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크리에이터전성시대다.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쉽게 접근하고,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는 ‘1인 미디어는 이제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생활의 창구가 됐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은 1인 크리에이터는 매력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한편, 이들을 둘러싼 논의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세가 된 ‘1인 크리에이터

  ‘1인 크리에이터는 현 시점 가장 촉망받는 직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에는 젊은 층을 대상으로 게임과 개그방송 등을 하는 ‘BJ(브로드자키)’로 불리며 B급 문화로 인식되던 1인 크리에이터는, 이제 유튜브(YouTube),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무대를 넓혀 전 연령층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의 위상도 크게 증가했다. 실제로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에는 축구 방송 크리에이터 감스트MBC 해설자로 발탁되기도 하는 등 1인 크리에이터들을 TV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반대로 연예인들이 유튜브 등의 플랫폼을 통해 크리에이터로 데뷔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로 남성그룹 ‘god(지오디)’ 멤버 박준형은 와썹맨이란 유튜브 채널을 통해 18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강동원 등 인기연예인과 더불어 이덕화 같은 중년 연예인들도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1인 크리에이터 산업이 전 연령층의 트렌드로 떠오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콘텐츠의 자유도가 지목된다. 유명가수의 춤이나 노래 등을 재해석해 투고하는 전통적인 커버(cover)영상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자신의 일상을 직접 촬영해 편집한 브이로그(V-Log)’먹방등이 인기 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다. 최재용 한국1인미디어산업협회 회장은 “1인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나를 둘러싼 모든 게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라며 특히 최근에는 방송장비가 저렴하게 보급되고 편집 작업도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돼 누구나 쉽게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엔 특별한 기획 없이도 애완동물, 연애 이야기, 가족 등 일상적인 소재를 내세운 일반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초등학생 크리에이터 띠예박막례 할머니가 인기를 얻는 등 크리에이터의 연령층 또한 매우 넓어졌다. 타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나만의 취향을 갖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발현됐다는 시각도 있다. 김현기 대표는 공익성과 중립성을 전제로 하는 기존의 매체는 시청자 개개인의 욕구와 취향을 모두 충족시키기 힘들다과거의 매체보다 훨씬 개인화되고 타겟층도 세밀해진 1인 미디어가, 각자의 개성을 어느 때보다 중시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확실히 충족한 것이라 분석했다.

 

  미래 산업으로 부상한 크리에이터

  특히 청소년층에서 ‘1인 크리에이터에 대한 선호는 두드러진다.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 ·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유튜버가 조사 이래 처음으로 순위에 등장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에 올랐다. 또 지난 3월 전자상거래업체 G마켓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중 약 75%가 현재 1인 방송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웹홈쇼핑대행업체 라이브킹 김현기 대표는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직업 활동을 할 수 있다는 특성이 청소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라며 “‘대도서관’, ‘도티등 친숙한 크리에이터들이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있는 세태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1인 크리에이터 산업의 전망 또한 밝다. 구글은 2020년이 되면 1인 크리에이터들이 창작한 콘텐츠가 전체 콘텐츠의 약 75%를 차지해 TV와 신문 같은 전통미디어를 완전히 밀어낼 것이라 전망했다. 이에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양성을 위한 노력도 활발하다. 7일 통신기업 KT1인 크리에이터를 전문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크리에이터 팩토리를 개관해 전문적인 크리에이터 개발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정부 또한 1인 크리에이터 산업을 주요 미래 산업으로 낙점하고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인 미디어를 신산업 일자리 창출의 보고로 육성하기 위해 1인 창작자의 발굴부터 창작, 창업, 해외진출 등 다방면으로 지원할 계획이라며 ‘1인 창작자 콘텐츠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현기 대표는 전 세계와 연결돼 동시다발적 소통이 가능한 1인 미디어가 가진 확장성은 어마어마하다“1인 크리에이터 열풍은 단발성 트렌드가 아닌 미디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전망했다.

 

  수용자의 자정작용 작동해야

  1인 크리에이터 산업은 기존의 매체와 차별화된 특성을 내세워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당면한 과제 또한 적지않다. 특히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1인 크리에이터의 활동이 저작권 분쟁을 심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1월 한국저작권보호원이 선정한 ‘2019 저작권 보호 8대 이슈에서 ‘1인 미디어에 의한 저작권 침해14.4%2위에 올랐다. 영화나 드라마 영상을 2차 가공하는 것뿐 아니라, 무심코 사용할 수 있는 글꼴(font)이나 인터넷상의 이미지 또한 저작권 침해 사유가 될 수 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미숙한 저작권 의식이 자칫하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튜브 운영사인 구글은 저작권 침해가 적발된 유튜브 영상의 수익화를 중단하며 자체적인 저작권 보호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 또한 청소년들이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갖고 저작권 이용을 실천할 수 있도록 저작권 교육사업과 홍보를 추진할 계획이라 밝혔다. 다만 법적 상식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무심코 저작권 침해를 저질러 전과자가 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문체부와 대검찰청은 저작권법 위반 전력이 없는 청소년이 우발적으로 저작권을 침해했을 경우 1회에 한해 각하 처분을 할 수 있게 하는 청소년 저작권침해 고소사건 각하제도를 무기한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저작권 침해 관련 고소가 공익적 목적과 상관없을 경우엔 침해자가 성인인 경우라도 각하제도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회상규에 맞지 않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 또한 우려의 지점이다. 실제로 유튜브에는 신분증 없이 미성년자 담배 뚫기’, ‘여자 때리는 게 취미인 한남충의 하루등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들이 업로드돼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3월에는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기 위해 한강으로 들어갔던 고교생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화제성을 노린 선택이 비극을 낳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재 유튜브는 신고 기능 및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의 경우 자체적인 검열을 진행한다. 하지만 1분에 400시간이 넘는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만큼 모든 콘텐츠를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재용 회장은 해외사업자인 유튜브는 원칙적으로 국내 방송법의 적용대상이 아니기에 직접적 규제는 어렵다영상 삭제 요청을 하더라도 권고수준에서 그칠 수밖에 없고, 최종결정은 오로지 플랫폼의 몫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규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현기 대표는 “1인 미디어에서 목격되는 일부 극단적이고 반사회적인 콘텐츠는 수용자들의 자정작용을 통해 저절로 도태될 것이라며 개인의 자유로움이 본질인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정부가 규제하는 것은 자칫하면 언론통제로 번질 공산이 크다며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최근엔 강동원 등 인기연예인과 더불어 이덕화 같은 중년 연예인들도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이미지출처 | 유튜브 덕화TV
최근엔 강동원 등 인기연예인과 더불어 이덕화 같은 중년 연예인들도 크리에이터로 데뷔했다.
이미지출처 | 유튜브 덕화TV

 

글ㅣ박진웅 기자 quebec@

일러스트ㅣ조은결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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