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2일부터 갑자기 카카오톡 채팅목록에 광고가 등장했다. ‘비즈보드라는 이름의 광고는 사적인 영역인 채팅목록의 상단 혹은 중간에 채팅방과 함께 나온다. 비즈보드는 광고주들에게 엄청난 호평을 받고 있다.

  갑작스런 채팅목록 광고에 일부 이용자들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지디넷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선 사용이 힘들만큼 불편할 것 같다는 의견이 44.5%에 달했다. 시공간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광고에 시달리는 현대인으로선 사적인 영역인 채팅목록에까지 광고가 나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 채팅방 내에도 광고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등장했다. 단순히 단기적인 불편을 주는 것을 넘어서, 개인의 영역을 침범한다는 인상마저 주는 양상이다.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필수 앱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다양한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고, 주기적으로 앱 전반에 변화를 준 점도 카카오톡이 오랜 시간 자리를 유지한 비결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메신저라는 플랫폼으로 모바일 시장을 처음부터 점유했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일종의 남들 다 쓰니까의 수혜를 받는 셈이다.

  과거 야후코리아는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며 포털 사용 1위 자리가 굳건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포털들에 밀리다 폐쇄의 길을 걸었다. 웹과 앱의 세계에서는 경쟁이 치열하고, 기술의 변화에 따라 가라앉음과 떠오름도 빠르다.

  카카오는 비즈보드의 수익성을 분석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3%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광고주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에 힘입어 비즈보드 기반 사업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하지만 이용자 피드백을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현재 43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은 몇천 명이 사용을 멈추더라도 단기적으로는 아무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 부동의 1등 자리에 함께한 이용자들이 하나둘씩 떠나간다면, 영원한 것은 없다. “남들 다 쓰니까남들 다 쓰는 건 아니던데?”로 바뀌면 말이다.

 

권병유 기자 uni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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