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우리에게 꽤 완벽한 모습을 기대한다. 적당한 인상을 주는 자기소개서부터 모국어도 아닌 주제에 거의 필수가 된 영어 실력,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 잘 낄 수 있는 사회성, 그러면서도 적당할 때 빠질 수 있는 눈치까지. , 쉽진 않은 일이다. 일명 누군가 원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요구를 받는다.

  지난 4월 발매된 카더가든의 EP 앨범 <나무>의 유일한 수록곡인 나무(카더가든·유라 작사, 카더가든·623 작곡)’는 누군가에게 원해지기만을 갈구하는 치열한 삶 속의 모든 이들에게 손으로는 만져지지 않는 사랑의 존재를 일깨운다. 하나밖에 없는 수록곡을 가진 앨범엔 앨범 소개조차 딱 한 줄로 쓰여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딘 목소리와 어설픈 자국들 날 화려하게 장식해줘요”, “무력한 걸음과 혼잡한 TV 속 세상없이 또 울기도 해요가사는 수많은 요구에 발맞추려 자신을 이리저리 장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이 기준에 맞추기도 하고 저 기준에 맞추기도 하며 더욱 화려하게 외양을 감쌀수록 왠지 모르게 속은 텅 비어만 간다. 아쉽게도 요즘은 외유내강형 인재가 주력이라 하는데, 문제해결능력마저 뛰어나다나? 금세 또 그런 척을 하며 한 겹 더 포장돼버린 자신을 조우할 땐 연민의 미소를 애써 지어본다. 그 뒤엔 두려움으로 휩싸인 자아만 남아있을 뿐이다. “네 곁에만 움츠린 두려움들도 애틋한 그림이 되겠죠하지만 그가 노래하는 사랑은 두려움조차 한 폭의 그림이다. 그 긴 서사 속에서 우리는 순간에 젖어 온갖 장식을 뒤로하고, 사랑 앞에서만큼은 투박하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

  있는 그대로를 아껴주는 애인, 온기의 품을 내어주는 가족, 작은 것에도 귀를 기울여주는 친구, 술 취한 날이면 말동무가 되어주는 집 앞 고양이, 한때 누구에게도 말 못한 고민을 쏟아내던 일기장뭐라도 좋다. 당신은 누군가의 아사달일 테고, 누군가는 당신의 아사녀일 테니. 겹겹이 에둘러 싼 껍데기 속에서 지친 밤이라면, 나긋한 선율과 목소리가 어우러진 이 노래를 들으며 모든 사랑에 대한 감사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해보는 건 어떨지.

 

이경은 기자 nov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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