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7 19:38 (월)
"티끌 모으듯이 서로 돕고 돌보면 마을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요"
"티끌 모으듯이 서로 돕고 돌보면 마을공동체를 이룰 수 있어요"
  • 김태훈 기자
  • 승인 2019.05.27 1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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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 인터뷰
강선규 센터장은 인간이면 누구나 짊어지는 짐을 마을이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강선규 센터장은 인간이면 누구나 짊어지는 짐을 마을이 덜어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마을은 절대 작지 않아요. 마을에는 많은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강선규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자치센터장은 2011년 즈음부터 마을공동체 활동에 앞장섰다. 서울특별시가 정책으로 마을공동체 만들기를 독려하기 전이다. 사람들이 서로 부둥켜 살 때 삶의 짐을 덜 수 있다는 강선규 센터장은 모든 문제가 개인의 몫이 된 오늘날, 마을에서 더 나은 삶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23일 서대문구 카페를 찾아 마을에서 사는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오랫동안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셨습니다. 이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사람은 누구나 늙고 병들고 죽어요. 이 문제를 피해갈 순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돌봐야 해요. 오늘날 사람들은 돌봄이 개인의 과제라고 생각하는데,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돌봄은 공동체의 문제예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공동체는 자신을 제외한 어떤 대상이 아닙니다. 타인한테 문제 해결을 떠맡기자는 의미가 아니에요. 공동체는 를 포함한 우리입니다.”

 

  - 그 공동체가 마을에서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가 있나요

  “기억나는 친구가 있어요. 교회에서 만난 젊은 친구였는데, 산후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습니다. 우울증에 제일 좋은 건 같이 놀아주는 거예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육아를 도와줬죠. 문제는 우리 집이 서로 너무 멀었다는 거예요. 왕복 두 시간이 걸리니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저희는 같은 지역에 모여 살기로 했습니다.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된 코하우징 주택을 지었죠. 이처럼 우리 삶의 무거운 짐들을 멀리 있는 사람과 나누긴 어려워요. 마을에서 공동체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랍니다.”

 

  - 마을공동체 활동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아줌마들이 모여서 뜨개질하는 것도 공동체 활동이에요. 이런 것도 마을공동체 활동으로 인정받아요. 서울시에서 지원금도 받을 수 있죠. 주민들이 모여서 자기들이 좋아하는 일 하는 건데, ‘왜 거기에 아깝게 세금을 주냐고 반문할 수도 있어요. 중요한건 뜨개질이 아니에요. 뜨개질을 매개로 함께 모인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활동은 모두 공공성이 있어요. 꼭 길가를 정비하고 쓰레기를 치우는 활동만 공공적인 게 아니에요. 자기 삶의 문제를 누군가와 공유하는 일은 모두 공공성이 있습니다. 아줌마들이 모여서 아무 말도 없이 뜨개질만 하진 않잖아요. 아이 키우는 얘기, 음식 얘기, 멀리 계신 부모님 얘기 등을 나누죠.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건강해져요. 스트레스가 풀리는 만큼 사회가 건강해지는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볼지 고민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하죠. 그런 모습이 많이 보여요.”

 

  - 공적인 일을 함께 해낸 마을공동체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환경 보존에 앞서는 마을공동체가 많아요. 에너지보존마을이 대표적 사례죠. 혼자서 전기세 한 달에 5000원 절약한다고 해봅시다. 환경 보호에 이바지한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을 거예요. 차라리 5000원 더 내고 말지 할 거예요. 하지만 다 같이 하면 달라요. 함께 전기 사용량을 줄여서 티끌들을 모으면 성과가 눈에 보입니다. 환경 보존은 지구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게 중요해요. 이런 데 마을공동체가 제격이죠. 혼자서 전기아낀다고 원전 하나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긴 힘듭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뭉쳐서 해내는 걸 보면 정말 원전 하나 줄일 수 있겠구나생각하게 되죠. 마을은 절대 작지 않습니다.”

 

  - 이웃을 향한 관심이 줄어드는데도, 마을공동체가 가능한가요

  “제가요 낯본정이란 말을 정말 좋아해요. 자꾸 낯을 보면 정이 들어요. 미운 정, 고운 정이 생기죠. 그러다 보면 안부를 묻게 돼요. ‘저번보다 살이 빠졌네, 무슨 일 있어?’ 그러면 사정을 알게 돼요. 연민은 이렇게 아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윗집에서 우는 소리가 들리면 요즘은 시끄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데 윗집 할머니가 편찮다는 걸 알면 다를 겁니다. 많이 아프신지, 혹시 편히 지내시는지 생각하게 돼요. 이렇게 마음이 달라집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험한 말이 정말 많이 오가죠. ‘낯본정있는 사람한텐 그런 모진 말하기가 어려워요. 그 사람이 상처받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마을에선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봅니다. 비대면적 관계에서 대면적 관계로 바뀌어야 해요. 그러면 서로에 대한 연민이 생기고, 공동체도 가능할 겁니다.”

 

  - 마을에 청년은, 그리고 청년에게 마을은 무엇이 될 수 있나요

  “청년은 마을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어요. 현재 마을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대부분 중년층이에요.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죠. 경험은 좋은 것이지만, 위험하기도 해요. 자기 경험을 객관적이고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세대가 계속 진입해서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해요. 마을은 청년에게 꿈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어요. 어떤 청년이 창업한다고 하면, 마을 주민들이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많이 이용해줄 거예요. 이런 도움이 위험을 줄여주죠. 실패하더라도 마을이 품어줄 거예요. 삶의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필요도 없고, 또 굳이 돈으로 해결할 필요도 없어요. 우리가 함께 궁리하면 돼요. 여러분이 마을로 발을 들이도록 우리가 노력할게요. 대신포기하지 말고, 계속 문을 두드려 주세요.”

 

김태훈 기자 foxtr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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