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조혜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구독경제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소유하는 것보다 적은 금액을 지불하고 일정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방식을 의미한다. 세계 최초 구독사업 전문가로 꼽히는 티엔 추오(Tien Tzuo)Zuora(기업용 구독경제 결제 시스템·소프트웨어 솔루션 기업)의 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데, 그는 제품판매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을 통한 반복적 수익의 창출을 위해 고객을 구독자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근 신기술을 기반으로 제품과 서비스의 접근 및 유통과정이 단순해지고, 이를 통해 구독경제 기반 비즈니스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구독경제의 주요 소비층은 2030 세대의 청년층으로,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주목받고 있다. 1980년대 초반~2000년 출생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제품을 소유하고 과시하기 보다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크다. 이처럼 소비자들이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이 소유에서 공유, 그리고 구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구독경제 확산의 주요한 원인이다.

  글로벌 금융기업인 Credit Suisse(2015)에 따르면 2015년 구독경제 시장 규모는 약 4200억 달러(470조 원)이고, 2020년에는 약 5300억 달러(594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Zuora가 개발한 구독경제지수(Subscription Economy Index)에 따르면, S&P 500(S&P Sales Index) 판매지수의 9, 미국 소비판매지수의 4배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구독경제 모델은 구독이력 데이터를 축적해 고객의 소비패턴 및 시장 선호도 등의 정보를 쉽게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기간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측면도 있다. ICT 플랫폼을 기반으로 온·오프라인 구독경제가 강력한 락인(lock-in)효과를 창출하며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보여주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선 구독으로 개인화된 물건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을 통해, 결정에 따른 에너지와 고통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기존의 한정적인 제품 판매를 벗어나 사업영역이 확대되는 새로운 기회가 창출되기도 한다. 화훼 스타트업 ‘K의 경우, 맞춤형 꽃다발을 배송해주는 꽃 정기배송 모델을 운영 중이다. 2014년 사업 개시 이후, 2019년 기준 정기구독자수는 10만 명, 한 달에 발송되는 정기구독 꽃은 3만 개로 크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경조사에만 꽃을 소비하는 문화로 전통적인 화훼시장의 성장에 한계가 있었지만, 정기배송 서비스를 통해 일상에서 꽃 문화를 정착시키고 화훼산업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구독경제 시장은 미국 등 해외에 비교하면 아직 초기 단계로, 시장이 커지면서 스타트업이나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사업에 뛰어 들고 있다. 아직까진 벤처 및 영세업체들이 많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 구독경제 모델이 빠르게 성장한 미국의 경우 쇼핑을 하는데 있어 거리상 불편이 있지만, 국내의 경우 근거리 쇼핑과 온라인 모바일 쇼핑환경이 잘 구축돼 있는 편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구매에서 구독으로 이어지는 장벽이 존재한다는 것이 국내 관련 업계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구독모델의 활용은 기존 사업영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영세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들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구독이라는 형태는 이전에도 쓰였지만, 혁신기술의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과 결합하여 새롭게 각광 받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특히 기존의 취약하고 영세한 사업영역이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경험과 다양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여지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구독모델을 도입하기에 앞서, 기업 측면에서는 구독경제 모델에 대한 개념 이해와 산업환경 변화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은 소유를 통한 니즈(needs)를 넘어서, 제품과 함께 경험이라는 부가가치를 원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장의 대응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경험의 욕구를 다양하게 충족시키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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