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인연은 그냥 보내라

법정

함부로 인연을 맺지 마라.
진정한 인연과 스쳐가는 인연은
구분해서 인연을 맺어야 한다.

진정한 인연이라면 최선을 다해서
좋은 인연을 맺도록 노력하고
스쳐가는 인연이라면
무심코 지나쳐 버려야 한다.

그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만나는 모든 사람들과
헤프게 인연을 맺어 놓으면
쓸 만한 인연을 만나지 못하는 대신에
어설픈 인연만 남게 되어 그들에 의해
삶이 침해되는 고통을 받아야 한다.

인연을 맺음에 너무 헤퍼서는 안 된다.
옷깃을 한 번 스친 사람들까지
인연을 맺으려 하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인 일이다.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지만
인간적인 필요에서 접촉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주위에 몇몇 사람들에 불과하고
그들만이라도 진실한 인연을 맺어 놓으면 
좋은 삶을 마련하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진실은 진실된 사람에게만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그것이 좋은 일로 결실을 맺는다.
아무에게나 진실을 투자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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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략)

  올해는 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신 지 10주년이다. 법정스님은 무소유 정신을 설파하며 불자들은 물론 온 국민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시다 지난 2010년 투박한 나무 의자 하나만을 남긴 채 홀연히 속세를 떠나셨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궁색한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소유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때 우리는 보다 홀가분한 삶을 이룰 수가 있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넘치는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이것은 소극적인 생활 태도가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법정의 무소유 정신은 인연에 관한 그의 글에도 투영돼 있다. 오늘날의 소위 ‘인싸 문화’는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교류해야할 것만 같은,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특히 SNS는 ‘인싸’를 판단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오늘도 현실에서, 인터넷상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고 살아가지만 그중 진실한 인연은 얼마나 될까. 법정의 글은 인연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인연에 가려져 있는 소중하고 진실한 인연을 되돌아보라는 뜻일 것이다. 종교를 막론하고 큰 존경을 받았던 법정의 무소유 정신은 모든 것이 차고 넘치는 우리 삶을 되돌아보게 한다. 오늘은 핸드폰을 잠시 내려놓고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진심이 담긴 편지를 건네 보는 것은 어떨까.

 

정유민 (문과대 사회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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