원’과는 무관해 보이는 대학 스포츠의 아마추어 정신까지 언급한다. 이럴 바엔 끝까지 선수단 인원 부족의 결과를 다루는게 나았을 것이다.

  한편, 제목이 기사를 잘 보여주지 못하거나, 기사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낀 경우가 많았다. 11면에서 기사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청년의 단순 귀농보다는 ‘창업농’이었는데, “도시에서 돌아온 청년들...”이라는 제목은 이를 보여주지 못한다. 9면도 “밀접한 기하학과 해석학...”이라는 제목만 보면 인터뷰의 주 내용이 둘 간의 관련성일 것 같지만, 사실은 인터뷰이의 연구분야를 소개하는데 짧게 언급된 내용일 뿐이었다. 7면의 도쿄대 부총장 강연의 제목에는 “역사 연구의 전제 공유”를 넣었지만, 막상 ‘지구에 대한 귀속의식’은 역사 연구의 전제보다는,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 공유되야할 의식으로, 역사 연구의 방향에 가까웠다.

 

이청아(정경대 정외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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