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긴 필름으로 세상을 빼곡히 채워갑니다”
“긴 필름으로 세상을 빼곡히 채워갑니다”
  • 이다솜 기자
  • 승인 2019.05.19 2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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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연합 필름카메라 동아리 ‘가짧필길’ 인터뷰
왼쪽부터 명지훈(한양대 융합전자공학16), 이승은(이화여대 성악17), 손성열(단국대 회계학과13), 문현선(건국대 경영15)
왼쪽부터 명지훈(한양대 융합전자공학16), 이승은(이화여대 성악17), 손성열(단국대 회계학과13), 문현선(건국대 경영15)

  레트로의 바람을 타고 필름카메라 촬영을취미로 하는 대학생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혼자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여럿이 모인다면 다채로운 컨셉의 출사를 진행하며 결과물도 공유할 수 있다. 대학생 연합 필름카메라 동아리 ‘가짧필길’(회장=이승은)에서는 17명의 대학생들이 모여 필름카메라의 매력을 파헤치고 있다. 삼청동 정독도서관으로 출사를 나온 ‘가짧필길’ 멤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동아리 이름이 독특하다.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나

  이승은 | “‘가짧필길’은 ‘가방끈은 짧아도 필름 끈은 길다’라는 뜻이에요. 저희가 다니는 학교, 소속돼 있는 학과보다 앞으로 살면서 저희가 찍은 사진이 담길 ‘필름’이 우리를 더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가방끈은 짧고, 필름 끈은 길다고 했어요. 국문학과인 창립 멤버가 나름 심오한 의미를 담아 지어주었답니다.”

 

  - 어떻게 동아리에 들어오게 됐나

  이승은 | “‘가짧필길’은 영화동아리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만들었어요. 저도 그 중 한 명이고요. 한 친구가 필름카메라를 원래 쓰고 있어서 같이 놀러 다닐 때 저희를 많이 찍어줬거든요. 그땐 필름카메라가 되게 신기했는데, 집에 찾아보니 모두 부모님이 예전에 쓰시던 필름카메라가 하나씩은 있더라고요. 그때부터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러 다니다가 뜻을 모아서 필름카메라 연합동아리를 만들게 됐어요.”

  명지훈 | “저는 학교 게시판에 붙인 홍보물을 보고 들어왔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아무도 포토샵을 할 줄 몰라서 그림판으로 만든 포스터더라고요. 포스터에서부터 동아리의 개성이 느껴져서 끌렸던 것 같아요.”

 

  - 필름카메라의 장점은 무엇인가

  손성열 |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비용이 따로 들지 않으니 그 찰나의 소중함을 모르고 막 찍게 되더라고요. 그에 반해 필름카메라는 바로바로 확인할 수 없으니 신중하게, 한 장 한 장 신경 써서 찍게 돼요.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죠.”

  문현선 | “필름카메라 같은 경우는 필름이 비싸다보니 막 찍질 못해요. 느리게 찍고, 오래 기다려야 받을 수 있으니 어떨 때는 한 계절이 지나서야 사진을 받을 때도 있어요. 친구들을 찍어준 사진도 한 분기가 지나고 나서야 줄 때도 있는데 그게 오히려 선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추억을 꺼내볼 수 있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 출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

  이승은 | “출사는 날짜를 따로 정해놓지 않고 찍고 싶은 컨셉이나 주제가 생각날 때마다 즉흥적으로 나가는 편입니다. 12월에는 크리스마스를 컨셉으로 잡아 빨간색 초록색 옷을 입고 만나서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었고, 날씨가 좋은 날엔 드레스 코드로 쨍한 원색 옷들을 입고 와서 사진을 남겼었죠.”

  손성열 | “분기별로 한 번씩 파티룸을 빌려서 실내에서도 사진을 찍어보고 있어요. 조명을 활용해보기도 하고 뮤직비디오 영상도 띄워서 배경을 만들기도 해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거죠. 야외출사로는 요즘 유행인 복고 감성을 주제로 을지로에서 사진을 찍은 게 제일 재밌었어요. 옛날 사람처럼 정장이나 가죽옷을 맞춰 입고 소품도 그에 맞는 걸로 구비해 컨셉을 잡았죠.”

 

  - 사용하는 장비를 소개해 달라

  이승은 | “저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오토보이3와 미놀타 C35를 사용해요. 오토보이3는 자동카메라인데 구매한지 30년이나 돼서 그런지 여기저기 고장이 난 상태입니다. 셔터가 안 눌리기 때문에 타이머로만 찍을 수 있어서 ‘10초 카메라’라 부르고 있어요. 사진을 찍기 위해서 10초 동안 가만히 기다려야 해요. 아버지가 쓰시던 거라 오래됐지만, 그만의 감성이 있죠.”

  손성열 | “저는 수동카메라인 니콘 F3랑 자동카메라인 삼성 케녹스 프리미어400, 목측식 카메라인 코니카 C35를 가지고 있습니다. 코니카 C35는 앤디워홀이 사용했다고 해서 ‘앤디워홀 카메라’라고도 불립니다. 목측식 카메라라 오토포커스(Autofocus)가 안돼서 거리감을 보고 초점을 맞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해요.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거라 제일 애착은 가지만 옛날 카메라 방식의 초점 맞추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 앞으로 필름카메라로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

  명지훈 | “친구들이랑 같이 보고 재미있게 얘기할 수 있는 그런 인상적인 사진을 찍고 싶어요. 사진 찍는 과정이 재미있어야 사진도 재밌지 않겠어요?”

  문현선 | “필름카메라로 찍는 것들은 모두제가 애정 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들이에요. 제가 살아가는 순간들, 사랑하는 것들을 포착해서 담아내고 싶어요.”

  손성열 | “한 번씩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핸드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 중엔 찍어놓고 그냥 두는 사진들이 많잖아요. 필름카메라로는 돌아볼 만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사진을 가져가고 싶어요.”

 

  - 입문자에게 해주고픈 말이 있다면

  손성열 | “생각보다 카메라는 싸고 쉽게 구할 수 있어 초기비용은 적지만 계속적으로 취미활동을 하려면 돈이 제법 듭니다. 금전적으로 부담이 없는 취미는 아니라는 걸 알아두셔야 해요. 아무래도 오래된 카메라들이다 보니까 고장이 자주 나기도 하고요.”

  문현선 | “처음에 일회용 카메라로 시작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일회용도 색감이 잘나오니 자신만의 카메라를 구입하기 이전에 써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글 | 이다솜 기자 romeo@

사진 | 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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