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해 10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 어벤져스시리즈에서 등장하는 중요한 소재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외계에서 떨어진 금속 물질비브라늄이다. 가상의 물질인 비브라늄은 철보다 강하지만 그보다 가벼우며, 모든 진동을 흡수하는 특징을 가진다. 현실에서도 다른 소재와 결합해 그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해 마법을 일으키는 금속 원소가 있다. 바로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이라 불리는 희토류 원소다. 흔히 사용하는 휴대폰 등의 전자기기는 물론, 전기자동차 등 녹색산업을 이끄는 제품에도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희토류원소의 특징과 성질은 무엇일까.

 

  희귀하진 않지만 얻기는 어려운 원소

  희토류 원소(Rare Earth Element, REE)는 원소주기율표 3족에 속하는 원소기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란타넘계 원소 15개 종과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 17종을 의미하며, 3개의 최외각 전자, 넓은 이온반경 등의 공통적 특징을 가진다. 바스트네사이트, 모나자이트 등 200여 종의 광물에 포함돼있는 희토류는 18세기 처음 발견될 당시 토양 내 함유량이 매우 적어 자연계에 매우 드물게 존재하는 원소라는 이름을 얻었다. 하지만 실제 희토류는 지각에 풍부하게 매장돼있는 편으로, 지각에 함유된 총 희토류 함량은 평균 150~220ppm이며 희토류 원소 중 가장 높은 지각 존재비를 가지는 세륨(Ce)의 경우 지구상에 존재하는 100종 이상의 원소 중 25번째로 풍부한 원소다. 세륨은 지각에서의 존재비가 평균 68ppm으로 금(0.004ppm), (0.075ppm) 등의 귀금속보다 월등히 높고, (14ppm), 주석(2.3ppm) 등의 금속 원소보다도 지각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이처럼 지각 내에 풍부하게 포함돼있지만, 암석이나 토양 내에서 광물 형태로 산출되는 희토류는 다른 17종의 원소들이 함께 추출되고 화학적 용해성이 낮다. 이 때문에 광물에서 원소를 추출하는 과정과 특정한 원소를 추출하는 과정이 매우 까다롭다. 또한 광물이 경제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 매장량이 풍부해야 하고, 광물에 함유되는 특정 원소의 함량비를 의미하는 품위(grade)가 높아야 한다. 그러나 희토류가 이 두 조건을 갖추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 융합연구단 고상모 단장은 광물들은 지질학적 작용으로 특정 장소에 농집돼야 개발, 생산을 거쳐 산업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규모와 품위를 가진다희토류 자원의 경우 광상이 다른 광물자원에 비해 풍부하지 않고, 중국에 편중돼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서는 희토류 금속 17종을 희유금속(산출량은 적지만 유용한 금속 원소)에 포함해 수입량을 늘리고 국내 비축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발간한 ‘2019 희유금속 원재료 교역분석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희토류를 포함한 희유금속 교역액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며 2018년 희유금속 원재료 교역규모는 수입 92억 달러, 수출 32억 달러 등 107억 달러에 이른다.

 

  대체재 없어녹색산업에 필수적

  희토류 원소는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자성적, 발광적 특성을 가지며, 다른 물질과의 혼합을 통해 그 기능이나 성능을 월등하게 향상한다. 내부 전자가 다른 원소에 비해 쉽게 전이하기 때문에 열전도성이 우수하며, 자기모멘트의 크기를 나타내는 보어마그네톤이 높아 자기력이 강하고 에너지를 얻은 후 방출할 때 가시광선을 내는 고유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철 합금에 연성(延性)을 부여하고, 고온에서 알루미늄 합금과 마그네슘 합금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첨가원소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에 따라 ‘21세기 최고의 전략자원’, ‘녹색산업의 비타민등으로 불리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DMR 융합연구단 김동수 박사는 대부분의 희토류 금속은 합금형태의 기능성 재료로 제조되는 미래 신산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희토류가 녹색산업을 이끄는 대표적 이유 중 하나는 희토류 원소 중 하나인 네오디뮴(Nd)이 철(Fe), 붕소(B)와 결합해 전기자동차,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모터의 필수 소재인 영구자석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김동수 박사는 자동차의 전기 동력 시스템은 탈석유사회를 위한 핵심기술이라며 이 분야의 발전을 뒷받침하는 것이 희토류 영구자석을 채용한 구동모터라고 설명했다.

  전기자동차의 모터는 회전자인 영구자석이 고정자인 전자석과의 자기력에 의해 회전을 하며 동력을 얻게 된다. 현존하는 자석 중 자기력의 세기가 가장 큰 네오디뮴 자석을 활용한 모터는 소형, 경량으로 제조할 수 있으며, 이는 자동차 공간과 중량의 절감으로 이어진다. 이외에도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에 사용돼 첨단 제품의 경량화와 소형화를 이끌고 있다. 윤성택(이과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지금은 전통적 에너지원에 의존하던 시대에서 벗어나 태양전지, 전기자동차, 풍력터빈 등 신규 그린(green) 에너지원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산업분야에서 희토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출과정에서 환경오염 일으킬 수도

  희토류는 친환경 산업을 이끄는 핵심소재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그 추출 과정에서 환경오염, 방사능 유출 등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희토류를 포함하는 바스트네사이트, 모나자이트 등의 광물에는 희토류 원소 외에도 우라늄, 토륨 등의 방사성 원소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희토류 원소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광산에서 희토류 광석을 채굴한 이후 채광된 광석에서 희토류 광물을 분리, 농축하는 선광(選鑛) 공정을 거쳐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선광법이 자력선별(자선)과 부유선별(부선)이다.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이용해 자성물질과 비자성물질로 분리하는 자선 과정에서는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선과정에서는 광석을 분말로 제조해 물에 넣어 기포제와 포집제를 투여한다. 여기에 다량의 공기를 불어넣어 금속을 부유한 기포에 흡착시켜 분리한다. 이 과정에서 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다. 부선과정에서 얻어낸 금속을 정광(精鑛), 남아있는 금속을 광미(鑛尾)라 하는데, 이 광미에는 원광석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이 농축돼 농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고상모 단장은 부선 과정에서 정광을 추출한 뒤 남은 잔류용액에 우라늄이나 토륨이 함유돼 폐수로 처리해야 한다특히 토륨 함유량이 높은 광물을 처리할 때는 별도의 공정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희토류원소를 함유한 광석에는 희토류의 함량이 매우 낮아 막대한 양의 광석 채굴이 필요하다. 이때 지표에 남겨진 폐석이 광산지역의 수계와 토양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윤성택 교수는 최근 1톤의 희토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약 2000톤의 독성 폐기물과 1000톤의 폐수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경제성과 이윤만을 추구하지 않고, 희토류를 재사용하는 자원순환기술 등 환경보존을 수반하는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희토류 확보 필요해

  우리나라에도 희토류 광상은 존재한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국내 희유금속 탐사 및 활용기술개발중대형 과제(총괄 책임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고상모 단장)의 일환으로 희유금속 탐사를 수행했다. 그 결과 충주와 홍천 일대에서 란타늄(La), 세륨(Ce), 네오디뮴(Nd), 디스프로슘(Dy) 등의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희토류 자원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두 지역의 부존량과 품위가 해외 광산에 비해 경제성이 낮고, 국내엔 희토류 개발 경험이 있는 광업사가 없어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희토류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약 5%씩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희토류에 기반한 생산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이미 2조달러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최근 희토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선 안정적인 공급원의 확보가 중요하다. 윤성택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등에 필요한 스마트 전자소재의 지속적인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안정적인 희토류 공급이 이뤄져야 한다그러나 전 세계 희토류 산화물을 대부분 중국에서 생산해 독과점적 수요-공급체계에 의한 가격 변동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전남혁 기자 mike@

 

용어정리

ppm

100만분율. 어떠한 양이 전체의 100만분의 몇을 나타내는가를 보여줌.

보어마그네톤

원자나 분자의 자기모멘트를 나타내는 단위.

기포제

용매에 녹아서 거품을 잘 일게 하는 물질

포집제

미량의 성분을 모아 다른 성분에서 분리하게 하는 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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