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청춘은 수없이 넘어지고, 또 아픔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시기라 말한다. 누군가는 이런 청춘의 아픔을 부러워하며 그 때가 좋았지하고 허허 웃는다. 하지만 지금 청춘의 시계바늘 위에 선 우리는 자주 지친다. 문득 찾아오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하나라는 구름 같은 고민의 결과는 희미하고 흔들린다. 끝없는 터널을 걸으면서, 언젠가 펼쳐질 아름다운 풍경을 기대하는 시간이 바로 청춘이다. 파이빌에서는 이런 청춘들을 위한 여행 전시회 흰 천, 바람과 힐링을 위한 연약한 청춘행사를 열었다.

한 학생이 '흰, 천, 바람'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한 학생이 '흰, 천, 바람' 전시회에서 작품들을 구경하고 있는 모습

 

  #1. 일상을 떠나고 싶다면, ‘흰 천, 바람으로

  파이빌 꼭대기에 위치한 한적한 4층 전시실은 하늘과 맞닿아선지 꼭 하늘을 닮았다. 하양과 파랑으로 청량하게 물든 전시회 흰 천, 바람에는 학생들이 출품한 수많은 여행지의 일상과 풍경이 13일부터 17일까지 걸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크로아티아 항구의 구름과 하늘, 그리고 바다가 사람들을 더위를 식힌다.

  “? 여기 우리 갔던 거기다!” 친구 둘은 사계절을 담은 계절은 또 흐르고코너 가운데 걸린 크리스마스 트리사진을 동시에 가리킨다. 새하얀 홋카이도 눈밭 위, 나무 한 그루가 홀로 우뚝 솟아있다. 함께했던 어느 겨울의 추억을 떠올린 그들은 꼭꼭 숨겨져 있던 보물을 찾은 듯 기뻐한다. 이어지는 사진들에도 출품자의 아름다운 기억이 서려있다. 네팔 학교 옥상 위에서 손을 흔드는 제자들’, 후쿠오카에서 바라본 이색적인 풍경 등 마음 속 명장면들이 한데 모여 있다.

  ‘원하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문구를 감싼 종이비행기들이 노래 선율에 맞춰 선선히 흔들린다. 구름 모양의 하양, 파랑 종이 위에는 누군가의 여행 순간을 함께한 노래들이 적혀 있다. 고유진(문과대 철학18) 씨는 여플리(여행플레이리스트)’를 찬찬히 읽으며, 방학 때엔 이 노래들을 들으며 여행을 떠나겠다고 결심한다. “원래 여행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전시 작품들을 보며 저 풍경을 실제로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어요. 여행을 하며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맘에 드는 노래를 적고 있어요.”

  ‘흰 천, 바람에서는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멀리했던 새로움을 잠시나마 찾을 수 있다. 다른 이가 모은 각국의 엽서와 배지, 그림일기, 여행지 모사를 보며 여행가야겠다는 앳된 다짐은 조급함으로 달아올랐던 두 볼에 신선한 바람을 쐬어준다.

'연약한 청춘' 행사에서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모양의 걱정 인형을 만들었다.
'연약한 청춘' 행사에서 학생들은 각자 원하는 모양의 걱정 인형을 만들었다.

 

  #2. 상처받은 너를 위한 연약한 청춘

  ‘연약한 청춘을 위한 자리가 14, 15일 파이빌 2층 대강당에 마련됐다. ‘고민이 주렁주렁에는 고민 많은 우리들의 이야기가 걸려있다. ‘열심히 하는 것 뿐 아니라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마음만큼 몸이 못 따라가네요.’ 노랑, 빨강, 초록. 색깔도 모양도 우리처럼 제각각인 색종이에는 누군가의 진솔한 고민이 담겼고, 사람들은 서로를 공감하며 응원의 메시지를 꾹꾹 써내려간다. ‘원래 인생이 그러더라고요. 언제 어디서나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누군가의 한마디는, 언젠가 다른 청춘을 움켜쥐었던 고민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기획한 파이빌 학생운영위원회 박진주(디자인조형15) 씨는 어른으로 가는 성장통을 치료하는 치유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었다. “비슷하면서도, 또 미묘하게 다른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각자의 진심을 담아 답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강당 한 편에서는 이태인(문과대 일문19) 씨와 학과 동기들 여럿이 왁자지껄하게 웃으며 걱정 인형을 만든다. 빳빳한 하드보드지 몸통에 실타래를 감아 옷을 입히고, 얼굴을 찬찬히 그릴 때면 표정이 잠시 진지해진다. 팔다리를 만들고, 단추와 리본으로 인형을 꾸미고, 양 갈래로 머리를 야무지게 묶어주면 자신의 걱정을 덜어줄 든든한 인형이 탄생한다. “물건을 만드는 솜씨가 좋지 않은 편인데, 인형을 만들면서 힐링받고 있어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따뜻한 말 한 마디를 건넨, 그리고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 인형을 만든 연약한 청춘들은 오늘도 뚜벅뚜벅 앞을 향해 걸으며 굳건해진다.

 

| 최현슬 기자 purinl@

사진 | 이수빈 기자 suvv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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