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운위는 열린 회의체입니다.” 12일 오후 2시에 열린 제19차 중앙운영위원회 정기회의(의장=김가영, 중운위)에서 전대 총학 이월금 관련 회칙 위반에 대해 전대 총학생회장단이 사과 대자보를 게시하기로 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50대 총학생회 ‘ABLE’(회장=김태구)의 이월금을 둘러싼 논란은 이를 통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나, 2019학년도 상반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당시 대의원들이 요구했던 향후 논의에 대한 총학의 소통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대 총학생회장단도 함께 한 중운위

  이월금 사안에 대한 논의는 50대 총학생회장단의 재정 운용에 관한 건이라는 안건으로 제50대 서울총학생회 ‘ABLE’의 회장단이 참관인으로 동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회의는 인쇄대금 미납 배경에 대한 전 총학생회장단의 추가적인 소명과 회칙 위반 여부를 둘러싼 중운위원들의 입장 정리 및 징계 여부에 대한 논의 순으로 진행됐다.

  먼저 총학생회장단과 각 단과대·독립학부 및 동아리 연합회의 학생 대표자로 구성된 중운위원들은 전대 총학에 인쇄대금 결제를 못할 정도로 학생회비가 과도하게 지출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50대 총학은 갑작스러운 연세대의 불참에도 700만원의 비용을 추가 부담하며 고연전 폐막제를 단독으로 진행했다. 이에 대해 홍지수 전 부총학생회장은 당시 음향 및 무대 업체와의 계약을 취소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물어야 했다며 원활한 행사 진행을 위해서는 폐막제 진행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이만총총TF’ 등 총장선거 관련 사업에서 인쇄비 등의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된 것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은 당시 민주적 총장 선출 운동와 관련해 특별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던 상황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총장 선출은 앞으로의 학생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므로 조금 무리해서 사업 홍보 및 집행에 많은 학생회비를 지출했다고 밝혔다.

 

  징계보단 자발적 사과로 마무리돼

  전 총학생회장단의 소명에도 불구하고, 중운위원들은 이견 없이 전대 총학생회장단이 회칙을 위반했다는 공통된 입장을 견지했으며 회칙 위반에 따른 징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성 국제학부 학생회장은 분명 당시 사업이 필요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학생회비는 2만 학우들이 위탁한 기금이기에 재정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동환 보과대 학생회장은 이번 중운위에서 의결하는 사안이 앞으로 학생사회에서 중요한 선례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징계를 의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은 앞으로의 총학도 예측할 수 없는 지출을 할 수 있을 텐데, 만약 돈이 없어서 나서야 할 일에 나서지 못한다면 그 자체로 총학의 한계가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우려를 전했다. 중운위원들의 징계논의 입장에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은 자발적 사과 대자보 게시를 제안하며 직접 사과문을 게시해 모든 학생들이 이 상황에 대해 알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중운위원들이 동의하며 중운위 차원에서 사과문 작성을 권고하고, 전대 총학생회장단이 자체적으로 사과 대자보를 작성하는 것으로 본 논의는 마무리됐다. 논의 결과에 대해 이진우 부총학생회장은 개인이 횡령한 것이 아니라 학생회 일을 하다가 발생한 문제라며 징계로 넘어가지는 않더라도 학생들의 알 권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과문을 게시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태구 전 총학생회장에 따르면, 50대 총학생회장단 명의의 사과 대자보는 이번 주 중으로 게시될 예정이다.

 

  회의안·회의록 공지 없어 대의원들은 어리둥절

  자발적 사과문 게시로 이월금 논란은 마무리됐지만, 대의원들이 총학의 소통을 요구했던 지점들에 대해선 총학의 대응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신세희 미디어학부 부학생회장은 열린 회의체에서 최소한 하루 전에는 회의 공지가 올라올 필요가 있지만 지금은 당일에 올라오고 있고, 속기록 업로드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인 보건정책관리학부 학생회장은 중운위원이 아닌 대의원은 늘 한발 늦게 소식을 전달 받고 있으며, 이번 전학대회에서 논의한 이월금 문제도 당일에서야 전달받았기 때문에 만약 추가적인 논의가 진행된다면 대의원 모두에게 공지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전학대회 회의장에서 김가영 서울총학생회장은 중간 중간 안건이 추가될 때가 있어 당일에 공지를 해왔는데, 대의원들이 중운위 회의안의 보다 빠른 공유를 원한다면 전날 공유도 가능할 것이라며 기록물 수합이 제대로 되지 못했던 작년 총학의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시너지는 총학 홈페이지를 통해 회의록을 업로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운위는 열린 회의체이기 때문에,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대의원분들은 편하게 참석해달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의원들의 요구에 대한 총학의 대응은 회의안을 게시하는 것에서부터 삐걱댔다. 이월금 사안을 다룬 제19차 중운위의 회의안 및 회의 공지는 당일 논의가 종결된 이후 오후 11시경에야 업로드됐다. 이민서 사학과 학생회장은 만약 중운위에서 해당 사안에 대한 논의할 줄 알았다면 참석할 의향이 있었다해당 논의가 진행된 후에도 총학 차원 및 단과대 대표자 차원에서 회의 결과에 대한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회의 결과를 담은 회의록도 공개되지 않았다. 총학생회 회의진행세칙 제73항에 따르면 이 회 회의의 의결사항과 회의록은 공개한다고 돼 있지만 현재 제51대 총학이 주관한 1차부터 19차까지의 회의록 중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인성 국제학부 학생회장은 총학으로부터 현재 홈페이지를 개편해 회의록을 기간, 종류별로 정리해 업로드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고 들었다내막이 어찌됐든 상위 회의체인 중운위의 회의록 및 속기록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회의록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과·반 단위 대표자 및 일반 학생들이 중운위 논의 결과를 알 수 있는 방법은 단위별로 진행되는 회의별 보고 안건으로 상위 회의체의 회의 내용을 전달받는 것뿐이다. 정보원(문과대 한국사17) 씨는 여건상 과·반 회의에 참석하지 못할 때는 오직 총학의 기록물을 통해서 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데, 총학이 기록물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민서 사학과 학생회장은 고려대를 대표하는 총학생회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민주적 공동체 구성에 앞장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 이선우 기자 echo@

일러스트 | 장정윤 전문기자

저작권자 © 고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