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19 20:55 (수)
[기고] 목조문화 전통 깊은 한국, 목조건축 시대에 합류해야
[기고] 목조문화 전통 깊은 한국, 목조건축 시대에 합류해야
  • 고대신문
  • 승인 2019.05.1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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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문재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관

  우리에게 익숙하고 가장 오래된 친환경 건축재료인 목재가 최근 공학목재라는 첨단재료로 변신하면서, 세계 주요 도시에 고층 목조건물이 쑥쑥 올라가고 있다. 지구상 유일하게 재생가능한 건축재료인 목재로 건물을 지으면, 지속가능한 사회를 이룩함과 동시에 인류에게 풍요로운 삶을 약속하는 산업도 일으키는 이점이 있다. 이 때문에 향후 목조건축은 지구 환경에 도움을 주면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블루 이코노미의 대표사례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민족은 서기 645년, 높이 80m의 황룡사 9층 목탑을 축조한 기술력을 보유하였다. 당시 신라의 수도 서라벌은 궁궐과 황룡사를 중심으로 한 전형적인 목조도시를 이루며 찬란한 목조문화를 누렸다. 황룡사 목탑이 몽골침입으로 소실된 1238년까지 600여 년이나 유지되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우리 선조들의탁월한 목조 기술력과 선진문화를 일본에 전파하여, 나라시대의 도읍 나라에 서기 670년경 호류사 5층 목탑을 건립하고 목조도시를 건설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이 탑은 세계문화유산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목조건물로 남아있다. 조선시대 도읍인 한양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궁궐과 종묘로 대표되는 희대의 걸작이 자리 잡은 목조도시를 이루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보유한전통의 목조 문화에 현대의 목조건축 신기술을 접목하여 목조문화 황금시대를 이루어가기 위한 각계각층의 지혜를 모아가고 있다.

2017년 완공된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브록 커먼스(BrockCommons)기숙사는 18층짜리 고층 목조건축물이다.
사진제공| 국립산림과학원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건물에 따른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국가전체 발생량의 약 40%까지 차지할 정도로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 지속가능한 건축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목조건축은 건축부문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이산화탄소 량을 줄여, 기후변화에 태클을 걸 수 있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목재는 1㎥에 약 1톤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어 탄소통조림으로도 불린다. 목조건물은 숲에서 나무가 흡수한 이산화탄소를 건물 내에 저장하여 기후변화를 저지하며, 또 산림자원의 순환경제를 완성하는 데 유효한 가치사슬의 핵심을 이룬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 중 하나인 캐나다 UBC 브록 커먼스의 경우, 콘크리트로 지을 때에 비해 이산화탄소 2432톤을 저감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높이 53m, 18층 규모의 목조건물 한 동을 지으면 연간 511대의 승용차 운행을 줄이는 것과 같다.

  이제까지 건물의 주요 구조부에 사용해 온 목재는 1차원의 건축재료이었다. 최근 유럽에서 구조용집성판(CLT)이라고 하는 2차원의 공학목재를 개발하여 상용화하면서, 유럽과 북미 등에서 하이브리드나 모듈 개념을 적용한 건축 혁신을 통해 초고층 목조건물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노르웨이에서 금년 3월 완공한 묘스 타워는 높이 85.4m, 18층으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목조건물이다. 이 건물 내에 호텔과 레스토랑, 사무실, 4700㎡의 대형 수영장도 운영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2017년 캐나다는 18층 UBC 목조기숙사를 완공하였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높이84m, 24층의 목조건축을 금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영국은 런던 시내에 높이 300m 지상 80층의 목조아파트를, 미국에서는 80층의 시카고리버타워를 목조로 계획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20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을 목조로 시공하고 있다. 관중 8만 명이 관람할 목조경기장의 안전성과 내구성에 대한 의구심을 설계공모 심사자들이 제기할 때, 설계자 쿠마켄 고 씨는 670년경에 우리의 기술 지도로 지은 천년건축 호류사 5층 목탑이 본래대로 잘 유지되는 사실을 강조하며 심사자들을 설득하였다 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는 12개의 목조타워를 중심으로 멋진 목조도시를 설계하고, 미국의 시카고 등 대도시에서는 목조교량과 건물을 계획하고 있으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31개의 30층 내외의 초고층 목조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도 지속가능한 스마트 목조도시를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8월 세계 최고권위의 2018 세계목조건축대회(2018 WorldConference on Timber Engineering) 서울대회를 개최하였다. 기조강연자로 나선 영국의 건축가 앤드루 워 씨는 2009년 세계 최초로 런던에 9층의 고층 목조아파트를 시공하고, 25층의 모듈러 아파트를 계획하면서, 목조도시로 나아갈 건축혁명이 시작되었음을 선포했다. 뉴질랜드의 앤디 뷰캐넌 교수는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을 분석한 결과, 목조건물의 피해가 적어 내진성능의 우수성을 확인하였다. 목조건물은 콘크리트에 비해약 5배 가볍고, 공기가 30% 정도 절감되어, 도시재생에도 유리함을 설파했다. 대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한결 같이 대회 슬로건인 목조문화 황금시대가 가까운 시기에 도래할 거라면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세계 추세에 맞추어 구조 신뢰성을 극대화한 공학목재를 꾸준히 개발해오고 있다. 구조용집성재를 산업체 기술이전하였으며, 최근 구조용집성판(CLT)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학목재는 자원을 절감하면서 강도가 높고 기능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고층과 대경 간 목조건물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 2016년 국내 최대 규모의 연구동(4층, 4500㎡)을 구조용집성재로 지어, 공공건축물대상 최우수상과 대한민국목조건축대전 대상을 수상하였다. 금년 4월에는 국내 최고 19.1m 지상 5층의 영주CLT 한그린 목조관을 준공하였다. 건축법의높이 제한인 18m를 초과하는 건물에 요구되는 구조성능과 2시간 내화구조 인정을 확보한 결과물이다. 나아가 10층 이상 고층 목조건물에 필요한 재료부터 구조, 내화, 차음성능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초기부터 주요 건축재료로 사용되던 목재가 최근 다시 주목을 받기 시작하고 있다. 목재는 인간에게 친밀하고 따뜻한 오랜 친구 같은 재료이다. 목조건축은 설계자의 상상력에 따라 자연스러운 건축미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온습도 조절능력이 뛰어나 쾌적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등 건강건축으로, 암발생률을 낮추고 아토피 질환을 예방한다. 범지구적 환경 문제를 극복하고, 지진에도 강하며, 화재에도 안전한 건축 재료로 거듭난 결과이다. 2018년 2월 네이처지에 따르면,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일반 목재보다 10배 이상의 강도를 지닌 신개념 목재를 개발하여, 첨단공학목재의 탄생을 예고하였다.

  현재 노르웨이와 영국, 뉴질랜드, 이태리 등 여러 나라에서 목조건물의 층수 제한 규정을 두지 않으며, 일본에서도 실질적으로 규모제한을 없앴다. 작년 11월 미국 워싱턴 주는18층까지 허용하도록 건축법을 개정하였고,2021년 IBC에도 반영할 계획이다. 우리도 건축법을 개정하여 규모 제한을 없애고 구조와 내화, 차음 성능의 규정에 따라 고층 목조건물을 허용하도록 공감대를 이루어가고 있다.

  고층 목조건물을 실현하기 위해 공학목재와 프리커트, 조립식, 모듈, 하이브리드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계획과 설계단계부터 건축과 목재, 4차산업혁명 기술을 아우르는 다학제 협업이 필요하다. 고층 목조건물에 요구되는 목적기반 건축법으로 개정하고, 연구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면서, 스마트 목조도시 정책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전통 지식과 현대 기술을 반영한 고층 목조건물로 도시 스카이라인을 바꾸어가는 목조문화 황금시대가 가까운 장래에 우리 곁에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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