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大同), 크게 하나가 되다. 1980년대 군부독재에 저항하였던 우리 선배들은 대학문화를 왜곡하는 대표적 행사였던 축제에 근본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였고, 대학축제에 대동제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 축제의 이름이 담고 있듯이, 대동제는 서로의 마음을 하나로 화합하는 자리의 역할을 해왔다.

  올해의 우리 학교 축제의 이름은 여전히 석탑대동제이다. 뿐만 아니라 많은 학교가 대동제라는 이름을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물론 시대가 변화한 만큼 그 내용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억압에 저항하고 단결과 화합을 위해 존재했던 자리는 이제 우리가 함께 즐거워하고 우리의 끼를 뽐내는 자리로 바뀌었다. 유명한 연예인의 무대를 보기 위해 수많은 학우들은 민주광장을 가득 메운다. 한편 축제를 후원한 기업의 현수막과 풍선도 함께 학교를 채우고 있다.

  학우들은 어떻게 축제를 기억할까. 축제가 만족스러웠는지 그렇지 않은지, 즉 축제의 흥망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섭외된 연예인의 인지도다. 학우들은 섭외된 연예인이 얼마만큼 자기 취향인지에 따라 축제를 기획한 학생회를 평가하고 있다. 축제의 라인업을 다른 학교와 비교하거나 라인업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학우들의 날선 비판의 목소리도 빠지지 않고 들려온다. 연예인을 보기 위해 같이 몰려든 외부인들에 의해 학우들이 제대로 무대를 관람하지 못한다며 재학생 존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크다. 축제가 어떤 기조를 담고 있는지, 축제의 컨텐츠가 얼마나 다양하고 풍성하였는지는 우리에게 이제는 그다지 기억되는 요소가 아니다.

  ‘너로, 비로소 열리는 우리의 축제’ KU:KEY라는 이름을 가지고 열린 2019년 고려대학교의 석탑대동제는 이제 막을 내린다. 축제의 기조를 읽어보았다. 우리는 이 축제의 열쇠가 되었을까. 우리는 각자가 다양한 열쇠가 되어 함께하였을까. 우리의 각기 다른 가치를 찾는 시간이 되었을까.

 

안병국(보과대 보건환경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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