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에 비해 확연히 불안해진 가창력과 유난히 잦았던 사건사고로 최근엔 젊은 층들 사이에서 일종의 인터넷 밈(meme)이 돼버렸지만, 김장훈의 탄탄한 커리어와 독보적 카리스마까지 절하되는 것은 안타깝다. 특히 그만의 호소력 있고 절절한 음색, 또 정교하진 않지만 매력적인 가창 스타일은, 그 누구의 화려한 창법보다도 가슴에 와 닿는 신비한 힘이 있다.

  2008년 발매된 김장훈의 디지털 싱글 소나기(PSY 작사, PSY·김종익 작곡)’는 김장훈의 독보적인 음색과 꾸밈없는 가창 스타일, 그리고 노래의 분위기가 삼박자를 이루는 곡이다. 제목이 말하듯, 이 곡은 사람의 인생과 소나기를 절묘하게 비유하며 얘기를 풀어나간다. “날이 참 좋았는데 화창했는데도 말없이 내린 소나기는 세상을 어둡게 하고 비를 퍼붓는 성가신 녀석이다. 하지만 그 순간도 잠시 뿐이고 곧 해가 뜰 것이란 사실 또한 명백하다. 비에 젖은 화자는 잠시 꿈을 꾸며 그리고 눈을 뜨면 괜찮을 거라며 좌절하지 않고 내일을 살아갈 것을 다짐한다. 잔잔하게 시작했다가 클라이맥스로 치달으며 고조되는 구조에서 나타나는 극적효과 또한 확실하다. 곡의 애잔함을 배가 시키는 건 김장훈의 보컬이다. 다소 힘겨우면서도 끝끝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김장훈의 목소리는, ‘소나기의 시련 앞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어떻게든 끈질기게 살아가길 다짐하는 평범한 이들의 삶을 대변하는 듯하다. 말하는 듯한 굵직한 음색도 감정전달에 힘을 싣는다. 세련된 기교 없이 오롯이 으로만 꿋꿋이 불러내는, 젠체하는 이론가들에게는 트집거리일 창법도 이 곡에선 그 어느 기교 섞인 창법보다도 완벽히 어울린다.

  살다보면 누구나 비에 젖게 될 거다. 갑작스런 소나기에 대비해 외출할 때마다 우산을 챙기는 사람은 없을 테니. 세상일은 의외로 단순할지도 모른다. 비에 젖으면 잘 말리면 되는 일이고, 오늘 해를 못 봤다면 내일 뜰 새로운 태양을 마주하면 되는 일이니. 잘하면 무지개가 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박진웅 기자 queb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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