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 새벽 비 오는 날에 자취방 베란다에서 찡찡 울고 있던 새끼고양이를 보았습니다.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조그마한 고양이는 곧 죽을 것처럼 비를 잔뜩 맞고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이틀 동안은 어미가 이 아이를 발견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더군요. 그리고 여전히 비가 오던 그 다음 새벽, 베란다에서 고양이 사체를 볼 수는 없겠다 싶어 구조한 것이 첫 만남이었습니다.

  손 떨릴 만큼 나오는 병원비는 한 생명을 덜컥 맡게 된 대가라고 생각했습니다. 생후 1개월의 조그마한 몸은 태어나서 한 일이 고생밖에 없다는 듯 질병이 가득했습니다. 그 아이를 끼고 살며 함께 링웜이라는 피부병을 앓아 넘기고, 뱃속 기생충을 없애고, 고양이용 우유에서 습식사료, 건식사료를 먹일 때까지 성장의 과정을 함께했습니다. 처음엔 경계의 소리로 느껴졌던 고양이의 고롱거림이 이제는 제 숙면을 책임지는 가장 포근한 소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는 제 침대를 가장 좋아합니다. 전용 쿠션도, 텐트도 줘 봤지만 한두 번 쏙 들어가더니 결국 제가 있는 침대로 와 함께 누워 있으려 합니다. 외출을 하면 세상 잃은 듯, 제게 가장 애달픈 울음소리로 찡찡거립니다. 아이가 저를 물고 핥고 깨물 땐 뭔가 역할이 반대가 된 것 같아 의아하지만, 이 아이에게는 말 그대로 제가 어미보다 더 엄마 같은 존재라 그렇겠지요.

  이 아이의 이름은 새비입니다. 새벽 비 오는 날에 가장 귀애하는 아이가 제게 와준 것을 계속해서 기억하고자, 그리고 그 날을 기점으로 새비의 묘생에 최선이 되고자 지은 이름입니다. 새비는 최근 제주도에서 바다를 보고 왔습니다. 더 많은 여행을 함께 떠날 예정입니다.

 

오혜빈(문과대 국문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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