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규명해야지요

(김용균 청년 비정규직 영결식에 드리는 )

 

송경동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청년의 목은 어디에 뒹굴고 있었는지
찢겨진 몸통은 어디에 버려져 있었는지
피는 몇 됫박이 흘러 탄가루에 섞였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청년은 밥 한 끼 먹을 틈도 없이 컵라면으로 떼우며 종종걸음을 해야 했는지
왜 청년은 21조 매뉴얼을 따르지 않고 혼자 일해야 했는지
스물 여덟 번의 작업환경 개선 요구는 누가 꿀꺽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랜턴 하나 지급받지 못한 어둔 막장에서
청년이 갈탄을 주워 담으며 생산한 전기는
누구의 밝음과 재력과 풍요만을 위해 쓰여졌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몇년간 12명이 죽어 간 죽음의 발전소에 지급된
480억의 무재해보상금은 누가 어떻게 챙겼는지
왜 산재사고의 98%가 비정규 외주노동자들 몫이어야 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국가는 왜 공공부문 사영화를 밀어부쳐 왔는지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은
누가 제로로 만들어 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상시지속업무마저 비정규직화 해왔는지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지워줘 왔는지
왜 국가와 의회가 앞장서 하청노동자 중간착취를 용인해 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누가 다시 그런 현장에서 뺑이치며 일하고 있는지
누가 다시 그런 일터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1100만 비정규직의 피와 땀과 눈물과 한숨은 누구의 금고에 빼곡히 쌓여가고 있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산업안전보건법은 왜 28년만에야 처음으로 개정될 수 있었는지
중대재해방지법 기업살인법은 왜 통과되지 않는지
불법파견 중간착취 사업주는 왜 처벌되지 않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청년의 죽음을 끝까지 지켜 온 게 국가인지 시민인지
재발방지를 위한 진상조사위 구성
발전 5개사 비정규직 2200명 정규직화 등은 누가 관철시켜왔는지

진상을 규명해야지요
왜 촛불정부는 1700만이 밝혀둔 시대의 빛을 꺼트리려 하는지
왜 국회는 모든 촛불입법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지
왜 이 나라는 다시 재벌 관료 자산가 정치인들만이 무한히 자유로운 나라가 되어 가는지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이때 한 청년 비정규직의 죽음이 우리에게 어떤 빛이 되어주었는지
한 어머니의 울부짖음이 우리 모두의 폐부를 어떻게 찢어왔는지
왜 없는 이들에게 여전히 세상은 곳곳이 세월호고 구의역이고 태안화력발전소인지

이 실상을, 이 참상을, 이 야만을 규명해야지요
남은 우리 모두가 김용균이 되어
이 뿌리 깊은 설움을, 이 분노를 규명해야지요

이런 시작이라고 약속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시작이라고 어머니를 부둥켜안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시작이라고 이 불의한 시대에 선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달리 어떤 위로의 말도 찾지 못해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진실을 규명해야지요
수천만 번을 되뇌이며
우리 시대 또 다른 빛이 되어주었던 당신을 떠나보냅니다

 

 

  20181210, 이날은 故 김용균 청년이 산업현장에서 사망한 날이다. 당시 그는 24세의 청년이었고, 비정규직 외주노동자로서 근무하던 중 참변을 당했었기에 더 안타깝게 기억하고 있다. 위 시는 송경동 시인이 故 김용균 청년의 노제 때 헌사 한 추모시이다. 전체적인 내용은 직설적이고 자극적이지만,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열악하게 근무하는 현장노동자들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 시인은 안전수칙을 어긴 기업, 이들을 방임한 정부, 국회까지 모든 책임이 있는 사회에 대하여 날 선 비판을 하고 있다. 시인 본인이 젊은 시절 경험한 노동자의 삶 때문인지 시 전체에 펼쳐진 그의 울분이 더 느껴진다. 사회경험은 부족하지만, 현장노동자들의 애환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그것으로 생각했지만, 추모시를 계속 곱씹을수록 나에게 과연 이해하고 공감할 자격조차 있는지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당연히 지원받아야 할 동료조차 없이 어두운 사지로 내몰렸을 그 날, 같이 있어 주지 못해서 한없이 미안했다. 이렇게 많은 일선의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박한 지원 속에서도 대한민국을 지탱하고 있지만,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지 않다. 언제가 되어야 이러한 추모시가 역사의 흔적으로 남을지 궁금하다. 관련 법이 개정되어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가고 있지만, 모든 국민이 노동자에 대한 인식개선, 애정 어린 관심을 지속해야 소외계층은 사라질 것이다. 언젠가 나도 사회 일선에서 직장인으로 살아가겠지만, 故 김용균 청년을 잊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보이지 않지만 밤낮으로 대한민국을 빛내고 있는 모든 현장노동자분들께 작은 존경을 표하고 싶다.

 

임준호 (정경대 통계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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