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 주위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과 이를 피해 지나가는 학생들. 본교 캠퍼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학내에 형성된 암묵적 흡연 장소에 많은 비흡연자들이 불편을 호소하지만,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관 앞은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흡연하고 있다
미디어관 앞은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들이 흡연하고 있다.

  흡연장소, 법률상 단속은 어려워

  암묵적 흡연장소는 학교 곳곳에 분포한다. 정경대 후문, 민주광장 등나무, 생명과학관 동관 등 학교에서 설치한 빨간 쓰레기통 주변에 흡연자들이 모이며 자연스레 형성됐다. 학교에서도, 학생회에서도 공식적으로 지정하지 않은 이러한 흡연장소는 일반 학생들이 자주 통행하는 보행로와 별다른 구분이 없어 비흡연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CJ법학관에서 수업을 듣는 문과대 18학번인 이모 씨는 “건물 입구 옆에서 흡연을 해 담배 연기를 맡을 수밖에 없다”며 “건물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보니 숨을 참고 지나간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캠퍼스 내에서의 흡연 단속과 제재를 요구하지만, 야외 흡연을 막을 수 있는 법적 규정은 따로 없다. 대학교의 모든 교사(校舍)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4항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이는 학교 건물 내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캠퍼스 내 야외 공간은 금연구역이 아니다. 성북구 보건소 측은 “바깥에 노출돼 있는데 건물 부지에 속해 있는 몇몇 애매한 경우가 있긴 하지만, 보통 학교 건물 밖 야외 공간의 경우 금연구역이 아니다”라며 “학교에서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고 해서 단속할 수 있는 법적 효력은 없다”고 설명했다. 본교 총무부 측도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을 학교 차원에서 강제할 방법은 없다”며 “쓰레기통을 옮기거나 금연 표시를 붙이는 식으로 흡연 장소를 유도할 수는 있지만, 제재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마땅한 공식 규정이 없다보니 본교의 경우 각 건물을 관리하는 단과대와 기관 측이 임의로 금연구역을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백주년기념관 출입구, LG-POSCO관 뒤편의 통로, 정경대 계단 앞은 현재 금연구역으로 설정돼 있다. 하지만 미디어관 앞과 같이 금연구역으로 지정했음에도 흡연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곳도 있다. 미디어학부 행정실 측은 “소음과 냄새에 대한 항의가 심해 건물 앞 벤치까지 금연구역을 지정하고 자체적으로 금연을 권고하고 있지만 단속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외면받는 흡연부스

  학내 흡연을 둘러싼 갈등을 막고자 학교는 2012년 제45대 안암총학생회(회장=박종찬)와 협의해 중앙광장 계단과 과학도서관 앞에 총 6650만원을 들여 흡연부스를 각각 1개씩 설치했다. 흡연부스에 설치된 집진기의 필터는 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연간 약 100만원의 유지비용이 발생한다.

  흡연부스는 흡연자들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연권을 보장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설치 초기부터 학생들의 이용률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흡연자들은 흡연부스를 이용하면 냄새가 심하게 배고, 부스의 수도 적어 흡연부스를 꺼리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흡연부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디자인조형학부 17학번 A씨는 “흡연부스를 이용하면 담배 냄새가 온종일 배고, 흡연을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해서 불편하다”고 말했다. 문과대 13학번 김모 씨는 “흡연부스를 자주 이용하는데 부스 내 악취가 몸에 배거나 집진기가 담배 연기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못해 숨이 막힌다”며 “흡연부스 이용을 증대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관리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신준호 학생지원부 주임은 “가급적 쾌적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기적으로 시설관리를 하고 있지만, 애초에 흡연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냄새가 배지 않도록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흡연부스 설치 업체인 ‘토탈부스’ 측은 “학교 측에서 설치한 테이블식 집진기는 모든 공간의 담배 연기를 빨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어 최근에는 부스 천장에 집진기를 설치한다”며 “현재로서는 흡연부스에 탈취기를 설치하거나, 한 달에 한 번 이상 물청소를 하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총학생회(회장=김가영, 서울총학)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교 측과 흡연구역 정립과 부스 증설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폐쇄형 흡연부스는 한계가 있어, 흡연자들이 자주 이용하는 구역에 개방형 흡연부스 설치를 제안해 흡연자들의 실질 이용률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남재림 서울총학 주거복지국장은 “폐쇄형 흡연부스는 고정 비용이 들지만 사용자들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라며 “개방형 흡연부스를 설치해 흡연구역의 실질적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식 흡연구역 설정과 인식 개선 필요해

  일부 대학에서는 흡연자들과 비흡연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는 학교와 총학생회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수합한 후 공식 흡연구역을 정비해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한양대의 관리처 산하 관재팀은 학생지원팀, 학생회와 함께 흡연구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이를 토대로 흡연구역의 인식과 실제 활용도를 파악해 작년 2학기부터 27개 흡연구역의 위치를 조정했다. 이후 표지판, 재떨이 등을 설치하고 구획선을 그어 흡연구역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한양대 관재팀 직원 이경희 씨는 “설치된 재떨이에 흡연구역의 청결 실태를 평가할 수 있는 QR코드를 부착해 흡연 매너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자각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구경모(한양대 융합전자공학18) 씨는 “흡연구역이 눈으로 잘 식별되며, 보행로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며 “담배 냄새로 불쾌했던 경험도 별로 없고 흡연구역이 잘 준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흡연구역이 잘 정착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흡연구역 위치 설정과 함께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 요구된다. 성균관대 인문사회캠퍼스 역시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가 흡연구역에 대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토대로 학교 관리팀과 협의를 거쳐 작년 2학기에 흡연구역을 재설정했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일부 학생들은 여전히 흡연구역의 경계를 넘어서 담배를 피우거나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인다.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17학번 고모 씨는 “공식 흡연구역을 지정하고 흡연구역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금연장소에서 흡연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본교 서울총학은 지난 1월 흡연구역 재정비를 위한 흡연실태조사를 진행했고, 추후 흡연구역 정립에 대한 학생들의 총체적인 의견을 수합할 계획이다. 남재림 주거복지국장은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유의미한 응답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며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각 공간의 특성에 맞는 흡연공간을 마련하고, 흡연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준호 학생지원부 주임은 “추후 흡연구역과 관련한 논의가 진행된다면 적극적으로 서울총학과 의견을 교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글 | 이정환 기자 ecrit@

사진 | 조은비 기자 julie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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