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고대신문 1876호엔 교내 구성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흥미롭게 읽을만한 기사가 많았다. 학내 이슈를 사회문제로 확장시키거나, 학교와 관련된 트렌드를 다뤘다. 특히 개인적으론 1, 6~7, 9면은 최근 어떤 호 기사보다도 재밌었다.

  #1면 부끄러운 회계비리의 민낯철저히 문책하고 조직 쇄신해야=1876호가 발행됐을 땐 이미 관련 기사를 접한 뒤였다. 많은 학생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사엔 학생들의 실망과 분노가 잘 담겨 차별화된 느낌이었다. 특히 기사에 나온 멘트가 구체적이고 생생했다.

  또 기사는 고려대의 비리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까지 다뤘다. 사립학교법상 내부감사뿐 아니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 하지만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다는 것을 지적했다. 권익위 통계나 국회의원의 주장도 기사를 풍부하게 했다. 학내 이슈를 다루는 것이 학보사의 기능이자 동시에 한계가 될 수 있는데, 이를 잘 극복한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6~7안전하고 보장된 환경에서 배달하고 싶습니다”=최근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이슈가 됐던 배달 라이더의 노동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보도였다. 두 면이나 됐는데도 정보가 알차 단번에 읽었다. 플랫폼 노동의 개념, 배달 라이더의 지위를 두고 엇갈리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해석, 법조와 노동계 전문가의 시각까지 읽을거리가 많았다. 인용된 멘트가 풍부한 점도 술술 읽을 수 있었던 요소라고 생각한다.

  #9면 내 최애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덕지순례’, “서로가 힘이 될 수 있다는 게 아이돌을 응원하는 이유죠”=사실 아이돌, 팬덤은 오랫동안 다뤄진 흔한 이슈다. 하지만 덕지순례’ ‘아이돌 동아리라는 신선한 소재가 눈을 끌었고, 사진 구성도 좋았다. 특히 러블리즈 동아리 기사 인터뷰는 보는 내내 빵 터졌다. 다만 덕지순례 기사를 보고 좀 더 찾아보니 BTS, SM 외에도 여러 사례가 있어 기사에 다양한 내용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여전히 아쉬운 건 제목=제목을 봐도 내용이 궁금하지 않은 기사가 있다. 제목이 뻔하고 추상적이거나 기사 내용을 압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번호에선 3경쟁력 있는 대학의 첫번째 조건은 연구능력입니다’, 5아이디어를 실용화하는 것도 대학의 몫입니다가 그렇다. 제목만 봐선 어떤 기사일지 감조차 잡히지 않고 눈길도 가지 않는다. 세계 100위권 대학, 지린대 학생 파견, 로봇공학 등 재밌는 키워드가 많은데 왜 기사에 반영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제목부터 훑고 관심이 가는 기사를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을 사로잡지 못했을 것이다.

 

김선미 JTBC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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