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 기자로 일할 때 조현병 범죄와 치료 환경에 대해 취재한 적이 있다. 머리를 싸매고 썼던 기사였고, 진심으로 조현병 환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이었다. 이후 자연스레 포털 실시간 검색어에 조현병이 올라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봤다. 잊을 만하면 조현병 범죄가 터졌지만, 사전은 물론 사후 대책은 없었고 여론은 겉잡을 수 없이 악화돼 기사 밑엔 격리시키라는 댓글만이 쇄도했다. 사회로부터 배척당한 그들은 얼마 후 또다시 범죄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지난달 17, 결국 곪았던 게 터졌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락내리던 조현병 범죄는 진주 방화 살인사건으로 더이상 지나칠 수 없는 사안이 됐다. 정부는 이제야 일사불란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대응과 관리 대책을 내놓았다. 골자는 정신건강 응급개입팀을 꾸려 24시간 가동하고,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33만 명의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도록 정신재활시설과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마침내 내놓은 대책마저도 실질적인 해법으론 부족해 보인다.

  첫째, 치료환경 개선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개정된 정신보건법 강제입원 조항에 대해 적기에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입원을 거부할 때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의료계와 치료받고 싶은 환경이 아니기에 강제입원을 폐지해야 한다는 정신질환자 측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응급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의 입원 여부를 의사들이 결정할 수 있는 사법입원제도의 필요성도 절실하지만, 수용시설과 버금가는 하급병원에서 고통받아왔을 환자들의 모습도 눈에 밟힌다. 결국, 양쪽이 유일하게 공감하는 적기 치료를 위해 환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치료환경 개선 뿐이다.

  둘째, 정신재활시설과 인력을 확대하더라도 환자가 거부하면 이 역시 무용지물이다. 환자의 집을 방문해 주변 환경과 일상생활을 관찰하는 것도 사례관리 중 하나다. 하지만 환자가 거부할 시, 시설 측은 더이상 사례관리를 강제할 수 없다. 약을 먹지 않는 것 같아 집에 방문했더니 약이 쌓여있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인력 충원이 그들을 지역사회로 데리고 나오진 못할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면 무엇하나. 조현병 범죄를 자극적으로 보도해 조현병 포비아를 조장한 미디어가, 강제할 수 없어 방치했던 치료 시스템이, 그들을 포용하지 못한 사회가, 이미 수많은 조현병 환자들을 동굴 안으로 밀어 넣었다. 하지만 남아있는 소라도 잃지 않으려면 한 발짝 앞서간 대책이 필요하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대응·관리 시스템이 아닌 당사자의 자발적인 한 걸음을 격려하는 이해 시스템이다.

 

 

김예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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