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25 13:14 (화)
최고의 행복을 알기에 봉사로써 통치가 가능해져
최고의 행복을 알기에 봉사로써 통치가 가능해져
  • 김예정 기자
  • 승인 2019.05.19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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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전공학부 인문학 특강 손병석(문과대 철학과) 교수 강연
손병석(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자 왕은 국가에 방향성에 대한 총론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손병석(문과대 철학과) 교수는 "철학자 왕은 국가에 방향성에 대한 총론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14일 법학관 신관에서 플라톤의 <국가>에 나타난 철학자 왕의 정의와 행복을 주제로 손병석(문과대 철학과)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이번 강연은 자유전공학부가 주최한 인문학 특강으로, 70여 명의 학생이 참석해 플라톤의 이상 국가와 그 현대적 의의를 짚는 시간을 가졌다.

 

  신이 주관했던 정의

  ‘정의의 어원은 희랍어 ‘dike’에서 왔다. 이는 둘로 나누다’, 즉 분배의 의미와 뿌리를 같이한다. 손병석 교수는 분배에선 절차의 공정과 결과의 공평이 실현돼야 한다유한한 재화와 무한한 인간 욕구 사이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하며 정의의 개념이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리스의 서사시인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의 초기 정의관에 따르면, 당시 정의의 수호자이자 부정의의 응징자는 신이었다. 헤시오도스는 기원전 8세기경 <일과 날>에서 최초로 정의(dike)를 명시적으로 사용하며 정의를 제우스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고 설명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에선 희랍군 대장 아가멤논에게 부당함을 느낀 아킬레우스가 트로이 전쟁 불참을 선포하는 동시에, 희랍군 승리가 신의 정의로 해석될 가능성을 막고자 제우스에게 전쟁에 관여하지 말아달라 부탁하는 장면이 제시된다. 손 교수는 그 시대에 인간세계의 정의를 주관하는 주체는 신이라며 이에 부정의가 발생했을 시 인간은 정의의 회복을 위해 신전을 짓고 제례의식을 행했다고 설명했다.

 

  철학자 왕이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

  인간이 만물의 기준이라는 프로타고라스의 인간만물척도설이 등장하며 신이 아닌 인간이 정의의 기준이 될 때 어떻게 정의의 회복을 이룰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등장했다. 이에 대한 고찰로 플라톤이 기술한 대화편이 바로 <국가>.

  펠로폰네소스 전쟁 중에 태어나 아테네 민주정의 탐욕과 과두정을 목도한 플라톤은 이상 국가 실현을 위해선 철학자가 왕이 되거나 왕이 철학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통치자가 되기를 꺼리며 지적이고 관조적인 활동을 최고의 행복으로 추구하는 철학자에게 정의의 이름으로 통치자 직분을 강요했을 때, 국가 내 정치적 암투가 종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치자 직분의 강요는 관조적 삶을 원하는 철학자의 행복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정당성의 문제를 불러온다. 플라톤은 이에 대해 철학자는 국가에서 받은 무상교육 혜택을 갚아야 하며, 통치하지 않는 것에 대한 최고의 벌은 자신보다 못한 자의 통치를 받는 것이므로 부정의한 요구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손 교수는 독재자의 통치 아래에선 철학자가 지적 활동의 행복을 추구하기 어려우며, 철학자 왕들은 통치자로 봉사한 후 다시 관조적 삶을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플라톤은 철학자 왕이 영혼의 탁월성을 통해 정치 활동을 하면서도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눈의 탁월성잘 보는 것이다. 잘 봄으로써 눈의 건강이 실현되고, 이로써 행복할 수 있다. 이러한 관계는 개인의 영혼에도 적용된다. 영혼의 이성적, 기계적, 욕구적 부분이 조화한 상태인 영혼의 탁월성이 발현되면 행복이 실현된다. 손 교수는 철학자는 탁월한 이성이 있는, 즉 정의로운 상태이므로 이성(정의)에 의한 통치를 통해서 그의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엔 복잡하고 다변화된 현대사회에 철학자 왕을 세우면 그가 실무적인 영역에서도 자신의 지혜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질문이 제시됐다. 이에 손 교수는 플라톤이 지칭한 철학자는 그 시대의 지식을 소유하고 아는 자라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것에 대한 앎보다는 국가의 방향성에 대한 총론을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강연에 참석한 오수진(생명대 식자경19) 씨는 오히려 현대 민주주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민주주의의 주권자는 국민인 만큼 이에 맞는 지혜를 갖추려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예정 기자 breeze@

사진이정환 기자 ec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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