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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오픈 액세스 악용하는 가짜 학술지
[시론] 오픈 액세스 악용하는 가짜 학술지
  • 고대신문
  • 승인 2019.05.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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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한양대 교수·의학과
한동수 한양대 교수·의학과

 

  몇 해 전부터 이름 모를 단체나 학술지로부터 논문을 투고해 달라는 메일을 많이 받는다. 그 메일에선 공통적으로 논문심사를 요청하면서 전문가 심사자가 자리를 제안하거나 저명한 업적을 인정해서 빨리 출판해 준다고 쓰여 있다. 하도 많이 와서 스팸메일로 처리하지 않으면 메일함이 금세 차버려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다. 정부 연구비를 지원받는 유수 대학의 교수가 허위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한 것을 계기로 많은 연구결과가 가짜 학술지에 실린다는 다소 과장된 언론기사가 화제가 되었다. 일부 기관에서는 가짜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은 업적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승인된 연구비 지원도 박탈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심지어는 장관후보 인사청문회에서 가짜 학술지와 가짜 학회가 이슈였다. 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을까?

  논문을 작성하고 투고하여 학술지에 게재하는 행위는 학문을 완성해 나가는데 중요한 과정 가운데 하나이다. 연구자는 학술지 출판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지적 인정을 받으며, 소속 기관에서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대학원생은 졸업의 최소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일부 연구자는 임용에 필요한 자격을 얻기 위해 논문을 작성한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연구자를 판단할 때 그의 논문이나 이를 통한 학문적 평판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전까지는 학술지를 보기 위해선 개인이나 도서관, 대학이 비용을 지불한 후 구독하는 제한적인 방법이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료공개를 통한 연구 투명성 강화라는 흐름에 맞추어 많은 학술지가 오픈 액세스(open access)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오픈 액세스 출판에서는 논문이 무상으로 열람되고 모든 사람에게 공개할 수 있도록, 저자 또는 연구비 지원기관이 출판사에 수수료를 지급한다. 저자 입장에선 연구 내용을 널리 알려 인용을 유도하게 돼 연구 영향력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공익을 목적으로 한 공공재단이나 정부주관 연구는 대부분 오픈 액세스 정책을 전제로 연구가 진행되곤 한다.

  오픈 액세스 출판에선 저자가 비용을 지불하기에 이익추구를 위해 저자를 현혹하여 출판비용만 노리고 엄격한 전문가심사 없이 논문을 출판하는 학술지가 생기게 되었다. 저자로선 어려운 전문가심사를 거치지 않고 빨리 출판되면 자신의 평판이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에 비용을 감수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문가심사가 없는 학술지는 학술지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 이들 가짜 학술지는 논문을 출간하지 않은 채 비용만을 갈취하거나, 터무니없이 큰 금액을 요구한다. 설사 원고를 게재하더라도 인용도 되지 않고 주요 데이터베이스에서 색인도 되지 않는 논문을 양산한다. 지면 제약이 없고 비용이 저렴한 온라인 출판을 중심으로 가짜 학술지는 다양한 이름을 사용하며 늘어나고 있고, 심지어는 유명 학술지 이름을 도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짜 학술지에 의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이 필요하다. 먼저 편집관련 여러 단체에서 발표하는 가짜 학술지 리스트를 확인해 본다. 오픈 액세스 정책을 표방하는 학술지 단체에선 그들의 회원 리스트를 제공하므로 해당 리스트에 투고하려는 학술지가 존재하는 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세계편집인협의회 등의 편집관련 단체에서는 학술지가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을 나열하고 이를 점검할 수 있는 항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연구자 입장에서 이들이 제시하는 항목을 일일이 찾아 확인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논문을 투고할 때는 각 분야에서 연구자들이 선호하고 지명도가 있는 학술지를 선택해야 한다. 해당 학술지에 투고가 어려우면, 과연 전문적인 연관성이 있는 학술지인지 고민하고, 가짜 학술지를 의심하게 하는 요소가 있는 지 점검한 후 투고하는 고민하고-점검하고-투고하는과정을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부에선 가짜 학술지에 출판하는 것을 마치 중대한 범죄처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가짜 학술지는 출판정책 변화 과정에서 일어나는 허점을 노려 영역을 확대하기에 연구자가 의도하지 않게 난처해지는 경우도 많다. 연구자에게 처벌이나 불이익을 부과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가짜 학술지의 폐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부단한 알림 과정을 통해 연구자의 각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것이 가짜 학술지로 인한 폐해를 예방하는 데 더욱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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