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고대인들이 분노하고 탄식했다.

  교육부의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고려대학교 회계부분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법인회계 및 재산관리 항목에서 22가지의 지적내용과 이에 따른 처분결과가 공개된 것이다. 개교 114주년의 기쁨도 잠시, 최악의 ‘회계비리 참사’를 맞은 캠퍼스엔 학내 구성원들의 불신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회계감사 지적사항을 그대로 늘어놓으면, 그 자체로 고려대의 치부다. 몇몇 교직원은 500만 원 상당의 황금열쇠를 사고 이를 교비(등록금)회계로 집행했다. 한 교수는 국가연구과제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3000만 원 가량의 연구비를 부당 집행했다. 병원 소속 교직원 13명은 유흥주점에서 630여만 원을 법인카드로 긁었다. 더 이상 입에 올리기도 부끄러운 일들이, 자유·정의·진리의 전당이라 자부해온 고려대에서 자행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절차와 증빙이 누락된 행정사항부터 교직원의 부정한 일탈행위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행정적 위반사항의 경우 신속히 시정하고 필요한 제도와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논란이 됐던 일부 교직원들의 비리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히 문책하고 이후의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앞으로 감사 체계를 철저히 재정립해 회계투명성을 확보해나가고, 동시에 통렬한 반성과 의식개선도 수반돼야 한다.

  이번 회계감사 결과에 모두가 분노하고 부끄러워한 건, 정의를 부르짖어온 역사를 배반하고 비리를 저지른 학교의 썩은 부위를 처절히 도려내야 한다는 절실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무너진 신뢰관계를 재건하고 추락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라는 구성원들의 준엄한 경고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진정한 의미의 개혁과 혁신이 시작돼야 할 시점이다.

  ‘사람고대’는 믿음과 화합의 기반 위에서 비로소 꽃필 수 있다. 그 기반은 서로의 신의가 바탕이 된 건강한 공동체로부터 시작한다. 비리의 싹을 잘라내고 부패한 조직을 들어내는 전면적 쇄신이 필요한 때다. 구성원이 사랑하는 대학이 되기 위해선, 우선 구성원이 사랑할 ‘만한’ 대학부터 돼야 하지 않을까. 학교본부는 고려대가 역사의 흐름 속에서 겨레의 성원과 지지를 통해 발전해온 ‘민족의 대학’임을 되새기고, 그 사명 앞에 부끄럽지 않도록 반성하고 변화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