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림청에서는 목조건축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목조건축을 보급해 국내 목재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산림청에선 일반인이 쉽게 목조건축물을 지을 수 있도록 한국형 중목구조 표준설계도를 무상공급하고 국산목재 사용비중이 전체30% 이상인 신축 목조주택 건축주 귀농·귀촌민에게 최대 1억 원을 장기융자해주는 지원정책을 밝혔다. 불에 약하고 잘 썩는 등의 속성으로 한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목재는 국가지원에 힘입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영주에 위치한 5층 한그린 목조관 시공장면
영주에 위치한 5층 한그린 목조관 시공장면

 

  불에 잘 탄다고 위험할까

  지난달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에 대규모화재가 발생했다. 목재로 짜인 고딕양식 지붕부가 화재로 손실된 것이다. 이전부터 불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목재의 자리를 불연성의 철근콘크리트가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건설현장에서 목재는 보기가 힘들어졌다. 건설현장에서 목재는 거푸집, 흙막이(sheeting) 버팀목 등의 가시설물 설치에만 사용돼왔다.

  하지만 목재가 화재 시 더욱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일반적 인식과 달리 건축물의 안전은 건축물을 이루는 재료의 타는 여부와 관련이 적기 때문이다. 장상식(충남대환경소재공학과) 교수는 철제 H-빔을 기둥이나 보로 사용하는 강구조 같은 경우 불이 나면 철은 불연성 재료이지만 열전도율이 매우 높고 열에 의한 강도 손실이 급속하게 진행되기에 내화설계를 하지 않으면 화재 시 가장 위험한 건축물이라며 실제 건물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재료의 가연여부보다 내화설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목구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내화설계를 통해 내화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내화구조는 불이 난 후 극심한 화재 조건 하에서도 건물이 붕괴되지 않고 대피 및 소화에 필요한 시간을 확보하도록 설계된 구조를 의미한다. 목조건축물에서 내화설계를 적용하는 방법은 건축물을 이루는 부재의 단면적에 따라 다르다. 기둥이나 보와 같은 부재 단면이 큰 대단면목조건축물의 경우 화재 발생 시 구조적으로 필요한 기둥이나 보의 단면 치수보다 화재에 노출되는 쪽에 일정 치수의 단면을 더하는 설계가 이뤄진다. 목재는 화재가 발생하면 1시간 동안 40~45mm가 탄화된다. 목조건축물의 구조적 안전을 위해 필요한 최소 치수보다 40~45mm 이상 두껍게 설계해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1시간 이내에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증가된 단면이 탄화되는 1시간 동안에 대피와 구조, 진화가 가능하도록 한다.

  부재의 단면 치수가 대단면목조건축물보다 크지 않은 경골목조건축물에 적용되는 방법은 다르다. 장 교수는 경골목조건축공법에서는 단면이 작은 38mm 두께의 규격제재목이 사용되기 때문에 목재의 탄화속도를 이용한 내화설계를 적용할 수 없다이 경우엔 화재에 강한 특성을 지닌 방화석고보드를 목재 골조 위에 설치해 골조를 보호하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목조건물
산림유전자원부 종합연구동 목조건물

 

  공업목재로 재탄생한 목재

  목재가 가진 고유한 섬유구조가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목재는 섬유소라 불리는 기본 세포로 이뤄져 있으며 목재 겉면의 나뭇결을 결정하는 것이 섬유구조다. 섬유소 각각의 배열에 따라 섬유가 가지는 방향성을 섬유방향이라 한다. 이때 목재의 섬유방향은 일정하지 못해 섬유의 방향에 따라 생기는 성질의 차이가 건축 부재로서 목재의 한계로 지적됐다. 섬유방향으로 배열된 목재는 강도도 높고 수축이나 팽윤 등의 치수변화도 거의 일어나지 않는 반면, 섬유직각방향으로 배열된 목재는 강도도 떨어지고 수축, 팽윤 등의 치수 변화가 크기 때문이다. 섬유방향으로 배열된 목재와 섬유직각방향으로 배열된 목재가 건축 부재로 함께 활용될 시 균일한 성능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 한계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대안이 공학목재. 공학목재는 목재를 작은 조각으로 나눈 후 접착·접합한 목재로 균일한 강도를 보장하도록 한 것이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공학목재는 구조용집성판(Crosslaminatedtimber, CLT)이다. 구조용집성판은 목재의 섬유방향이 서로 직교하도록 적층 접착한 공학목재다. 넓은 판형인 합판과 비슷하나 두께 1~2mm 정도의 얇은 단판이 아닌 두께 25~35mm 정도의 목재를 접착해 층을 이룬다. 구조용집성판은 일반 목재를 사용할 때에 비해 훨씬 높은 압축강도와 전단강도를 지녀 고층건물에도 적합하다. 그동안 목조건축의 한계로 여겨졌던 5~7층을 초과하는 고층건물을 건축하는데 기여하기도 했다. 강태웅(단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구조용집성판은 자재 자체의 물성이거의 철근콘크리트와 같다별다른 내화 보강 없이도 자체의 내화 성능도 있어 발전 가능성이 많은 목재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지 구조용집성판은 국내에 널리 보급된 재료가 아니다. 구조용집성판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대량의 목재를 사용해야 하며 넓은 판형재료(너비 3~4m, 길이10~20m)를 제조할 수 있는 대규모의 프레스설비가 필요하지만 국내에는 이런 조건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조건이 잘 갖춰진 일본, 유럽, 북미 등은 구조용집성판을 사용한 고층건물이 많이 지어지고 있다. 장상식 교수는 비용절감을 위해 자동화된 생산 공장도 설치돼야 하지만 국내는 아직 시장규모가 매우 작아 이런 대규모 생산설비 설치의 경제성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내화구조 갖춘 구조용집설판(Cross-laminated timber, CLT)
내화구조 갖춘 구조용집설판(Cross-laminated timber, CLT)

 

  팔방미인 목조건축, 앞으로가 기대된다

  이러한 한계점을 보완해나가고 있는 목조건축은 오늘날 여러 장점들로 각광받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내진에 우수하다는 점이다. 목조건축은 지진에 대한 저항능력이 다른 구조들에 비해 강하다. 목조건축에 사용되는 목재의 섬유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 공간이 진동의 흡수를 돕기 때문이다. 또한, 목재는 다른 재료들에 비해 가볍고 탄성과 댐핑의 힘이 커서 더욱 유연한 구조를 이룰 수 있다. 지진에 의해 구조물변형이 생겼을 때 변형을 수용하는 능력이탁월한 이유다.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도 목조건축이 주목받는 이유다. 강태웅 교수는 건축물에 많이 활용되는 콘크리트에는 라돈이 함유돼 방사선을 내기도 하는 반면 자연에서 채취된 목재는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배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톤치드(Phytoncide)와 같은 나무의 정유성분이건축물 사용 중에도 분비돼 목조건물 내부에서 산림욕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목재가 가진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목조건축이 나아갈 길은 멀다. 앞으로 해결이 필요한 문제로는 목조건축 관련 법규의 부족이 꼽힌다. 기존 건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가 주된 부재로 사용돼 물이 많이 쓰였기에 국내 법규는 물이 많이 사용되는 습식공법 위주로 마련돼 있다. 하지만 목조건축은 시공 시 물이 많이 사용되지 않는 건식공법을 사용해 시공 시에 어려움이 많다. 강 교수는 국내의 건축법과 각종 기술표준 등은 90% 이상 습식공법 위주라며 목조와 같은 건식공법에 맞게 법규와 기술표준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공학목재의 시장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국내 목조건축의 미래는 주목할 만하다. 장상식 교수는 목조건축물은 우수한 주거환경과 지구환경 및 인체에 미치는 좋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층간 소음을 줄이고, 목재 부재의 내화설계를 위한 자재 및 기술 개발 등이 이뤄진다면 목조 고층건물도 쉽게 시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용어설명

◈ 내화: 쉽게 타지 않는 것으로서 매우 고온도까지 필요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견디는 것.

◈ 불연성: 재료의 연소성이 나쁜 성질. 불연성 재료로선 콘크리트, 벽돌, 철강 등이 속함.

◈ 전단 강도: 전단 하중에 저항하는 최대 능력.

 

| 이현수 기자 hotel@

사진제공 | 국립산림과학원, 박영채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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