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출판된 논문은 다시 다른 저널에 게재할 수 없기에 약탈적 학술지와 허위학회 등 부실학술단체는 미리 알고 주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에서는 부실학술단체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다. 논문 투고 및 발표 전 부실학술단체에 대해 미리 알아두고,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연구자의 소양 중 하나가 됐다.

 

  일주일이면 논문 게재해드립니다

  부실학술지를 피하려면 부실학술지의 몇 가지 특징을 명심해야 한다. 대개 부실학술지들은 연구자들에게 무작위로 스팸 메일을 보내 논문 투고를 요청한다. 동료 심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빠른 논문 게재를 보장하고, 이후 논문 저작권을 연구자가 아닌 학술지가 가지는 것이 특징이다. 부실학술지가 저작권을 획득한 후엔 무리한 논문 게재료를 요구해 비용을 납부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논문 투고 전에 게재 비용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면, 해당 학술지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논문을 투고하려는 학술지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교수 혹은 동료 연구자들이 논문을 투고한 경험이 없는 학술지라면, 해당 학술지는 그 분야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거나 신생 부실학술지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학술지의 권위나 신뢰도를 지나치게 강조한다면 부실학술지로 의심할 필요가 있다. 학계에서 권위 있는 학술지라면, 굳이 그 사실을 피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학회가 열린다고?

  부실학회도 학술지와 마찬가지로 이메일을 보내 연구자들을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회 주최 측에서 아첨하는 투의 메일을 보낸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신뢰할 만한 학회는 연구 결과에 대해 비판하거나 의견을 공유하는 정도지, 해당 연구 결과를 치켜세우지는 않는다. 더불어 영리집단이 학회를 운영하고, 학회 등록비가 비영리학회에 비해 비싸다면 참가하지 말아야 한다.

  유명관광지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한다고 홍보하는 것도 부실학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학문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부족하거나 쉽고 빠르게 논문을 발표한 뒤 여가를 즐기려는 연구자들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다.

  부실학회에서는 여러 학문 분야를 한꺼번에 다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연구 결과를 깊이 토론하지 않기에 학회의 깊이가 얕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학술회의에 초대받았다면 참가는 재고해야 한다.

 

  부실학술단체의 덫에 걸렸다면

  부실학술지인지 모르고 논문을 투고했을 경우, 투고한 학술지에 정중히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철회 확인서를 요청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요구를 무시한다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공식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학술지 측에서 논문을 철회해주지 않는 이상, 논문을 다른 저널에 다시 게재하는 것은 자기 표절에 해당해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논문 게재료를 내기 전에 철회 논문에 대해 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주장하며 게재료를 납부하지 않아야 금전적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참석한 학회가 부실학회임을 뒤늦게 알았다면, 학회에서 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고 동료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접촉해 학계의 동향을 파악하는 등 학회 참석의 근본 목적에 집중한 후, 그 과정과 결과를 기록물로 남기는 것이 좋다. 부실학회에 참석했다고 하더라도 학회 활동에 성실히 임했다면 소명서를 제출해 참작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다른 연구자들이 부실학술단체 피해를 받지 않도록 관련 자료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접근 방식, 논문 출판과 학회 진행 과정 등 부실학술단체에 걸려든 경위를 상세히 기술해야 한다. 또 일반 학술단체와의 운영 방식 차이를 비롯해 해당 학술단체가 부실하다고 판단할 만한 증거를 수집한다. 이렇게 모은 정보를 연구기관이나 동료 학자들과 공유해 다음 학술활동에 참고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정한솔 기자 del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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