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06 15:12 (화)
마을에서 발견하는 기쁨, “이웃과 함께 행복을 만듭니다.”
마을에서 발견하는 기쁨, “이웃과 함께 행복을 만듭니다.”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9.05.27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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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산마을 축제 스케치
성미산 마을회관 앞에서 축제를 맞아 소규모의 플리마켓이 열렸다.
성미산 마을 어린이집 아이들이 지구온난화를 주제로 율동을 추고 있다.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상영하는 '칠곡가시나들'을 보기위해 마을 어르신들이 모였다.

 

  마포구 성미산 아래 빌라촌에는 성미산마을이 있다.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일을 계획한다. 마을 초입 문턱 없는 밥상에는 형편껏 내도 괜찮습니다가 쓰여있고, 성미산 학교 간판에는 불은 끄고 관심은 켜고라고 적혀 있다. 오며 가며 마주하는 주민들은 서로 반갑게 안부를 묻는다. 매해 5월 넷째 주에 열리는 마을 축제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분주하다. 이웃이 우리 기억에서 흐릿해져 가는 날. 성미산마을은 소중한 마을공동체의 가치를 지키고 있었다.

 

  빠이부터 짱구까지 마을극장에서 한바탕

  지난 23, 성미산 동네 꼬마들이 마을극장에 다 모였다. ‘우리 동네 별이 되어라공연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아이들과 함께 부모님, 선생님들도 극장을 찾았다. 자그마한 공간이 마을 주민 200여 명으로 가득 찼다. 공연이 시작되자 신나는 꺅 소리가 극장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유쾌한 웃음이 천장을 가르고 뻗어 나간다.

  첫 번째 무대는 왜 이렇게 덥지.’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 동네 어린이집 아이들이 율동과 동요를 준비했다. 어깨를 으쓱하면서 열심히 조그마한 몸을 흔든다. 꼬까옷 뒤에는 덩치보다 큰 나무들이 그려져 있다. 낭랑한 목소리에 관객들은 절로 흐뭇한 미소다.

  어머니, 아버지들도 손을 거들었다. 빠이(·46, 박종혁)는 율동에 알맞게 통기타를 연주했다. 무대 배경은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다. 특수 효과는 애니메이션 작가인 마을 주민이 도움을 보탰다. “2주 전에 아는 언니가 같이하자고 했어요. 계속 고민했는데 안 해도 후회, 해도 후회할 것 같으면 하고 후회해!’라는 말을 듣고 덜컥 참가를 결심했죠. 딸이랑 함께 참여하니 너무 좋네요.” 머리에 빨간 꽃을 꽂은 샘물(·46, 이화진)이 수줍게 말했다.

  형님, 누나들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성미산학교 12학년 과정 학생들이 멋진 무대를 선보였다. 고구마는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를 준비했다. 조명이 내려지자 아이들은 벌써 열광한다. 선홍빛 라이트가 들어오고, 학생들이 웅장한 음악에 맞춰 군무를 맞추기 시작한다. 열심히 연습한 만큼 제법 멋진 솜씨다. “안마기 받고 싶어서 출전했는데, 상품으로 누룽지를 받았어요!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원하던 상품을 놓친 고구마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공연의 마무리는 팀 유자 먹은 코끼리가 담당했다. 동네 동생인 짱구(·13, 이건우)와 함께 쿵덕거리는 반주에 맞춰 힙합 음악을 불렀다. 넘치는 흥이다. 관중석에서 짱구 친구들이 박자도 무시하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부모님들도 눈 감고 팔을 돌리며 무대를 즐긴다. 몇몇 꼬마와 아줌마는 무대에 나와서 함께 몸을 흔들었다. 무대를 마친 짱구는 형들이랑 같이 노래해서 너무 좋아요!”라며 해맑게 웃는다. 마지막 무대까지 자리를 지킨 페달(·42, 문재윤)은 유쾌함을 감추지 못한다. 성미산 위로 뜬 달이 밝게 미소 짓는다.

 

  품앗이로 꾸려낸 마을 축제

  이번 무대는 성미산마을 운영위원회가 준비했다. 딱풀(손정란) 성미산마을 운영위원장은 원래 여러 단위에서 이뤄지던 행사가 모이다 보니 자연스레 축제가 됐다매해 1500명 정도 참가한다고 말했다. 마을 사람들은 축제를 통해 서로 얼굴을 익히고 이웃이 된다.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묘미다. “동네 아이들이 축제 연습도 하고, 친구 응원도 하면서 어울리는 걸 보면 흥겨워요. 아이들 도와주면서 어른들도 만나고요. 이렇게 서로 어울리면서 사니 좋습니다.” 드가(·51, 김영덕)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취미를 하나씩 깨우쳐간 주민들은 동아리도 만든다. 이렇게 공동체를 꾸려 나간다.

  성미산마을 운영위원회는 축제 준비를 위해 3월부터 공을 들였다. 마을 주민들도 큰 도움을 줬다. 후원금도 보내주고, 경품으로 쓰라고 물건도 보내준다. 고구마가 탐낸 안마기도 약국 운영하는 동네 주민이 기부한 것이다. 딱풀은 축제 준비하는 데 드는 돈은 얼마 안 된다이번에 구청에서 지원받은 돈도 500만 원뿐이라고 말했다. 행복한 품앗이가 성미산마을 축제를 가득히 채웠다.

  “사슴, 베이컨 좀 구워.” 마을회관 앞에서 열린 플리마켓에서 하연(·19, 위하연)이 사슴(·47, 박미라)을 재촉했다. 마을회관은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공간이다. “함께 나누고 싶어 마을회관 앞에서 플리마켓을 열었어요. 마을회관에 사람들이 더 많이 오면 좋겠다는 소망도 있고요.” 첫눈(·48, 최수진)이 플리마켓을 연 이유를 말했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삶의 공간을 흔드는 시대에 마을회관은 성미산마을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사슴은 공간 문제 때문에 꽤 어려움을 겪었다마을회관 덕분에 임대료 걱정 같은 건 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성미산마을 어른들은 모두 별명을 쓴다. 아이들과 수평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다. 선생님도 예외는 없다. 성미산마을에서는 모두가 친구다. 하연은 언니, 오빠 같은 말은 성이분법적이기도 하고 평등하지도 않다학교에서도 이렇게 별명을 쓰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제는 괜찮다며 웃었다. “우리는 나이 상관없이 서로 편하게 소통하죠.” 사슴이 옆에서 덧붙였다.

  여름이 가까워져 무더운 날에도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즐겁게 축제를 즐겼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모두가 어우러진 풍경이다. “여기에 이사 온 지 1년도 안 됐는데 사람들이랑 친해져서 너무 좋아요!” 짱구가 사랑스럽게 웃었다. 성미산 아래, 마을에서 이웃들이 살고 있다.

 

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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