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통해 서로가 무엇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SNS에 일명 ‘힙하다’고 하는 멋진 모습을 주로 드러낸다. 가공된 내가 남들에게 보여지는 지금, 사람들이 아는 모습은 ‘진짜 나’의 극히 일부는 아닌지 생각해본다. 그래서인지 인파를 떠나 혼자 집에 가는 길 창밖을 보고 있노라면 허전함이 더 강해진다.

  2015년 발매된 인디밴드 ‘치즈’의 앨범 <PLAIN>에 수록돼있는 ‘퇴근시간(달총 작사 · 구름, 달총 작곡)’은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생겼을 때 몰려오는 공허함에 대해 노래한다. 곡의 초반부, 사람들이 “얼굴이 많이 좋아졌네. 무슨 좋은 일 있니?”라고 물어보는 상황을 제시하고는 “좋았던 일도 있었고 안 좋은 일도 있었죠. 근데 왜 안 좋은 일은 안 묻나요.”라며 남이 관심을 보이는 일부의 내가 아니라, 온전한 나를 생각해본다.

  보컬 ‘달총’은 이와 같은 복잡한 생각을 잔잔히 반복되는 일렉기타와 피아노 반주 위에 담담하게 풀어낸다. 이 곡은 6분 37초라는 긴 플레이타임이 특징인데, 처음 3분 45초 이후에는 목소리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앞에서 반복되던 반주가 3분 정도 더 연주된다. 이 연주는 단순하면서도 몽환적이어서 ‘나’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과 분위기를 전해준다.

  “우린 완벽하지 않고 가끔 억지도 부리는걸. 때론 마음이 너무 아파 푹 주저앉고서 울곤 해.” 남들 앞에선 완벽한 척하지만, 누구나 어디에도 게시할 수 없는 자신만의 고민과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살아간다. 공허와 혼란이 가득한 퇴근길이지만, 이 노래를 들으며 나 혼자가 아니라 세상 사람 모두가 그렇다는 것을 깨닫고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길.

 

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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