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마중

정연복

 

긴긴 겨울의 언덕 너머

봄이 찾아오는데

 

먼 길 오느라 고단한

한 걸음 한 걸음 디디며

 

언덕마루 지나

우리 곁으로 거의 다 왔는데.

 

어찌 물끄러미 쳐다보면서

가만히 앉아만 있으랴

 

반가운 마음에

맨발로라도 달려가야지

 

두 손 활짝 벌려

뜨겁게 기쁘게 안아줘야지

 

잘 왔다 참 잘 왔다고

어깨도 토닥여줘야지.

 

보석보다 값진

연둣빛 새 희망으로 오는

 

고맙고도 고마운

생명의 봄인데.

 

  새 학기 봄날 아침, 혹시 학교 다람쥐길에서 새잎의 투명한 연둣빛을 마주친 적이 있는가? 별 볼일 없이 작은 이파리는 엄동설한의 추위를 이겨냈고, 그 색깔만으로 누구보다 먼저 봄이 왔음을 우리에게 알리고 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이파리의 투명한 영광은 짙은 녹음으로 사라져버리고 다람쥐길은 꽃향기의 무대가 되었다. 휴대전화를 보느라 바쁜 내 눈은 그새 봄이 왔음을 잊어버렸지만, 코로 밀려들어 오는 은은한 향기는 아직 봄이 건재함을 내게 환기해주었던 것이다.

  우리네 삶에서도 따듯한, 생명의 봄을 만끽했으면 한다. 누구에게나 봄은 있지만, 그것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바쁘고 힘들고 지쳐도, 저 짙은 녹음이 우릴 속일지라도 우리가 봄을 느끼는 방법은 결국 우리 스스로 봄의 요소를 찾아내는 길밖에는 없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우리가 잊고 살았던 봄이, 언젠가는 은은한 향기가 되어 우리를 찾아오지 않을까?

  이제 여름이 시작된다. 더 짙은 푸름과 찜통 같은 더위 속에서 우리는 봄의 존재를 잊게 될 것이고 시간이 흘러 가을의 시원함과 겨울의 추위를 즐길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 봄이 우리에게 찾아왔을 때, 혹은 우리가 봄을 찾아냈을 때엔 기쁘게 달려나가 봄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곳이 여러분만의 다람쥐길이길.

 

김석준 (문과대 한국사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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