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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혁(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면역체계의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인에게 면역이란 잊힌 숙제다. 그렇지만 면역체계에 조금만 문제가 생겨도 우리 몸은 이상 신호를 보내온다. 특히 우리 몸을 스스로 공격하게 되는 무서운 질병인 자가면역질환은 긴급 신호다. 배우 최진실의 딸인 최준희 양이 투병 사실을 고백함으로써 이슈가 된 루푸스도 자가면역질환중 하나다. 임신혁(포항공대 생명과학과)교수가 이끈 국내 연구팀은 루푸스의 발병원인을 규명해 그 치료제 개발에 단초를 제공했다. Immunity(면역학 학술지)에 관련 논문을 발표해 자가면역질환 치료법 연구에 기여한 임신혁 교수를 포항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면역학이란 어떤 학문인가요

  “‘면역은 영어로 ‘Immune system’입니다. ‘어떤 일로부터 면제해준다는 뜻인‘immune’의 어원에서 유래된 거예요. 세균을 포함한 외부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면제해주는 게 면역인데, 이 시스템이 망가지면 면역질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면역질환은 세균·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앓게 되는 알레르기성 질환, 암 등을 포함합니다.

  결국, 면역학이란 외부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해 면역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몸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 관여하는 모든 세포와 기관들의 상호작용에 대한 광범위한 학문이죠. 미국의 제임스 앨리슨 교수와 일본의 혼조 다스쿠 교수는 우리 몸의 면역 저하프로그램을 망가뜨려서 면역이 과민하게 일어날 수 있게 하는 항암 면역 증강연구를 수행했습니다. 그들에게 노벨 생리학상이 돌아갔죠. 그만큼 면역학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질병 치료에 영향을 미칩니다.”

 

  -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면역체계 속 세포들은 어떤 세포나 세균이 보호할 대상인지, 공격할 대상인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적장에서 아군인지 적군인지를 먼저 식별한 후 적군을 공격해야 하는 것처럼요. 마찬가지로 면역체계에서도 제일 먼저 하는 게 자기(self)’비자기(non-self)’를 구별하는 거예요. 세포가 이 역할을 못하게 되면 자가면역질환이 생기게 됩니다. 면역세포가 자기, 즉 아군을 적군으로 착각해 공격하기 때문이죠.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하는 덴 유전적 요인이 강하게 작용해요. 유전적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세포가 전해진 거죠. 하지만 인간의 유전자 서열을 밝히는 휴먼게놈 프로젝트(HGP; Human GenomeProject, 인간유전체 연구)와 그 유전자를 모아 유전자의 변형과 특정 질환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GWAS(Genome-WideAssociation Study, 전장유전체 연구 분석)를 통해 유전적인 요인만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예시로 일란성 쌍둥이만 보더라도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지만 동일한 질환에 걸릴 확률은 높지 않죠. 유전적인요인 외에도 스트레스, 음식, 주거환경 등 환경적 요인이 관여하기도 합니다.”

 

  - 자가면역질환 루푸스 발병 원인을 찾으신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자가면역질환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발병합니다. 여기서 항원(Antigen)은 앞서 말했던 비자기(non-self)이고 이 항원의 기능을 억제하거나 저하시키는 게 이 항체(Antibody)예요. 항원 반응 세포가 생기면 이 세포를 중화시키기 위해 항체가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항원-항체 반응이과해지면 항체가 과도하게 반응해 덩어리지면서 침착이 생겨요. 이 덩어리진 항체가 관절, 심장 등 한 부위를 막아버려 몸의 기반을 망가뜨리는 게 이 질환이죠.

  같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발병하는 루푸스는 얼굴에 나비처럼 붉은 반점이 생기는 전형적인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입니다. 루푸스는 아직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면역억제제와 스테로이드만으로 치료해야 하는 무서운 질환이에요. 치료법을 찾기 위해 저희는 GWAS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루푸스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그 데이터베이스에서 찾은 것 중 하나가 ‘Ets1’이라는 유전자였어요. Ets1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를 실험체로 사용했더니 Ets1 유전자의 결핍이 루푸스 발병으로 이어졌어요. 이 실험을 통해 Ets1 유전자와 루푸스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더니 Ets1 유전자가 손상되면 항체 생성을 돕는 면역세포가 너무 많이 생기더라고요. 항체 생성이 과해지면 루푸스 증상인 비장비대증, 임파선염, 피부염 등이 나타납니다.

  그 다음, 이런 현상이 사람에게서도 재현되는지 알아보고자 아주대학교 서창희 교수님과 공동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질병의 정도가 다양한 루푸스 환자들의 피를 사용해 쥐와 인간의 데이터가 갖는 상관성을 분석한 결과 기존 실험 데이터가 놀랄 만큼 사람에게서도 나타났어요. 해당 실험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종류의 면역세포(Tfh2)를 발견했습니다. 이 면역세포를 불활성화 시키면 루푸스를 치료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죠.”

 

  - 생물학 연구에 있어 빅데이터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요

  “루푸스 치료법 연구를 통해 루푸스와 같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법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자가면역질환에 대한 많은 데이터가 이미 쌓여있어요. 옛날에 진행됐던 휴먼 게놈 프로젝트에 이어 장내 세균을 분석하는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Huma nMicrobiome Project)가 진행 중이고 이미 진척된 상황이에요. 정상인, 대장암 환자, 루푸스 환자 등 여러 개체의 장을 분석해미생물의 이상이나 유전자 변형이 자가면역질환 발병과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계속 축적한 거죠.

  이제는 데이터마이닝(Data mining)을 활용하는 시대입니다. 데이터마이닝이란 기존에 쌓인 데이터 속에서 우리가 원하는 현상과 찾고 싶은 대답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생물학계에서도 방대한 정보 속에서 비슷한 연구결과가 있었는지를 검색해 발견한 정보가 연구에 적극 활용될 수 있는 거죠. 이 과정에서 생물학, 생물정보학, 수학 그리고 컴퓨터프로그래밍까지 여러 학문의 융합이 일어나요. 통합적인 데이터의 활용으로 더 많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해답을 찾는 날이 올 겁니다.”

 

  - 미세먼지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 것인가요

  “미세먼지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현재는 입자 크기에 따라서만 미세먼지를 분류하지만 미세먼지는 그보다 더 복잡해요. 속에 세균, 중금속, 화학물질까지 다양한 물질들이 들어있거든요. 저는 면역학자이기에 사회적인 측면에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지만, 생물학적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봤습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팀은 미세먼지를 채집해 쥐에게 실험함으로써 미세먼지의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미세먼지를 정상 쥐와 천식을 앓는 쥐에게 투입했을 때 호흡기가 약한 천식 쥐의 반응이 더욱 심각한 것을 관찰할 수 있었어요. 천식 쥐의 경우 천식 자체도 악화될뿐 아니라 천식에 대한 면역반응수치도 과도하게 치솟았죠. 미세먼지가 염증성 면역수치를 과도하게 증강시킴으로써 면역체계의 균형을 깨 호흡기 질환을 악화시킨 거예요. 그래서 저희는 미세먼지를 잡는 박테리아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일전의 연구에서 면역을 떨어트릴 수 있는 비피더스균을 찾았고, 해당 균을 이용해 호흡기 면역을 조절할 수 있는 연구까지 이어지고 있죠.”

 

  - 면역력 향상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요

  “면역력은 단순히 증강시켜야 하는 게 아닙니다. 건강한 면역은 단순히 수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어릴 때 자연환경에서 크며 다양한 미생물과 접촉할 기회를 가져야 해요. 그래야 세균에 대한 면역력이 자연히 길러집니다. ,한 가지 음식만 고집하지 말고 여러 가지 음식을 섭취해야 합니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한 적절한 신체의 유지도 균형 잡는데 도움이 되죠.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덴 특별할 게 없어요. 균형 잡힌 생활이 핵심인 거죠.”

 

  - 자가면역질환 연구의 전망은 어떨까요

  “고대 이집트 미라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이 발견됐습니다. 이렇듯 자가면역질환은 예로부터 인류에게 발생해 왔고 지금도 쉽게 치료할 수 없는 난치성 질병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복합적 작용으로 면역질환들이 계속해서 발병하겠죠. 그러나 병이 생기는 기작을 정확히 이해한다면 통제가 가능합니다. 아직까지는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 많지만 이런 식으로 연구한다면 차례로 치료제를 개발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글ㅣ이다솜 기자 romeo@

사진ㅣ김다희 기자 go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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